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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깍거리는 주식시장 시한폭탄(TIME BOMB)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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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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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현기증 날 정도로 불안하다. 2020년 한 해 동안 KOSPI지수는 30%, KOSDAQ지수는 45%나 올랐고 2021년 들어와서도 1월 14일까지 보름 동안에 각각 9.6%와 2% 씩 치솟았다. 단순히 상승률로만 비교해보면 이 정도의 주가상승을 광풍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KOSPI 상승률의 경우 1974년 이후로 보면 11위에 불과하고 2004년부터 출범한 KOSDAQ 상승률도 2005년의 84.5%나 2009년의 54.7%에 비하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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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주가폭등을 특별히 우려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개인이 주식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언론이 ‘개미’로 부르고 외국인들은 ‘Mrs Kim’으로 부르는 소액 개인투자가들은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무서운 기세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외국인을 위한 증권분석 자료는 이런 개인의 주식투자 기세를 터보-차지(turbo-charged)’ 되었다고 표현할 정도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비영리 단체포함) 주식투자 규모가 2020년 1분기 11조 8천억 원이던 것이 2분기에는 21조 3천억 원, 3분기 31조 6천억 원으로 치솟았다. 4분기에는 40조원이 넘을 것이 확실하므로 2020년 연간으로 치면 100조 원을 넘을 것이다. 사상최대 규모다. 가계 주식투자규모만 기록을 경신한 것이 아니다. 하루 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도 2019년 하루 9조 원에서 2020년에는 22조 7천억 원, 그리고 2021년 1월 8일에는 6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4분기 만해도 1조 7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던 가계부분이 2020년 들어서면서 갑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개인투자가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① 우리나라 거시경제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탄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0년 성장률전망 –1%도 그렇고 최근 삐꾸(BBIG:Bio,Battery,Internet,Game)를 중심으로 살아나는  수출실적도 주식투자를 부추겼다. 실제로 정보통신(IT)부문이나 2차 전지 분야, 그리고 새로 부각되는 그린산업 관련이나 헬스케어부문에서 한국기업들이 크게 두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선도 기업들의 발전 가능성을 반영하여 증시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②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 비교적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투자수익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주식시장이 부동산에 대한 대안투자로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동산에 비해 주식투자가 취약했었다.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30%를 밑도는 상황이었다. 특히 주식은 17%에 불과하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7백여 만 개인투자가들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감)와 스톡-디바이드(STOCK-DIVIDE, 주식유무 편 가르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모는 현상이 촉발된 것이다. 

 

③ 무엇보다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금리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초저금리 상태를 ZIRP(Zero Interest Rate Policy)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제로금리는 아니다. 2021년 3월과 5월에 걸친 0.75% 포인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8, 9월 일반 신용대출금리는 2.86%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나 가계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초저금리 때문에 대출을 끌어다 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신용투자가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최근 신용잔고 규모는 매일 수천억 원씩 늘어나면서 2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가들의 주식투자가 근본적인 시장불안요인의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본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이 투자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소득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몇 천 만원을 넣고 몇 달 사이에 몇 백 만원을 벌어서 생활이나 용돈을 벌고자 하는 투자가들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3월 주가폭락 시 5천만 원을 투자했다면 2020년 말 60%의 수익인 약 3천만 원을 벌었을 것이다. 이런 투자가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출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지구력이 없다. 당연히 회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즉,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실현해야만 하는 구조다. 따라서 신규투자가가 아닌 기존 개인투자가들은 끊임없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세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신규 개인투자의 참입규모가 강력할수록 기존 개미들의 매물물량이 가려지기는 하겠지만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세력에 비해 회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Mrs Kim일 것이다.    

 

둘째로, 한국의 개인투자가들은 군중심리(herd-mentality)로 악명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투자가들은 오를 기미가 보이는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모멘텀 투자(momentum investment) 에 매우 물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은 항상 개인의 그런 군중심리를 활용하면서 역이용해 왔었다. 이번에는 2020년 털고 나갔던 외국인들이 최근 추격매수(capitulation investment)로 돌아서면서 군중심리에 바탕을 둔 한국 개인투자가들이 승리한 것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두고 봐야할 것이다. 

  

셋째로,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글로벌 금리 상승가능성이다. 최근 며칠 사이 10년 만기 미국 정부채 수익률이 1.1%를 넘어섰다.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 폭발직후 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10개 월 만에 반등이다. 트럼프 독재 하에서 제롬 파월의 미국 연준은 2019년 이후 초저금리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52%대까지 떨어졌다.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월 800억 달러)을 통하여 쓰러지는 실물경제를 버텨왔다. 그 덕택으로 증권가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수도 없는 부실기업들도 악성 회사채를 발해하면서 연명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사실상 은행이라는 간접금융기관을 통해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를 예금주에게 지급하면서 채권이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며 버틴 셈이었다.     

 

이제 트럼프가 물러나고 금융시장 과열과 그 피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옐런이 재무장관이 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금리 정책은 바뀔 수밖에 없다. 옐런은 2014년 2월부터 연준의장으로 있으면서 기준금리를 여섯 번이나 올리다가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눈 밖에 난 강골이었다. 이제 옐런 재무부장관 하에서 미국의 통화금융정책은 월가를 떠받치는 정책에서 공장과 기업을 지원하는 메인가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파월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로 끝난다. 그 이전에 자진 사직할 가능성도 있다. 임기를 마친다 하더라도 연임되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파월의장은 다른 의장들이 모두 그랬듯이 연준 이사직을 사직할 것이다. 누가 파월 후임이 될지는 모르지만 유일한 민주당원 이사인 레이얼 브레이너드가 의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4년 이사가 된 브레이너드는 파월(2012년 부임) 다음으로 고참 이사이며 파월을 제외하면 옐런과 같이 연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2% 물가상승목표 초과를 탄력적으로 허용하겠다는 파월연준의 정책은 곧 뒤집어 질 것이다. 선제적으로 물가 앙등을 막는 금융긴축 조치들이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다. 특히 연준 정책자금이 지금과 같이 우선적으로 증권가로 들어가 증시를 폭등시키는 통로는 억제하고 대신 은행을 통해 메인가로 들어가도록 하는 조치들을 강화할 것이다. 당연히 양적완화는 옐런 때처럼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며 장기 기업자금 공급은 강화하되 단기 금융자금 유통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정책선회가 일어날 것이다. 즉, 사모펀드들의 자금조달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이들이 자금시장에서 장단기시장금리를 올리는 주역이 될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2018년 10월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원화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원화강세)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자율 차이로 인한 외국인의 주식 및 국내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이 본격화 될 것이다. 최근에는 달러가 강세로 반전하면서 원화환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해외유출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주가와 국채가격은 크게 더 떨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올렸던 2018년 이후 주가는 2018년 1월 2566에서 코로나로 금리를 내리기 직전인 2020년 2월 1987까지 23%나 떨어졌다. 국내주가가 폭락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 회수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것이 가속화되면서 2008년 가을과 같은 금융위기로 발전하는 것이다. 미국금리 상승->외국인자금유출->주가폭락->외국인투자유출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또한 대출을 이용한 주식투자가의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 할 것이므로 정책당국으로서는 난처한 선택이다. 아직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이 아니므로 결국 다른 방법으로라도 주식광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공매도 원위치도 한 방법이고 개인투자가 신용투자 한도 축소도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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