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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 (18) 외국의 사례(Ⅳ) : 미국②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20일 17시05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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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4. 주요 프로그램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정책수단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방정부의 주택정책은 중산층의 주택 소유 촉진과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 해결로 대별할 수 있다. 전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택 소유 관련 세제 등의 운영을 살펴보고 후자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임대료 대납, 임대주택 지원, 공공주택 공급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아래의 내용은 Buckley and Schwartz (2011), Olsen and Zabel (2015), McCarty et al. (2019)등을 참고하였다.

 

  * Buckley, Robert M., and Alex F. Schwartz, “Housing Policy in the U.S.: The Evolving Sub-national Role,” The New School, New York, International Affairs Working Paper 2011-06, May 2011. 

 

주택정책의 주요 수단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이유는 모든 수단들이 나름대로 문제점과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한두 가지 주택정책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이 오래전부터 각종 수단들을 개발하고 시행하여왔지만 주택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주택시장의 안정 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아래에서 살펴보는 수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택 소유에 대한 세제 등의 혜택(tax benefits for homeownership)

 

미국의 주택정책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주택 소유를 촉진 및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택 소유를 장려하기 위해 주택 취득과 소유에 따른 세금을 감면하는 제도를 여러 가지로 시행하고 있다.

 

먼저 자가주택 귀속 임대료(imputed rental income)에 대해서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주1) 

※주1) 지방정부에서 독자적으로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주택구입용 모기지 대출의 이자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주2)​ 

주2)1986년 세법 개정에서 종전의 모든 대출 이자가 조세 감면 대상이었으나 1986년 이후부터는 주택대출만이 그 혜택을 보게 되었다. 

 

 주택 양도세 등을 감면해주기도 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모기지 대출에 대해서는 우대 금리를 적용하고 세금 면제 채권을 발행하여 주택구입 자금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임대주택 구입 및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들도 운용되고 있는 데다 주택 재건축에 대해서도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저리의 자금을 대출하기도 한다.

 

주택 소유와 관련하여 주어지는 세금감면 혜택은 주로 고소득층이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소득이 높은 계층에 속하기 때문이다. Buckley and Schwartz(2011)에  따르면 이 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약 5천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그에 비해 아래에서 살펴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가구는 약 7백만 가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주택정책은 부자에게 혜택을 더 많이 주는 역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주택 소유 권장 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와 같은 조세 및 금융 지원 방식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던 2008년에는 주택 구입을 촉진하기 위하여 생애 최초 주택 구입시 구입가액의 10% 만큼 세금을 감면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다. 감면 혜택의 한도는 7,500달러였다. 2009년에는 차압 대상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3년 이상 보유하면 8,000달러의 세금 혜택을 주기도 하였다. 

 

모기지 대출 이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경감해주기도 하였는데 이는 주택 차압으로 주택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모기지 대출 기간을 40년으로 연장하고 만기 상환 금액을 증액하여 이자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강구하였다. 주택 가격이 대출금액 이하로 하락한 경우 모기지 대출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도록 유도하기도 하였다. 이 경우 LTV 비율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이 역시 주택을 계속토록 보유케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세금 감면이나 이자 상환 부담 경감 방안 등의 효과는 사실 크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잠재적 주택 구매자가 특정 시점에 주택을 구입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이와 같은 조치들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금 동원력이 풍부하여 아무 때고 주택을 구입할 여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 조치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조세 및 금융의 혜택이 늘어나면 이들이 주택 구입을 확대하는데 이것이 최근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배경 요인이라고 한다(Hilber and Schöoni 2016).

 

  * Hilber, Christian A. L., and Olivier Schöoni, “Housing Policies in the United Kingdom, Switzerland, and the United States: Lessons Learned,” ADBI Working Paper Series, No. 569, April 2016.

 

결과적으로 조세 및 금리 부담 경감 조치는 가까스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 조치로 재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쉽게 주택을 구입하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상승하게 되는데 선뜻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잠재적 주택수요자들의 상당수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 구입을 포기하게 된다. 주택 보유를 촉진하기 위한 이와 같은 정책들이 주택보유비율을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주택 수요자들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 수요자들은 자금 동원력의 면에서 차이가 나는 몇몇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현시을 감안하지 못하고 인구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 규칙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조치들을 강구함으로써 부작용이 야기된 것과 유사하다.    

 

임대주택 건축비 세제 혜택(The Low-Income Housing Tax Credit, LIHTC)

 

1986년 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이 제도는 저소득층이 이용할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기 위하여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사람이나 투자(매입)하는 사람에게 조세감면의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세감면 혜택은 10년 동안 지속되는데 이 혜택을 보는 조건으로 해당 주택을 최소 15년 동안 저소득층에게 임대해주는 것이 유일하였다. 조세 감면의 폭은 주택 건설비용, 위치, 저소득층의 이용 정도 등을 감안하여 책정된다.

 

이 제도에 따른 조세감면의 총량은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에게 할당하는데 인구 일인당 2달러 기준으로 배정되고 있다. 주별로 인구수에 의해 조세감면의 한도가 설정된다. 이 한도 내에서 주정부 산하 PHAs들이 주택 공급업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조세 감면 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한편 전체 조세감면 금액의 10%는 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택 관련 비영리단체(Community Housing Development Organizations, CHDOs)들에게 배분하도록 하였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데 특별한 자격은 필요 없다. 일반 주택개발업자도 LIHTC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건설 주택 전체의 20%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에 한하여 LIHTC가 적용된다. 그리고 이 주택의 임차인들은 해당 지역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혹은 도시지역 중위소득의 60% 이하 소득자를 대상으로 총가구수의 40%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에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주3)

 주3)​혹은 도시지역 중위소득의 60% 이하 소득자를 대상으로 총가구수의 40%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에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LIHTC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먼저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혜택이 중위소득층에 집중되고 극빈층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15년이 경과하여 해당 주택에 대해 시장임대료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저소득층이 거주할 만한 주택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대개의 주택개발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 프로그램에 의존하여 임대주택을 지을 이유가 없었다. 조세 혜택을 받게 되면 상당 기간 임대료를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 사람들은 대형 건설사들이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과 아울러 모기지 대출도 이용함으로써 주택건설에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LIHTC를 이용한 대형 건설사의 주택건설이 크게 늘어났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이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상당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금융위기 당시 파산함으로써 2010년대 들어 주택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공공주택(Public Housing) 공급

 

1937년 관련 법률 제정으로 시작된 공공주택 공급은 그 방식이 수차례 바뀌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지방정부 산하 PHAs가 채권을 발행하고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연방 정부는 PHAs 발행 채권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책임을 진다. 그리고 공공주택 운영 및 유지비용은 세입자의 임대료로 충당하는 구조이다.  

 

미국의 공공주택은 1994년 140만호에 달하여 가장 많았다. 그 이후 공공주택 신축 규모가 줄어들었고 자연 멸실이 늘어남에 따라 공공주택의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2003년 당시 총 공공주택의 5% 만이 1985년 이후 신축되었고 공공주택의 57% 정도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주택이었다.

 

현재 공공주택 공급은 활발하게 작동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유지 보수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식 경제정책 기조 하에서 이 프로그램의 내용이 크게 축소되었다.  

 

공공주택 공급 정책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공공주택 거주자 중에서 양호한 거주지로 이동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고 나면 나중에는 공공주택 단지에는 저소득층만이 남게 된다. 결국 공공주택에는 빈민층이 몰려 살게 되고 범죄의 온상이 됨으로써 일반 사회와는 유리되고 말았다.

 

그리고 유지·보수비용도 문제였다. 공공주택 건설 초기에는 관리비용이 적게 들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유지 및 보수비용은 늘어난다. 이에 따라 공공주택단지의 자립도는 점차 하락하게 된다. 거주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은 하락하는 데 비해 이들이 내는 임대료는 주택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하는 데 부족해지는 문제에 봉착한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하여 미국은 사실상 공공주택 공급을 포기하였다. 1974년에 제정된 the Housing and Community Development Act를 통해 공공주택 공급 대신 임대료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로써 재정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보기는 하였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Reagan 정부가 주택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공공주택 공급 능력은 더욱 위축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HOPE VI를 통해 공공주택 지역 재개발에 나섰지만 저층으로 개발하면서 공공주택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공공주택 재건축 프로그램(Hope VI) 

 

1989년경에 이르러 공공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의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점검하였고 1993년에 이르러 공공주택 재건축 프로그램, 즉 the HOPE VI program을 도입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낡은 공공주택을 철거하고 새롭게 짓는 사업을 일컫는다. 그런데 공공주택이라는 통상적인 개념에 반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공공주택의 재건축이 추진되었다. 공공주택임에도 고급화를 추구하였다. 

 

그리고 점차 프로그램의 의도도 변질되어 갔다. 빈곤을 혁파하고 경제적 차원에서 사회계층의 통합을 추구한다는 등의 이념적 구호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도심부흥(inner-city revitalization)을 통하여 도시재생의 이념(new urbanism)을 달성하겠다는 식이었다. 

 

재건축 주택의 고급화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외양적으로 새로 짓는 주택들을 저층으로 설계하였다. 이에 따라 자연히 입주 가능 가구수는 줄어들었다. 주택 전면에 주차가 가능한 현관을 설치하며 돌출형 창문(bay windows)과 같은 고급주택 설계 방식을 채용하였다. 그리고 경사지붕(gable roofs)도 도입하였다. 내부설비도 고급화하였는데 식기세척기, 중앙냉난방 시설, 세탁기와 건조기 등 일체의 가전제품을 구비하였다. 

 

건축단가도 상향 조정되었다. 품질이 뛰어나고 내구성 있는 주택을 짓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 그 구실이었다. 주택이 일찍 소실되는 것을 방치하는 효과도 있고 유지보수비용도 적게 들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고급스럽고 내구성이 좋은 주택이 삶의 질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 외에도 종전의 공공주택이 주변 사회와 격리되었던 것을 감안하여 재건축하는 공공주택은 지역사회와 융합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였다. 또한 치안 강화에도 만전을 기하여 열린 공간을 축소하는 대신 사적 소유 공간을 최대한 확대하는 쪽으로 단지를 설계하였다. 열린 공간에 대해 통제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아 범죄의 온상이 된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공공주택 관리 기법에서도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졌다. PHAs가 민간 주택관리 업체들에게 관리를 위탁하고 수시로 점검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각 단지별로 별도의 관리업체가 선정되었다. 단지별로 예산을 독자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하였으며 성과 평가 등도 자체적으로 수행하되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였다. 이와 같은 주택관리 방식은 민간 임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HOPE VI를 통해 공공주택에 대해서도 이 방식을 적용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공공주택 재건축이 민간주택시장에서 주택의 선택폭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였다. 민간과 공공의 혼합 개발 방식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그리고 여러 유형의 개발 경험을 통해 건설과 관리 등의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Hope VI의 단점도 적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주민 퇴출현상(gentrification)이었다. 이는 해당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 중의 일부만이 새 주택에 입주하게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였다. 1993~2007년 중 총 11만 채가 재건축되는데 공공주택으로는 약 5만 채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이 주택에는 종전의 공공주택처럼 임대료를 지원 받는 대상자들이 거주하게 되었다. 나머지는 일반분양 형태로 매매되거나 시장 임대료를 적용하였다. 본래 살고 있던 주민의 상당수가 종전과 같은 임대료 지원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일부 주민들은 아예 입주 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하였다. 신용도가 극히 낮거나, 범죄 경력이 있거나, 주택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판명되는 사람 등은 입주에서 제외되었다. 이들에게는 다른 지역의 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별도의 주택 바우처가 발행되기는 하였지만 이들은 주거 환경의 악화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재건축 단지 입주가 배제된 주민이 종전 재건축 전 거주민이 약 24%에 달하였다.

 

Hope VI는 다음에 살펴볼 CNI를 도입하면서 2012년부터 사실상 중단되었다.

 

지역자치개발제도(Choice Neighborhoods Initiative, CNI)

 

Hope VI가 저소득층이 사는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하였던 데 비해 CNI는 주변 지역까지 포함하여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주거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 방식이다. 지역 사회 개발을 원하는 지자체나 단체 등에 대하여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연방정부의 지원금과 아울러 자체 조달한 자금 등을 활용하여 독자적으로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에는 주택의 건설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물리적인 기능도 개선하는 사업 등이 포함된다. 지역민들의 고용, 안전, 보건, 교육, 교통 등에 관한 지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소득 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통합에도 많은 역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관련 사업에 대하여 금융 지원도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은 HUD가 주관하고 있지만 교육부, 보건인력부, 법무부, 재무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HUD에서는 내부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개량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연방 정부의 예산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견해는 많다(예컨대 Malhotra 2016).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지자체가 많은 반면 충분한 예산은 편성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Malhotra, Arjun, "Revitalizing America's Distressed Neighborhoods," Georgetown Public Policy Review, December 18, 2016.

 

임대료 대납(Vouchers) 제도 

 

이는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저소득층이 주택을 임차하여 거주하는 경우 그 임대료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신청자격으로는 소득이 해당 지역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무주택자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기로 신청한 저소득층 가구가 주택 당국이 정한 범주에 속하는 주택을 임차하면 정부가 임대료의 일부를 임대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주택을 임대하겠다고 사전에 합의하여야 한다.  

 

임차인은 계약 임대료 총액 중에서 정부가 대납한 임대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스스로 부담하여야 한다. 정부 지원 금액은 대개 지역 표준 임대료의 80~90% 수준이다. 임차인은 나머지를 부담하게 된다. 임차인이 부담하는 임대료의 크기는 실제로 계약한 임대료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계약 임대료가 표준 임대료보다 높으면 임차인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임차인의 부담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운용하고 있다. 이 한도로 인해 고급주택을 임차하는 경우에는 임차보조금 지원이 거절된다. 

 

이 제도는 1974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서 도입되었다. 그리고 1998년에 이르러 바우처 이용 기준을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대상 주택의 요건도 완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크게 변하였다. 세입자가 부담하는 임대료의 상한을 소득 수준의 최대 40%까지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았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도 그 혜택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극빈층에게 혜택을 확대하기 위하여 각 지역에서 새롭게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75%는 극빈층(지역 평균임대료가 소득의 30%를 넘는 가구)이어야 한다는 제약도 부과하였다.

 

이 방식은 공공주택을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정부 예산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처지에 맞는 주택을 재량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HUD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이 제도의 수혜 가구가 가장 많다. 공공임대주택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데다 낡은 공공주택을 재건축하면서 거주지에서 퇴거된 사람 등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제도를 이용하려는 신청자들은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그에 비해 예산 제약 등으로 대폭적인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제도 역시 한계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해진 범위 내의 주택에 대해서만 바우처가 지급되기 때문에 주택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특수한 상황에 있는 가구, 예컨대 대가족, 노령층 등의 경우 적합한 주택을 고르기 쉽지 않다. 주택 수요가 공급을 큰 폭으로 초과하는 경우에는 임차인들이 적합한 주택을 찾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주택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점증하는 바우처 수요가 전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을 정도 대기자가 많이 밀려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주택정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거 안정의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주택정책은 과히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바우처 수요가 늘어난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 악화, 소득 불평등 등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임대료 보조 등의 방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일괄 지원금(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s, CDBG)

 

이 제도 역시 1974년부터 시행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연방정부의 주택정책을 지방정부가 그대로 수용하고 따르는 식으로 주택정책이 집행되었다. 그에 비해 CDBG에 의하면 연방정부는 예산을 제공하고 주정부나 자치정부가 이 자금을 활용하여 독자적으로 주택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방식이다. 지방정부가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실행 가능성이 높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CDBG 예산의 70% 이상을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개량 등의 용도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 자금으로 주택을 신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주로 공공주택 등의 개량과 기반시설 개선 등의 목적으로 집행되었다. 그리고 지역사회 개발 등을 위한 지출도 가능하였다.

 

그 효과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저소득층 중의 일부는 종전에 비해 혜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예컨대 이 자금이 일반 주거 환경 개선 자금으로 전용되어 사실상 저소득층의 혜택은 종전에 비해 감소하였다. 그리고 도심재개발의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도심재개발 과정에서 저소득층이 축출되는 문제도 발생하였다.

 

주택투자 협력 자금 지원제도(The HOME Investment Partnership Program)

 

1990년 새로운 형태의 지역개발 프로그램으로서 도입되었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지방 정부의 주택공급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중앙정부는 자금과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였다. 연방정부 지원금에 더하여 지방정부도 자체 자금을 조성하는데 지방정부가 분담하는 예산의 규모는 총 운용 자금의 40% 정도이다. 한편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조성한 자금의 일부(최소한 15%)를 역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CHDOs)들에게 배분하도록 하였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조성된 자금의 절반 정도는 저소득층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 형태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모기지 대출 선급금 지원, 생애 최초 혹은 두 번째 모기지에 대한 우대 금리 적용, 저소득층의 신규 건축 주택 구입 및 낡은 주택의 개량 지원 등의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실제 이 자금은 LIHTC와 결합하여 주택을 건설하고 저소득층에서 그 주택을 구입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 프로그램으로도 많은 저소득층 가구들이 주택을 구입케 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극빈층에게는 혜택을 주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세금 면제 채권에 의한 주택지원 제도(Tax-Exempt Bond Financing)

 

지방정부에서 주택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지역주택당국(PHAs)이 채권을 발행하여 충당한다. 이 때 중앙정부는 PHAs가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에 대하여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줌으로써 PHAs의 채권 발행을 촉진한다. PHAs는 채권 발행으로 조성한 자금을 활용하여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임대용 주택의 구입 등을 지원한다. 주택 건설 이외에도 상하수도 건설, 교통 개선, 학자금 대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PHAs는 조세 지원 방식에 의한 채권 이외에 특수 목적용 채권도 발행하고 있다. Mortgage Revenue Bonds는 주민들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을 지원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채권이다. 다가구 주택의 건설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Multifamily Housing Bonds를 발행하기도 한다.

 

주택신탁기금(Housing trust funds)

 

주정부, 자치단체, 기타 행정구역별로 예산이나 재정 수입의 일정 부분을 적립하여 주택신탁기금을 운영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 약 800개의 기금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기금은 설립 기관의 지도를 받지만 별도의 운영주체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금의 운영은 유관 단체나 이해관계자 등이 결성한 운영 조직이 담당하는데 여기에는 은행, 부동산업자. 주택개발업자, 이해단체 추천인, 노동조합 대표, 저소득층 대표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이 기금은 극빈층 등 도움이 절실한 계층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이 기금이 많이 늘어나긴 하였으나 모든 지역에서 주택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경우는 없다. 기금의 규모 등에 따른 제약도 그 원인이겠지만 외부의 도움만으로 극빈층의 주택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포용적 주택 개발 정책(Inclusionary Zoning)

 

이는 우리나라의 주택 공영개발에 해당한다. 민간 건설업자 등이 신규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경우 일정 비율의 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으로 공공단체에 제공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방식은 강제 조항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임의적 관행으로 적용하는 사례도 많다.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에서 강제 조항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공주택 배정 비율, 공공주택 입주 대상의 자격 등이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다. 

 

이 제도를 적용하는 지자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저소득층용 공공주택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당국이 입장에서는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주택경기가 부진한 경우에는 이 방식에 의한 주택 공급은 거의 중단된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에는 주택개발이 활발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주택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 방법으로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신축적으로 공급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 방식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 한다. 실제 저소득층이 이 주택을 이용하는 데 재무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구입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바우쳐를 공급하는 등의 별도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 방식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여 공공주택 기여율을 높이게 되면 주택 건설 동기가 저해될 소지가 있다. 

 

비영리단체(CHDOs, Community Housing Development Organizations)의 활동 

 

미국에서는 주택문제 해결에 비영리단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기관들을 활용하면 당국에 의한 직접적인 지원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극빈층 등 그 대상을 특정하여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주택 이외의 고용, 교육, 어린이 돌봄 등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개발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우 이해관계자들의 상반된 이해를 조정하는 데도 비영리단체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주택 관련 비영리 단체의 대표적인 형태가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s (CDCs)이다. 이는 1960년대 정부와 포드 재단이 재원을 출연하여 처음 설립한 이래 현재 전국적으로 약 4,600여 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주4)

 주4)​CDC의 활동은 주택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CDC의 활동이나 성공 사례 등에 대해서는 이 기관들의 연합체인 NACEDA(National Alliance of Community Economic Development Associations)가 운영하는 사이트(https://community-wealth.org)를 참조하기 바란다.

 

CDC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하여 연방정부 주택 관련 지원금 중의 일부를 비영리단체로 배분토록 규정하고 있다. CDC는 많은 자선 단체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원 부족 등의 문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편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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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20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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