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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제정세] ⑭ 인도 정세와 한-인도관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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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7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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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특집호 제48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2021년 한-인도관계는 인도의 최근 몇 년 간의 정책 방침과 최근 인도를 둘러싼 사건을 포함하는 인도의 환경을 바탕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인도는 최근 역내 국가들의 경제적, 전략적 계산속에서 중요한 국가로 급부상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며,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로 여겨진다. 따라서 인도의 열망을 이해하고, 인도의 역할과 미래 전망에 대한 가능성을 관망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인도의 외교 정책 방침

 

2014년 이후 인도의 국내 및 대외 관계 형세는 급격히 변화했다. 인도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지역과 세계 질서 형성에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할 준비를 했다. 인도의 외교 정책은 과거의 망설임에서 벗어나 더욱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했다. 역내의 미중대결에서 인도는 미국의 태도에 분명한 호감을 보여 왔다. 그러나 동시에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컨대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의 4각 안보협력체 쿼드(QUAD: Quadrilateral Dialogue)에 참여하여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목표에 동의했지만 여기에 인도는 ‘포용적(inclusive)’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실제 인도는 사안에 따라 우호국뿐만 아니라 경쟁국과도 협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다정렬정책(multi-alignment)을 추구해 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인도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가까워졌지만, 러시아, 이란 또는 중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지는 않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적극적 회원국이면서도 인도는 중국과의 경쟁 상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고, 인도 총리는 중국과 2018년과 2019년에 우한과 첸나이에서 두 차례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한 인도는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실 인도는 신동방정책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쿼드를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접근할 태세를 갖춰놓았다. 인도는 2018년 공화국의 날 기념행사에 최고 내빈으로서 모든 아세안 지도자들을 초대했으며, 무역과 경제 협력과는 별도로 이 지역과의 오랜 역사, 문화적 관계를 환기하여 인적 교류를 이끌어내려 했다.

 

2020년 인도의 경제성장과 외교정책은 결과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에 의해 도전 받고 있다. 두 사건이라 함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인도와 중국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의 대치상황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 두 사건은 모두 인도에 중요한 반향을 가져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도의 보건문제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도 야기했다. 인도 경제는 코로나 발발 이전부터 둔화되고 있었고, 최근 몇 달간 그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지난 2분기 인도 경제는 각각 -23.9%와 -7.5%의 GDP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나쁜 실적에 해당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도 경제의 공급 사슬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현 시나리오에서 인도 경제 전망은 훨씬 더 내부 지향적인 방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인도와 중국의 국경대치 또한 인도 외교정책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보여질 수 있다. 국경분쟁은 중국과 인도의 관계에 가장 중요한 변수였을 것이며 과거 1962년에 이로 인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삼사십년 간 양국은 국경 분쟁을 해결하지는 못했음에도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발전시켜왔다. 국경에서 소규모 충돌이 있었지만 양국은 이를 성공적으로 통제해왔다. 그러나 2020년 5월 갈완계곡에서 양국 군 간 무력 충돌이 있었고 인도 측에서는 4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러한 대치상태는 내년 인도의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닐 것이다.

 

2021년 인도 외교정책 전망

 

위 맥락에서 볼 때 2021년 인도는 중국과 보다 명시적인 경쟁으로 돌입할 것이며, 쿼드 국가들과 더 많은 층의 안보 메커니즘을 확립하기 위해 양자 간, 4자 간 관계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일각에서는 인도가 쿼드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아시아판 나토(NATO)’ 설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비록 인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와 같은 비약적 행보가 신중치 못하다고 표현할지라도, 분명 인도는 좀 더 직접적 방법을 동원하여 중국과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인도 외무장관은 2020년 10월 제2차 쿼드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 인도는 2020년 10월 미국과 2+2 회담을 가졌으며, 양국은 민감한 위성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기본교환 및 협력협정(BECA: Basic Exchange and Cooperation Agreement)에 서명했다. 이보다 앞서 인도는 2020년 6월에 호주와 상호물류지원협정(MLSA: Mutual Logistics Support Agreement)을 체결하고, 2020년 9월에 일본과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인도는 또한 호주를 3국 합동 해상훈련에 초청하여 훈련을 4국 간의 것으로 만들었다.

 

인도는 쿼드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과도 파트너십을 넓히고 고취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2020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접근에 대한 아세안 중심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도는 또한 지역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에서 인도의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2012년부터 지역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을 둘러싼 협상에 참여해왔으나, 2019년 11월에 협상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인도 없이 지역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 2020년 11월에 체결됨에 따라 인도는 역내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계속 관여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인도는 아세안, 일본, 한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인도는 WTO 조항에 언급한 바와 같이 역내 가치사슬에 참여하고자 할 것이며, 이러한 내용은 2020년 동아시아 정상회의 공동문서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또는 인도가 지역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 참관자 자격으로 가입하거나 추후 정식 회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인도관계: 양국관계 및 역내 역학

 

한국과 인도 관계는 위에서 언급한 인도 외교정책의 궤도를 따르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인도는 지난 30년 동안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대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양국 관계는 경제, 정치, 전략, 문화, 교육, 과학, 기술 분야에서 모두 향상되었다.

 인도와 한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2009년)과 특별전략적동반자협정(2015년)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이들 협정의 결과는 그 잠재력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양국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조항은 수정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양국 간 무역은 초기 몇 년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혜택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조항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였고, 양국 무역은 감소세를 보이다 점차 다시 개선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특별전략적동반자협정이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양국이 일반적으로 상대국의 외교적 도전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는 것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도는 한국과 일본의 동해 혹은 독도 분쟁에 대한 입장표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에 대한 인도의 입장과 인도의 파키스탄, 중국과의 경쟁관계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행히도 양국의 현 지도자들은 한국과 인도의 공통된 외교 정책 목표와 성과를 이루기 위한 서로의 상호보완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인도 총리와 한국 대통령은 임기 초 서로를 방문했다. 두 지도자는 지난 몇 년간 서로 개인적 친분을 쌓고 상호 신뢰를 더 많이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인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서로 확장된 지역범위 속에서 이웃나라와 좀 더 적극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다. 양국의 이러한 정책들은 십중팔구 두 나라 간 관계를 가깝게 할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양국관계에서 지역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양국의 공식적인 공동선언은 일반적으로 법치주의, 제도화, 규범 구축, 그리고 지역 내 해양과 자연파괴와 같은 공동의 도전에 대해 다룬다. 그러나 한국과 인도는 공개적으로 중국의 공세,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향후 지역 정세에서 일본의 역할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접근을 공유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양국 모두 상호 협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고 상호 신뢰 증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현재 양국 모두 그들의 연대에서 즉각적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자회담에서 지역안보 관련 경성안보 문제를 다루기를 꺼려하고 있는데, 이는 필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2021년 한-인도 관계 전망

 

2021년 양국은 두 나라 관계에 더 많은 신뢰를 쌓고 싶어한다. 먼저, 경제 교류에 있어서 장애물을 없애고자 할 것이며,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개정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과 인도는 모두 무역의존도뿐만 아니라 공급사슬를 다각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러한 때 그들의 경제 협력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다. 사실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과 인도는 마스크에서 PPE 키트, 인공호흡기, 검사키트까지 의료장비 생산에 대한 협력을 시작했다. 이러한 협력은 2021년에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양국 모두 양국 안보전략 관계에 보다 실질적 내용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인도 모두 신동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양국 모두 역내 국가들에 서로 다른 핵심 역량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적극적인 참여는 상호보완적일 것이다. 인도는 문화적 연대과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이 지역에 자본과 기술을 가져다 줄 것이다. 실제 한국은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높은 비중의 양자 ODA를 양허성 차관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의 24개 우선국 중 11개국이 아시아에 있기도 하다.

 

덧붙여 한국과 인도는 2021년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을 받을 것이다. 이는 인도의 경우 중국과 국경분쟁으로 인한 것이고, 한국의 경우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두 나라는 2020년 3월에 열린 쿼드 플러스(Quad Plus) 회의에 참여했는데, 비록 회의는 코로나19 펜데믹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 제한되긴 했지만 이 회의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고, 스스로 반중으로 보이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를 확인 할 수 있다.

 

한국과 인도는 또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북한과 외교 관계를 지속해 온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며, 인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폐지는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이 북한에 관여하는 데 기꺼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지도부가 바뀌면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을 상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와는 반대로 조 바이든은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 한국에 더 많은 공간을 주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내년에 한국은 북한과 상대할 의사가 있는 중견국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도는 이를 위한 협력국이 될 수도 있다.

 

인도의 외교정책의 윤곽이 바뀌는 현 상황에서 2021년 인도의 지역 접근 방식은 좀 더 현실주의적일 것이다.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미국과 쿼드로 좀 더 치우칠 것이다. 동시에 인도는 쿼드로 기울어지는 것이 동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에 대한 집중을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이려 노력할 것이다.

 

또한 양국이 구조적으로 가장 강력한 두 가지 추세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의 중앙 중진국 개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도관계는 2021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 한국과 인도는 역내 정책에 있어 보다 많은 협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인도는 또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공동목표에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 한국과 인도의 양국 관계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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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17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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