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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탄소중립과 우리의 기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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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8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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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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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F(세계야생동물기금)이 9월 발표한 '2020년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까지 약 45년간 동물(포유류/양서류 등) 4392종을 관찰한 결과 평균 개체 수가 약 70% 줄었다고 한다. 기후 변화 등으로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지구 상 생명체의 2/3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2016년에는 첫 멸종 포유류도 나왔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배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전세계 배출량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 9월22일 UN총회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탄소의 순배출 제로화)을 달성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함으로서 주변국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환경분야에서 책임있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은 중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자 경제성장과 탄소감축을 병행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의 표현이다. 대부분의 탄소는 발전, 산업, 수송 부문에서 배출된다. 발전부문의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전세계 태양광발전기 회사 TOP 10 중 대부분이 중국회사이고, 풍력회사 TOP 10 중 반 이상이 중국회사이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태양광전기는 90%, 풍력전기는 60% 가격이 하락하여 경제성까지 개선된 자신감이 엿 보인다.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도 중국업체가 이미 글로벌 선두이고, 배터리의 가격도 지난 10년간 87% 하락했다. 배터리는 수송뿐만 아니라 발전부문의 공급안정성을 위해서도 필수이다.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은 공정탈탄소 및 에너지효율향상 등을 의미하는데, 탄소포집저장이나 바이오연료 및 수소 등을 장기적으로 도입하면서 중국만의 산업조정능력 및 공격적지원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선언은 친환경 약속 이상의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전세계 석탄의 절반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의 획기적인 에너지전환이 예상되고, 장기계획의 수립 및 실행에 익숙한 중국의 다양한 계층별 의사결정에 탄소중립이 스며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2021년 상반기 발표될 제14차 5개년 경제발전 계획에 단기적 계획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부 국가들이 중국을 최다배출 국가로 지적하며 감축속도 지연에 활용해 온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대선에서도 바이든이 승리해 그 동안 글로벌 사회에서 몇몇 국가들이 사용했던 중국과 미국이라는 감축회피 명분이 사라지면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급 물살을 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1달 남짓 남았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을 경시하는 정책과 달리 2021년 미국의 새로운 리더는 친환경적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발전시설의 탄소배출을 중단하고 청정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도입하는 등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 2030년 말까지 전기자동차 충전소 50만 개소 보급, 태양광 패널 5억 개 설치, 풍력 발전용 터빈 6만 개 설치 등을 위한 세액공제 개혁 또는 연장도 선언했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축소됐던 해양대기청 및 환경보호청 예산을 키우고 NASA의 지구과학 프로그램도 재건한다고 공약했다.

 

물론 상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2조 달러 투자 등 의회 승인이 전제된 공약은 실행이 지연되거나 어려울 수 있지만, 행정부를 통해서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를 통해 발전부문의 탄소배출을 2035년까지 제로화하고, 환경보호청을 통해 기후변화를 강하게 일으키는 메탄의 누출을 적발하거나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며,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의 자본조달비용을 인상하거나 기후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수 있다. 더욱이 공화당도 찬성하는 이슈들은 거침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발전 및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및 전기차 활성화를 통해 자국 산업을 육성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리더쉽을 복원하는 것 등이다. 이것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첫 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 하겠다고 자신있게 표명한 배경일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특히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통한 기후리더쉽 복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전 대통령이 탈퇴한 국제협약으로의 재가입의 의미를 넘어, 무역 및 개발금융을 포함한 외교정책에 기후변화를 활용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고, 다른 국가의 기후변화 정책에 시그널을 주어 국제사회의 기후리더로서 다른 국가의 동반 행동도 촉진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 내 동일 업종의 탄소배출비용을 국경에서 부과하거나(탄소국경조정),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 대해서는 개발금융지원을 제한하거나 심지어 친환경개발을 조건으로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11월23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으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국무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 존 케리가 기후변화 특사로 지명됐을 때, “2021년 말 열릴 국제기후변화협상에서 모든 국가가 목표를 상향하지 않으면 모두 실패하게 되는데, 실패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해, 미국의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상술한 탄소국경조정과 더불어 전기차산업보호 및 기후기술개발 등을 통해 미국이 다시 리더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탄소중립을 선언한 EU를 포함 지난 10월 한국과 일본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에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63%를 차지하는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셈이 된다. 이에 이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핵심 사안은 단기목표설정과 실천이다. 미국이 중국·유럽연합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 협력하면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브루킹스 연구소 등 싱크탱크들도 미국이 글로벌 기후위기 해결사로서 운전석에 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게 과거 보다 훨씬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할 전망이다. 예를 들면, 미국 스스로 야심찬 2030년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바이든 당선자 취임 후 소집할 기후정상회의에서 주요 배출 국가들의 기후변화대응 가속화를 요구하며 이를 2021년 말 국제기후변화협상에 반영하도록 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경우 탄소국경조정이나 개발금융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고민이 깊어졌다. 파리협정 제4조에 각 국은 2020년말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0)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2050)를 제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UN에 제출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했는데,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포럼을 통해 시나리오를 도출(2017년 대비 40%~75% 감축)했으나 최근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 및 국회의 기후결의문 채택 등으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작년 2월부터 15개 부처가 모여 범정부협의체를 구성, 발전/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전략을 고민했고 지난 10월 중순 국민토론회도 개최했다. 

 

발전부문은 재생에너지전환과 그린수소 및 무탄소화석에너지화를, 산업부문은 산업공정탈탄소 및 효율극대화와 더불어 저탄소제품개발 및 탄소자원순환을, 수송부문은 전기차수소차전환에 바이오연료확대 및 물류수송저탄소화를 핵심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에서 특히 중요한 부문은 산업이다. 산업 자체의 탄소배출도 배출이지만, 전후방으로 다른 부문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예를 들면, 뒤로는 에너지공급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는 에너지효율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발전부문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부문에서 사용하고, 산업부문에서 만든 자동차나 공조시스템을 수송 및 건물 부문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산업이 특별히 중요이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은 2050년 장기목표로 비젼적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이를 기준으로 중간경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어 멀지만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기존의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이 탈탄소사회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각오로 모든 영역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사업은 타이밍이 전부다. 다만, 필자는 우리기업이 비록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도 글로벌 기업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우리기업이 과거에는 환경을 비용으로 인식하거나 제한된 사업으로 생각했지만, 이러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고 일단 인식이 전환되면 누구보다 빨리 움직일 것이다. 

 

우리기업이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저탄소 사회의 핵심인 친환경 에너지사업의 경우 과거에 분절된 형태의 공급, 수요, 유통사업이 저탄소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융합되고 있는데, 이 융합시장에서는 사업자의 다양한 역량이 동시에 필요하다. 즉, 탈탄소로의 에너지전환과 동시에 분산화가 진행될 것이고 이를 디지털화가 촉진할 텐데, 우리나라 기업은 에너지역량과 ICT역량을 그룹사내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영국 통신사의 경우 통신용 지하망을 활용해 전기차충전소를 건설키로 했고, 미국 반도체회사는 반도체로 다양한 산업공정 및 수송 효율성을 높여 에너지사용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독일의 에너지회사도 전기차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론칭하는 등 융합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도 이제 시작이다.

 

이는 마치 20세기말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다. 그 당시에는 누구도 인터넷이 가져올 패러다임 전환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불과 20년 만에 2불로 시작한 아마죤의 주가는 3천불을 넘었고, 많은 전통 기업들이 사라졌다. 10월 초 글로벌 전통에너지기업(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이 미국 재생에너지기업(넥스트에라)에 의해 추월 당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우리기업은 빠른 추격자 DNA를 바탕으로 풍부한 에너지경험 및 융합된 ICT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니, 너무 늦게 출발하지만 않는다면 우리기업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K-pop과 K-방역에 이은 K-기후를 기대해 보는 이유다. 이제 글로벌기업의 시총을 우리기업이 추월할 차례이고, 상대적으로 자원이 적은 우리나라에게는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패러다임의 전환은 위기 보다는 기회다. 탈탄소시대의 한국형 아마존 기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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