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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맞으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주식시장, 전망과 변수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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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04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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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은 한국 금융사에 있어 의미가 큰 해

 

지난 2007년 코스피(KOSPI)가 2000대로 올라선 이래, 13년 만에 박스피를 뚫고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할퀴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주가가 급등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큰 의미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국내 가계가 주식시장에 컴백한 것이다. 사실 IMF이래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본격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가계는 근 20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순매도하며 점점 떠났었다. 그나마 반짝 순매수 했던 때가 2018년 7조원 이었는데,  2020년에는 무려 46조원을 넘게 사면서 극적인 반전을 나타낸 것이다. ‘순매수’ 아닌 ‘매수’로 보더라도, 2019년 개인은 570조원을 샀었으나, 2020년에는 1800조원이나 샀다(동 기간 외인이나 기관은 큰 변화가 없었음). 이 같은 규모 면에서의 급증 뿐 아니라, 외인의 매도에 대응해 개인이 주가 상승세를 주도하는 등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도 지난 20년간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었다.[그림1]

 

배경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①​ 0%대에 고착화된 금리(가령 1년만기 예금금리 0.8%선) 덕분이 크다. 예금이 사실상 인플레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면서, 저축을 오래 많이 할수록 실질적으로는 손해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②​ 정부의 각종 규제 및 세금 등으로 인해 부동산 매매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실 규제가 없더라도, 서울 등 대도시는 (특히 젊은 세대에는) 집값이 너무 올라 넘보기 어려운 자산이 되었다. ③​ 디지털리제이션(Digitalization) 및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 진전되면서 국내외 금융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졌고, 이른 바 ‘스마트 개미’들이 늘어났다. ④​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 여파로 주가가 단기 급락한 것이 싼 가격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었고 성공적인 첫 경험이 선순환 되고 있다.

 

보다 단순화하면, 예금과 부동산이 더 이상 자산증식 수단이 되기 어렵게 되자, 대안이 없는 자금들이 금융투자 업계로 모여드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된 것이다. 물론 시황에 따른 부침(浮沈)은 있겠지만, 구조적 여건 아래 장기간 계속되는 트렌드가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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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또 하나의 특징은 가계의 해외투자 급증이었다. 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21조원으로, 전년대비 660%나 급증한 것이다(잔고는 48조원). 투자 대상 국가/섹터/종목도 다양화되고, 리츠/ETF등 자산군과 투자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꼭 국내 자산에 올인하기 보다는, 글로벌 초우량 자산으로 분산투자 하는 것의 장점과 필요성을 점점 더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2. 레벨-업된 코스피, 전망과 변수는?

 

미국은 물론 한국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코스피의 P/E(주가수익배율)가 13배를 넘는 상태인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리 주가도 새로운 구간으로 레벨-업된 것으로 판단된다. ①​ 초저금리 장기 고착화에 의한 밸류에이션 Re-rating ②​ 한국 주식시장도 의미있는 성장주 그룹으로 재편 ③​ 장기 추세적인 신규 매수세 유입 등 때문이다. 특히 ②​와 관련, 현재 시총 탑10 기업들을 보면 반도체 이외에도 네이버/카카오 등의 인터넷 기업과 LG화학/삼성SDI 같은 EV업체, 셀트리온 등의 바이오 업체들이 포진되어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철강/조선/자동차 등이 시총 상위였는데, 사실 이러한 종목들은 글로벌 경기 따라 실적의 진폭이 매우 크고, 그러다 보니 어닝 전망치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대표 주식 종목들은 세계적으로도 선호받는 ‘혁신 성장주’의 범주에 있다는 것도 의미 있게 달라진 점이다.

 

이상과 같은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2020년에는 금리 급락과 같은 추가적인 모멘텀 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아래 [그림2]에서 보듯 주가의 할인률이 사상 최저치까지 빠지면서 주가를 부양했는데, 이는 주로 금리 급락 덕분이었다(주식 할인률 = 무위험 금리 + 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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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였던 것인데, 이제는 분자인 기업실적이 좋아져야 하는 국면인 것이다(실적장세로의 전환). 실제로 거래소 상장기업의 2021년 순이익은 122조원으로 전년비 40% 넘게 증가할 걸로 예상되어, 최근의 주가 상승을 지지해 주고 있다[그림3]. 

다만 이러한 전망치들은 이미 현재의 주가에 상당부분 선(先)반영되어 있어, 지수가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이익전망치의 추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또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①​ 애널리스트들의 2021년 전망치 상향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②​국내외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정상화 시나리오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가령, 코로나19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호텔/레저, 화장품 등 소비재 관련 섹터의 어닝 추정치는 바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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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변수 및 리스크도 있다. 주로 글로벌 변수들인데 우선, ①​ 2020년 막대한 경기부양책 및 유동성 투입의 결과 이미 국내외 공히 기대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으며, 2021년 경기 정상화시 더 오를 위험성이 있다. 이는 이미 매우 높아진 주식 등 위험자산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며 특히 성장주에 불리한 측면이다. ②​ 만일 실제로 인플레 상승이 가속화 된다면, 미국 연준(FRB)의 후퇴에 대한 우려가 대두될 위험성이 있다. 아직 미국의 인플레 기대치(10년 BEI)는 1%후반이고 10년 금리도 0.9%선이지만, 인플레 기대가 2%중반에 달하고 그 여파로 금리도 1%중반을 넘어서게 된다면, 연준도 고민스러워질 개연성이 있고 시장은 선반영하려 할 것이다. [그림4] 

한편, ③​ 코로나 위기 및 선거 국면에서 잠시 소강 상태였던 미·중 갈등이 다시 본격화될 위험성도 있다. 지난 2019년에도 그랬지만, 미·중 갈등 심화 시 가장 큰 타격은 한국이 받는다. ④​ 글로벌 빅테크들의 독과점 이슈와 관련, 기존의 강경 입장이던 유럽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도 온라인 금융을 중심으로 자국 내 단속을 시작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빅테크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성장주 전반에 부담요인일 수 있다. ⑤​ 끝으로, 예측이 어려운 변수이기는 하나, 코로나 백신의 보급 문제, 나아가 효과에 대한 일부 의구심과 심각한 부작용 발생 등으로 현재의 기대와 다른 양상이 전개될 잠재적 위험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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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식을 하는 이유와 원칙, 그리고 업계의 자세

 

주식투자의 궁극적 이유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적 자유와 평안한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과거 저축이나 부동산을 통해 그래왔던 것처럼 우량 자산을 꾸준히 쌓아가야 된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글로벌리 가장 우량한 자산은, 세상을 바꿔놓는 혁신 기업일 것이다. 가령 애플이 라디오/TV/VCR/인터넷/핸드폰을 통합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시총 2000조원이 넘는 보상을 받고 있듯이, 테슬라가 100년 넘는 자동차 역사를 바꾸면서 올해만 600% 넘는 상승을 기록하듯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innovation(혁신)을 사는 것이 좋다[그림5].

 그러한 혁신과 성장을 사서 장기 보유하면 그것이 곧 가장 빠르면서도 안전한 자산 증식 방법이라 생각된다. 관건은 애플, 테슬라 다음이 누구냐 인데, 이와 관련해선 당사도 최근 연말 포럼 등을 통해 윤곽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기업을 찾는 것도 좋지만, 많은 테마들이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로 이루어진 만큼, 개별 기업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테마는 향유할 수 있는 테마틱 ETF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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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처럼 2020년을 기점으로 개인의 국내외 주식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금융투자업의 역할과 책임감도 함께 커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가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양호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마인드와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금융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벌고 그것이 결국 그들의 생활과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반도체/자동차 수출 못지 않게 국가경제에 의미 있다는 소명의식 까지도 갖춘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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