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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제정세] ⑰ 중동 정세와 한-중동관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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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20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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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특집호 제51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2021년 중동 정세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서로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2021년 이전의 중동정세, 미국의 중동정책이 중동정세에 미치는 영향, 구조적 측면에서의 중동정세 변화 추세, 중동지역 국가들의 국내 정치변동 등에 대한 종합적•융합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패권의 전환 과정 초기에 탈정당화(delegitimation)가 발생하고, 결국 탈중심화(deconcentration), 즉 기존 패권의 쇠락현상이 나타난다. 새로 등장한 신흥 패권국은 ‘지역적 또는 글로벌 공공재’를 자국 주도로 통제(제공 또는 박탈)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적 패권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사실 1945년 직후 최고에 달했던 미국의 패권은,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점차 하락되어 왔다. 군사 측면에서의 미국 패권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지만, 2020년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신고립주의와 ‘방역 실패’,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민주주의의 한계, 인종문제와 같은 인권문제의 심각화로 소프트 파워는 역대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2020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리더쉽 회복’을 주장하는 바이든 후보에 패배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에서 벗어나 ‘작지만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중동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 평가

 

구조적 측면에서 본다면, 오바마 정부의 ‘우월한 입장에서의 글로벌 관리’ 정책 및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중국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과 대립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중 갈등을 신냉전 또는 규범(가치, 이념) 경쟁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 측면에서의 국제질서는 중동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는 미국-서유럽 국가들-이스라엘-GCC(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이슬람순니 6개 아랍국가들)를 한 축으로 하고 중국(또는 러시아)-이슬람 시아 중심의 이란을 한 축으로 하는 단층선에 따라 커다란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란-이라크(다수 시아)–시리아(소수 시아와 아사드 정부)–레바논 헤즈볼라는 후자의 연장선 상에 있는 행위자들이다.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과 중국 일대일로 대외정책의 끝자락에 중동지역이 있다. 이 단층선은 순니와 시아 간의 이슬람 종파선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경제•안보와 관련된 이해의 단층선이고, 약하긴 하지만 가치와 이념을 포함하는 규범선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쟁 구조는 민주당 오바마 정부 때와 공화당 트럼프 정부 때에 큰 변화가 없었다. 중국과 러시아 및 이란의 확장 억제 정책, 중동에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이슬람 테러리즘 억지 정책, 친이스라엘 정책, 중동 석유에너지 통제 정책에서 일치했다. 외교정책의 세부 실행 방법에서 두 정부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스마트파워를 기반으로 하여 중국의 강대국화 억지 정책, ‘분쟁 문제의 정치적, 외교적 대화와 협상 원칙’과 개입 축소 전략, 역외균형전략, 인권과 민주주의 확대, 기후변화 억지 정책 등이었다. 자유주의적 국제(다자)주의, 자유주의적 패권주의 외교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한편으로는 이란핵 협상(JCPOA) 타결을 통해 1979년 이란이슬람혁명 이후 적대 관계에 있었던 이란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를 시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동맹국들과는 ‘약간의 거리두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단행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ABO(Anything but Obama) 정책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하고, ‘아메리카니즘’ ‘힘을 통한 평화’ 전략, 미국의 ‘최대 행동 자유,’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상향을 요구했다. 세계화 주도 체제인 WTO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를 비난하기도 하고, 탈퇴를 시도하거나 탈퇴를 단행했다(NAFTA 재협상 요구, TPP 탈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WHO 탈퇴선언, UNESCO 탈퇴 등). 다자주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고 현실주의적 패권주의, 신고립주의 정책, 일종의 독불장군식 대외정책을 실행했다. 

 

중동 정책에서도 이러한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트럼프 정부는 JCPOA에서 탈퇴하고, 이란으로부터의 사우디아라비아 안보를 위해 대규모 첨단 무기를 사우디에 판매했다. 이스라엘-UAE 평화협정(일명 아브라함 협정), 이스라엘-바레인 평화협정, 이스라엘-수단 평화협정 등을 중재했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평화협정을 강력하게 중재하는 중이었다.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1993년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 이후 30여년 만에 맺어진 이러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의 평화협정은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안보를 크게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후원을 받는 이란의 중동지역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중동에서의 반중, 반이란 전선 구축에 미국, 이스라엘, 아랍 국가들의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 시기 중동지역 주요 쟁점은 이란 문제(이란 핵, 미국 드론에 의한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살해와 이란의 이라크 미군 기지 공격, 호르무즈 위기, 이란 핵 과학자 살해, 이란 내 반정부 시위와 이란 정치변동 등), IS의 테러문제를 둘러싼 시리아-러시아-터키 간 이해의 갈등, 이스라엘-이란 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GCC 국가들-이란 간 분쟁,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평화협정 문제, 2019년 시아파 벨트 내 반정부•반시아•반미 시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정,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및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주권화 인정,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의 단교 사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둘러싼 사우디-터키 간 갈등, 예멘 내전 문제....등 매우 많았으며, 이러한 쟁점 및 문제들에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 전망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및 대 중동정책이 중동정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바이든 정부는 국제다자주의 기조 하에 유럽-중동-서아시아-동북아시아로 이어지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은 유지하되, 동맹국이나 세계에 보내는 중국 관련 메시지나 레토릭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본 인식 하에 중동정세 변화의 주요 행위자인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을 예측해 보는 것이 ‘2021 중동정세’를 이해하는 첫 작업이다.

 

첫째,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중동 정세이다. JCPOA에 대해서 이스라엘, 사우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내 강경보수주의자들은 ‘매우 나쁜 협정’이라고 비판했고, 트럼프 정부는 탈퇴했다. 대신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이전보다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이란 정책을 ‘위험한 실패’ ‘대서양 동맹의 균열 초래’라고 비판했다. JCPOA에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및 중동의 반이란 동맹그룹의 복귀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JCPOA 내용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2021년은 이란 대선이 있는 해이고, 강경보수주의자가 당선될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대로 미-이란 관계가 오바마 정부 시기의 관계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란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이기’는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둘째, 정치이슬람 세력의 테러리즘을 둘러싼 중동 정세이다. IS 등 정치이슬람 세력은 매우 약화된 상태로 지하에 숨어들어 있다. 그러나 이슬람 역사로 보아, 이슬람주의, 정치이슬람 세력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웹3.0 형태 등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언제 재등장할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2021년에는 산발적인 작은 테러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정세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이란 분쟁 문제도 풀기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이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시점에 이란 영토 내에서 이란 핵물리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바이든 정부의 예상되는 대 이란 정책에 딴지를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이스라엘-아랍 양자적 평화협정(이스라엘-UAE, 이스라엘-바레인, 이스라엘-수단 평화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란,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계되어 있어서 순니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예멘 내전, 시리아 내전, 그리고 이라크와 레바논 등 일부 아랍국가들 내의 갈등문제를 둘러싼 중동정세이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중동지역 분쟁 수가 줄어들었고, 그 강도도 약화되었다. 국내 갈등도 잠수되어 있는 상태이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다고 본다면, 갈등과 분쟁은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폭발에너지는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몇 년 내에 여기저기서 활화산처럼 크고 작은 폭발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은 국가발전 비젼을 제시하고 이를 수행해 왔는데, 장기 저유가, 코로나 팬데믹, 다양한 유형의 분쟁 등으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제 국가발전계획의 수정 시기에 접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변화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동 국내외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 생산량 조정 문제, 유가 결정 문제, 석유 파이프라인 설치를 둘러싼 문제 등이 정세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들이 자주 있었다.

 

한-중동관계에 대한 시사점

 

동맹과 인권, 민주주의, 파리기후협약과 WHO 등 국제기구로의 복귀, 미국 리더쉽 복원을 강조해온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언급된 중동정세 구성 요인들에 상당한 수준으로 개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큰 틀에서의 대 중동 대외정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JCPOA 복귀,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강력 대응 등 몇 가지 정책은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우리가 민간 차원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함을 시사한다.

 

많은 갈등과 분쟁 속에서도 중동 국가들은 안보, 경제발전, 사회복지, 교육 등 국가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10여년 전의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악화되긴 했지만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장기적으로 ‘중동의 민주화’를 추동할 것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의 역동성은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해 준다. 노동력 제공, 건설 노동자의 진출에서부터 시작된 한-중동 관계는 이제 대형 프로젝트, 첨단 기술, 무기 등 전 방위로 확대되어 있다. K-한류(K-드라마, K-영화, K-패션, K-팝, K-게임, K-뷰티, K-방역....)도 중동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 이란 제재로 이란 석유대금을 갚지 못해 한-이란 관계가 소원해져 있고, 수출입, 투자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단절되어 있다. 한국은 이스라엘, 대부분의 아랍국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정세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 ‘맞춤식 외교’ ‘맞춤식 관계’를 형성해가야 할 것이다. 세계는 ‘글로벌 밸류 체인’으로 상호의존성은 더욱 심화•확대되고 있고, 한국과 중동국 들 간에도 ‘지역 밸류 체인’이 점점 심화•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들을 활용하여 한-중동 간 전략적 상생의 관계로 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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