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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법’ 도입에 대한 소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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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27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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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집이 자영업자가 밀집한 곳이다 보니 오며 가며 텅 빈 가게들을 많이 본다. 그럴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지내온 세월이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토요일에는 대학생 때부터 다녔던 신촌 맛집에 순대를 포장하러 갔다가 폐업 공지문을 보고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손실보상법 법제화가 급류를 타고 있다. 손실보상법은 COVID-19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정책으로 인해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정책이다. 그 취지를 생각하면 두 손 들고 반겨야 하는데 선뜻 그리 되지 않는다. 몇 가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언론들에서 손실보상법 도입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기사화했는데 내가 걱정이 앞섰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글에서는 손실보상법의 취지에는 100% 동감하지만 도입에는 무조건 동의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왜 법제화를 해야 하느냐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도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재정 지원을 법제화한 나라는 없고, 또한 지원 방식도 보조(public sector subsidies to business)이지 보상(compensation)이 아니다. 

 

법제화를 통한 보상 방식으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는 것과 보조금 형식으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에서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지원이 국가의 의무가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정부의 재정 상태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부정책이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은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마다 이들을 위해 법제화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것인지는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정부의 지나친 온정주의는 재정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것은 재정학의 기본 이론이다.

 

둘째, 이렇게 서둘러 법제화를 할 경우 제도가 정교하게 만들어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고 3월에 지급할 계획이란다. 그러려면 한 달여 만에 근거법을 만들고 시행령에 기준대상, 기준, 보상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기준대상, 기준 및 보상 규모에 따라 재정지원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손실의 50%~70% 기준에서 보상이 이루어질 경우 대략 한 달에 22조가 소요된다고 한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예비타당성 제도라는 것이 있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들고 정부 지원이 300억 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는 먼저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해서 그 타당성이 인정될 때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한 사업에 정부 돈이 300억 원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서는 할지 말지를 이렇게 신중히 결정하는데 물경 한 달에 22조가 들어가는 사업인데 이렇게 서둘러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겠다. COVID-19 사태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가 예측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미리 지원대책을 생각하고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 지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가 되어 있어야 했다. 

 

최근 기재부 등 정부 부처를 보면 행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지원을 진작부터 생각했던 것 같지는 않다. 정치권이 강하게 밀어 붙이고 행정부는 마지못해 따르는 형국이다. 주지하다시피 자영업자의 경우는 소득 파악도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기가 힘든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분야인데 시행을 위한 준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나라 돈이 제대로 쓰일지 걱정이 앞선다. 

 

셋째, 재정건전성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COVID-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이 많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지원을 한다는데 재정건전성 이유를 들어 토를 달 필요가 있느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안(案)으로 손실보상법이 법제화된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한 달에 대략 22조가 든다고 한다. 2017년 660조이던 국가채무는 2021년 956조, 내년에는 1000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얘기는 이제 웬만한 국민이면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그만큼 재정건전성 얘기는 이번 정부 들어 어느새 식상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보상법이 도입될 경우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에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오는 포퓰리즘 정책 제안 때문이다. ‘손실보상법’, ‘이익공유제’, ‘경기도의 전 도민 대상으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과 같은 3종 포퓰리즘 정책을 보면서 정치인들은 정말 우리나라 재정을 화수분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화수분야구’라는 말이 있다. '화수분'과 '야구'의 합성어로,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 단지를 의미하는 화수분처럼 구단 내에 1군 선수들 못지않게 활약을 해주는 어린 유망주 선수들이 계속 양성되는 야구 형태를 말한다. 화수분야구의 원조라는 두산베어스도 이번 FA로 나온 꼭 필요한 세 선수는 잡았다. 화수분야구를 자신했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이들 세 선수를 잡았을 것 같지는 않다. 영원한 화수분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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