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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 (14) 외국의 사례(Ⅰ)-네덜란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06일 17시05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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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총론 : 국별 검토에서 유의할 점>


주택문제는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걱정거리이다. 주택 가격 추이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때 주택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평가받은 나라들도 시일이 지나면서 그 문제가 재차 불거지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각국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였는지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주택정책이 체계를 바꾸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가격 흐름의 국제 비교

 

200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 움직임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지속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는 나라, 금융위기 등으로 인하여 큰 폭의 기복을 보인 나라,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하지만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나라, 그리고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 등이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선진국(OECD) 평균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이는 나라들은 주로 앵글로 색슨계 나라들로 영국을 포함하여 캐나다 호주 등이 이에 속한다. 프랑스는 이 나라들과 민족적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없으나 OECD 평균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또 다른 유형의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이다. 여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이 포함된다. 그리고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경험하였던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도 이 유형에 속한다. 비록 이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주택가격이 큰 기복을 보였지만 근래 재차 상승하기 시작하여 2020년 현재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였다.

 

이 유형에 특이하게 포함된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이렇다 할 위기를 겪지 않았음에도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네덜란드의 주택소유 형태가 특이한 상황에서 EC 통합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형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기는 하지만 그 오름세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심하지 않은 나라들을 모을 수 있다. 이 나라들은 주로 독일계 나라들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다. 이 나라들은 주택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최근 들어 이 나라들이 당면한 주택문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인데 두 나라의 특징을 굳이 꼽는다면 주택가격이 흐름이 서방 선진국들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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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흐름의 유형은 각기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나라가 주택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비슷한 여건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제조업이 퇴조하고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지방이나 지역 대신에 대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도시는 서비스업이 발달하였고 관련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편 선진국 대부분이 거시경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해왔다.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금융안정 차원에서 막대한 금융자금이 공급된 대다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완적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였던 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게 되는데 대도시의 주택이 그 진원지가 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데 비해 인구 집중 등으로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은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대도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임대료 인상도 이어지게 되어 저임금 노동자들은 도심에서 점차 밀려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이 재산 형성에서도 뒤처지고 소득은 감소함으로써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주택문제로 인하여 걱정과 번민의 정도가 심화되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 현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상당수의 선진국에서 서민들이 주거안정과 함께 직장안정도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구가 유출되는 지방에서는 대도시와는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인구감소로 사회간접자본을 운영하는 비용을 소수가 분담하면서 생활비는 늘어나는 이중적인 고통을 부담하게 되었다. 몇몇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도시와 지방의 주택시장 흐름이 이원화되고 있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는 관점

 

이와 같은 주택문제에 대응하여 각국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대책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제 주요국의 주택정책을 살펴보기로 하자. 다른 나라의 주택정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주요 포인트를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이는 서술의 기준을 제공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주택정책 체계를 바람직한 방향을 고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함이다.

 

첫 번째 살펴야 할 항목은 주택정책의 목표이다. 각국에서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안정에 해당하는 정책 목표가 설정되어 있는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별 주택가격 차이가 나는 데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하여 전국을 한 단위로 보고 동일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세 번째 정책수단들로 어떤 것을 사용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조세 금융정책과 아울러 행정적 규제 수단들을 활용하였다. 과연 외국에서도 이러한 수단들을 사용하는지 흥미롭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다른 수단들을 동원하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주택정책의 집행방식이다. 일부에 의해 수행되는지, 시계는 얼마나 긴지, 시장의 수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등의 이슈가 여기에 속한다.

 

기타 주택정책에 대한 기본적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등도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주택가격의 동향에 대한 당국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주목하여야 한다. 그리고 주택정책을 일반 경제정책으로 보는지 아니면 사회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보는지가 포인트가 될 것이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주택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나 배경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를 살피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그리고 주택문제가 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데 정치적 의사결정이 주택문제에 해결이 되는지를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네덜란드>

 

1. 주택정책 체계

 

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률도 제정하고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적극적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주택법을 제정한 것이 자그마치 1901년의 일이었다. 이 법은 주택의 질이 열악하였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지방 정부로 하여금 지역 구획을 획정하고 택지를 개발토록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이 구역에는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사회간접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였다. 그리고 아래에서 상술할 주택조합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극심한 주택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 중 주택이 대규모로 파괴된 데다 종전 이후 경제 사회적 여건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제회복과 더불어 인구가 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가족의 형태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주택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였다. 이에 부응하여 주택건설을 촉진하는 한편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임대료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토록 하였다. 임대료 상승이 임금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시급한 주택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1960년대 들어 주택정책의 주안점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임대주택 및 공공주택의 공급은 지방정부에게 일임하고 중앙정부는 점차 그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에게도 규제 권한이 부여되었다. 다만 지방정부의 규제는 관련 법률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규제는 1965년 제정 국토관리법(Wet Ruimtelijke Ordening, the 1965 law for spatial planning)과 부합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 법의 기본 목적은 사람들은 가급적 도시에 살고 농촌이나 지방은 자연 보호 차원에서 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지표면이 해수면보다 낮은 자연환경적 문제점으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그 이후 이 법으로 인하여 택지 공급에 제한이 따랐다.

 

그럼에도 네덜란드에서 주택정책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취급된다. 심지어 헌법에서 주택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헌법 제22조 2항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주택에 대한 기회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The promotion of adequate housing opportunities is the subject of government care.) 그리고 정부는 10년 단위로 주택정책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정책을 실행하여왔다. 1989년 작성 the Housing in the Nineties Memorandum, 그리고 1999년 작성 The Draft Housing Memorandum 2000–2010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여망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Priemus 2001). 

 

* Priemus, Hugo, "A New Housing Policy for the Netherlands (2000–2010): A mixed bag," Journal of Housing and the Built Environment, Vol. 16, pp.319–332, 2001.

 

네덜란드의 주택정책은 두 가지 분야로 분리되어 운용되고 있다. 하나는 주택시장(property market)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시장(rental market)이다. 실제로 주택 부문은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총주택에서 자가주택 비율이 60% 정도이고 임대주택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주택제도 면에서 특이한 것은 임대주택 공급자인 주택조합(housing associations, woningcorporaties)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택조합은 상업적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비영리 단체이다.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은 양질의 주택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데에만 사용토록 제한되어 있는 특수 법인형태의 조직이다.

 

현재 주택조합이 임대주택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민간 보유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이다. 민간 임대업자의 경우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민간임대업자라 하더라도 임대료 등에 대해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2. 정책수단

 

임대주택의 태동 단계에서부터 이 시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고 실제로도 그런 측면에서 꽤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주택조합과 임대시장

 

주택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택조합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주택조합은 1850년대부터 설립 운용되기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주로 고소득 노동자들이 결성하였다고 한다. 고용주가 설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사갈등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결속력을 높이는 한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단체 사회단체 및 인본주의자 등도 주택조합을 결성하고 주택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주택조합은 네덜란드가 주택을 통해 박애주의적 자본주의(philanthropic capitalism)를 실현하고자 하는 통로가 되었다(Hoekstra 2017).

 

 * Hoekstra, Joris, “Reregulation and Residualization in Dutch Social Housing: a Critical Evaluation of New Policies," Housing Critical Analysis, Vol. 4, No. 1, 2017, pp.31-39.

 

주택조합의 기능에 대해서는 다음의 6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적절한 거처를 구하지 못한 사람에게 주택을 제공, 주택의 질을 양호한 수준에서 유지, 임대주택 입주자의 주택 문제에 대한 상담, 주택조합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 확보, 주변 지역을 살기 좋은 사회로 지원,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주택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주택조합에 대한 지원책과 아울러 임대시장에 대한 규제 및 보호정책이 곧 주택정책의 근간을 이룬다. 임대시장에서는 임차인을 보호 및 지원하기 위한 제도들이 주로 운용하여왔다. 구체적으로는 임대료 상한에 대한 규제, 임대료 인상률에 대한 규제, 그리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기타 규제 등이 있다. 

 

임대료 상한은 주택의 질에 따라 달리 책정된다. 주택의 크기나 구비된 가구나 시설 등을 감하고 주변 환경도 고려한다. 여기에는 상점과의 거리, 학교, 교통 등 편의 시설과의 인접성 등을 살핀다. 

 

임대료 인상률은 매년 의회에서 결정하며 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결정된다.

 

임차인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huurtoeslag)도 지급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임차료가 높을수록 수령 보조금은 많아진다.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임차인이 좀 더 나은 집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구의 약 15%가 임차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Vandevyvere and Zenthöfer 2012).

 

 * Vandevyvere, Windy, and Andreas Zenthöfer, “The Housing Market in the Netherlands,” European Commission, Economic Papers 457, June 2012.

 

이와 아울러 주택조합에 대한 각종 특혜를 주고 주택조합이 임대시장의 안정을 도모토록 하는 정책체계를 갖추고 있다. 주택조합은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고 있다. 주택조합이 자금을 차입하고자 하는 경우 1983년에 설립한 공공주택보증기금(the Guarantee Fund for Social Housing)을 통해 보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공공주택보증기금은 여타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데다 정부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직접 차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주택조합은 특수은행주1)으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주1)  the Bank of Dutch Municipalities (Bank Nederlandse Gemeenten, BNG) 및 the Nederlandse Waterschapsbank (NWB) 등

 

주택조합은 지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행정적인 측면에서 여러 기지 이점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면 택지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리고 법인세를 면제 받는 특전도 누리고 있다. 

 

이에 더하여 공동 기금을 활용한 보조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주택조합들은 중앙주택조합기금(the Central Housing Fund)을 적립하고 있는데 이는 재정적으로 건실한 주택조합이 일종의 출연금 형태로 조성한 기금이다. 경영상 애로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한 주택조합은 이 기금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1990년대 주택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맞는다. 정부가 각종 보조금들을 감축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1994년 정부는 주택조합에 대하여 지급하는 보조금을 축소하는 대신 일시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정부대출금을 일괄 상계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주택조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한편 재정적으로 자립토록 유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주택조합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주택조합들은 임대료 이외에 외부 단체로부터의 기부금 등을 활용하여 주택을 유지하고 건설하여야 했다. 심지어는 장부가격이 아주 낮은 보유 주택을 시장가격에 매각하여 수익을 내고 이 자금을 활용하여 주택을 건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조치로 임대주택의 공급이 위축되었는데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1990년대 초 39%에서 2000년대 33%로 축소되었다.

 

주택매매시장

 

임대시장과는 별도로 주택시장에 대한 정책은 주택의 자가 보유를 촉진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특히 대출을 활용하여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유인을 강화하였다. 

 

먼저 주택 구입시 활용한 대출의 이자에 대해 세금을 감면하는 조치(the mortgage interest rate deductibility)를 취한 것이다. 주택대출금의 이자 전액에 대하여 세금 공제 항목으로 적용되었는데 이 제도는 1893년부터 시행되어 왔다.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을 30년 동안 적용되는데 이 기간 중 다른 주택으로 이주하더라고 남은 기간 동안 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출이자 세금 감면은 고소득층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었다. 주택 구입자는 가급적 많은 금액을 차입하고자 하며 대출 이후에는 가급적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가계부채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네덜란드 은행들은 LTV 비율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는 데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의 재무 안전성을 떨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네덜란드에서는 주택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한편 명시적인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등 주택보유로 인한 자본 이득세가 없다는 것도 네덜란드 주택시장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그 대신 자가 주택에 대하여 귀속임료(imputed rent)를 산정하고 이를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자가주택 귀속임료는 자연적으로 상승하지만 그 부담은 과히 크지 않다. 주택가격의 0.6%가 통상적인 귀속임료 상한선이기 때문이다. 고가주택은 이보다 높은 비율을 적용하고 있고 점차 이 비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특히 주택시장에 대한 지원책으로 장기주택대출(mortgage)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장기주택대출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네덜란드 정부는 1993년 장기주택대출보증제도를 도입하였다. 장기주택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실업 등의 문제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 보증기관에서 대출금을 대납하고 자금 차입자는 그 주택을 계속 소유토록 하는 일종의 보험 제도이다. 보험료는 2012년 현재 대출금의 0.7%이고 보증한도는 35만 유로이다. 사실 이 제도는 남용되어 왔는데 은행과 차입자 모두 선호하는 제도로서 정부가 실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효과가 있다.

 

3. 효과와 문제점

 

네덜란드의 주택정책은 일방적인 지원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통해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다. 그에 비해 몇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첫 번째로 지적하여야 할 것은 주택시장이 큰 기복을 보였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고평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IMF WEO 2008 April).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에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음에도 주택가격이 하락한 것은 주택 시장의 내구력이 약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결과 가계부문의 취약성이 높아진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네덜란드는 가계부채 수준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그리고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의심이 증폭되는 단계에 진입하였다. 국내 사정이 이런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함으로써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이완적 분위기가 급격히 경색 국면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더하여 재정부담도 급격히 증가하였다. 매년 주택대출 이자 조세 감면으로 재정수입이 타격을 받는 데 더하여 대출 관련 보증이 GDP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였다. 특수은행을 통한 주택 관련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에 더하여 장기주택대출보증도 정부가 부담하여야 할 채무였다. 

 

그리고 주택 공급이 근본적으로 위축되는 구조로 운영된 것도 문제였다. 공공주택의 경우 입주할 당시에만 소득수준 등을 심사하고 그 이후에는 아무 규제도 없다. 대개의 경우 입주 이후 소득이 상승하고 안정적 생활을 영위한다. 그런데 생활이 나아진 공공주택 입주민이 좀 더 높은 계층으로 나아가지 않으면서 새로운 입주 수요를 충족하기 곤란하게 되었다. 비교적 저렴한 주택에서 지속적으로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입주자를 찾기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기존 입주자가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규주택 부족 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런 요인으로 인구 이동이 극히 제한되기에 이르렀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자 하여도 그 지역에서 주택을 구하기 어렵다. 가능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노동의 이동이 제한되고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4. 최근의 동향과 조치 

 

최근에는 임대시장을 운영하는 중추인 주택조합이 여러 면에서 문제를 야기하였다. 1990년대 정부가 주택조합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 후 주택조합들은 주택을 넘어서 빌딩이나 사회간전자본 등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이를 기화로 재정상태가 크게 개선되었다. 이자율이 낮아진 데다 집값은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풍조인 신자유주의적 조류에 따라 주택조합의 투자가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야기되었다. 경영자에게 과도한 봉급을 지급한다든가, 대규모로 투자하였다가 손실을 보는 등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의회가 주택조합에 관하여 광범위한 문제점들을 조사하였다. 경영자들의 윤리 의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였는데 전통적으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 윤리적 기초가 와해되고 주택조합의 본래 책무를 잊히게 되었다.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데다 감독체계 미흡, 내외부 감사 부재 등 지배구조도 명확하지 않았다. 각종 지원에 힘입어 업무 영역을 확대하여 재정자립도를 높였지만 풍족한 재정이 오히려 각종 형태의 도덕 해이를 야기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네덜란드의 주택정책, 특히 임대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과 지원은 EU 출범 이후 불공정 문제로 비화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네덜란드 정부와 EU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주택조합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여 2011년 타결을 보았다. 중앙정부가 공공주택임대차에 관한 통제력을 강화 확보하는 한편 주택조합을 기초경제목적서비스제공단체(Services of General Economic Interest: SGEI)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 협상의 결과로 주택조합은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 등에 국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주택조합은 소유 주택의 90%를 목표 계층에게 임대하여야 하도록 바뀌었다. 

 

이 협상 결과를 반영하여 2015년 주택법 개정하였다. 주택조합의 업무를 명확히 하였는데 중점 업무 대상을 명시하고 기타 업무는 영리 단체나 시장 기능으로 이관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주택관리청을 내무부 내 조직으로 창설하고 주택조합의 활동을 감시 감독하며 재무 상태 검사, 주택조합의 경영진의 임명 승인 및 적격성 심사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였다. 입주자 대표, 지역 정부, 주택조합 등은 매년 주택조합의 업무 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합의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아울러 주택조합 소유 주택의 95%를 주택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가계를 대상으로 법률에서 정한 임대료 이하에서 임대하도록 강제하는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하였다. 

 

하지만 임대료 규제와 주택조합위 업무 범위를 엄격히 제안한 결과 네덜란드 임대시장 정책의 근간이 무너지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네덜란드 임대 시장은 사실은 소득의 고저를 불문하고 같은 공동체를 형상하고 사는 공동체적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임대료 규제와 주택조합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이러한 특성이 사라지고 말았다.

 

공공주택 등 규제부문에서는 임대료가 고정되어 있다. 반면 규제 받지 않는 사적 영역에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상승하였다. 자가주택과 임대주택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2013년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정하는 방법도 적용되었다. 저소득층 등은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보다 높은 상승률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차별적 규제가 보편화되는 와중에 2015년 주택법 개정으로 주택조합의 주택 분배 비율도 법으로 정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주택조합 소유 주택에는 저소득층만 살게 되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배분비율을 높이고 이를 강제함으로써 주택조합 소유 주택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에게 배분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주택들은 저소득층만 사는 동네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사회 저층이 모여 살게 되는 것을 잔류현상(residualization)이라고 한다. 이는 주택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기필코 방지하여야 하는 현상이었다. 그간 네덜란드에서는 임대주택 단지라 하더라고 여러 소득수준의 주민들이 같이 어울려 거주하고 공동체(mixed-income renting zone)를 형성하는 사회적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었다. 그런데 이러한 소중한 전통을 잃고 말았다. 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전통적인 주택정책의 목표를 상실하고 말았다.


5. 요약과 결론

 

네덜란드는 임대시장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공동체를 구현하려는 이상적 목표를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그 목표는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잘 구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지원에 의한 주택정책은 지속 가능성의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네덜란드 주택정책을 평가하면 지나치게 지원 위주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 일변도의 정책은 폐쇄경제로 머물러 있을 때에는 그 문제점이 가시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정책은 아니었다. 재정적자 누증 등의 문제점이 축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경제 개방 등 일련의 조치로 이러한 지원 일변도의 정책은 더 이상 유지하기 곤란하게 되었다. 물론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주택정책의 체계를 변환시키고자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자체적으로 주택정책의 체계를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면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네덜란드에서 주택문제가 심화되는 과정을 보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누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주택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는 장기적 안목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임기응변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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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06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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