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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financial is more financial!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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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16일 18시30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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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재무적인 것이 더 재무적이다(Non financial is more financial!)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불고 있다. E와 S를 대표하는 환경에너지 및 사회책임은 물론 사회공헌, 윤리경영, 임팩트투자, CSV(사회가치경영), 인권 및 안전 등 원래 광범위한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이 ESG라는 블랙홀로 흡수되는 느낌이다. 심지어 조직 이름과 프로젝트명을 경쟁적으로 ESG로 바꿔 나가고 있기도 하다. 필자는 ESG전문가로서 ESG의 부상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ESG가 너무 광범위한 커버리지를 흡수하다 보면 오히려 집중해야 할 본질적인 의미는 묻힌 채 표면적인 확산만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이에 본 기고에서 다시 한번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ESG의 본질


ESG란 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비재무적 항목으로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약자이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행사나 연례 서한발송과 같은 상시 소통을 통해 기업이 환경 및 사회를 고려한 경영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소송이나 투자철회 등으로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올해 1,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배경에도 전세계 40조달러를 운용하는 540개 글로벌 투자자가 조성한 'CA(Clim-ate Action)100+'라는 투자자 연합이 자리하고 있다.

 

 2020년 주요 글로벌기업들의 환경 관련 주주제안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성과를 임원보상 및 이사회 독립성과 연계하라는 요구, 환경목표 및 성과를 공개하라는 요구, 환경관련 리스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라는 요구가 주를 이루었다. 최근 환경관련 주주제안 중 3/4이 기후관련 제안이고, 2/3가 단순 공개요구가 아닌 구체적 행동을 요구한다는 점과, 기후관련 주주제안 지지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향후 통과되는 주주제안이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마치 돈을 빌려준 친구에게 착한 일을 하라고 권유 하는 것과 같다. 전화나 이메일로 권유하다가, 착한 일은 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되면 소송을 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ESG리스크를 투자자 관점에서 살펴 보자. 2015년 약 200개 국가가 합의한 파리협정에 따라 탄소를 감축한다면 석유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석유매장량의 약 1/3은 땅 속에 묻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유매장량과 기업가치가 정비례하는 업종특성 상 석유회사의 시가총액의 약 1/5은 증발하게 된다.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에 대한 우려다. 탄소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와 관련된 업종에 돈을 투자한 금융기관은 좌초자산으로 인한 손실이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석탄회사의 기업가치가 74%하락한 것을 목격한 글로벌 투자자는 다른 업종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투자자로서 투자리스크를 미리 회피하려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이다. 금융기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7조달러(약 8200조원)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이 투자대상기업을 상대로 구체적인 친환경 요구를 시작했다. 화석연료발전 및 석탄관련 매출 25프로 이상에 직간접 투자를 금지하고, 탄소정보공개 글로벌권고안에 따른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투자자가 ESG에 열을 올리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투자정보제공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져가던 올해 1분기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3,847억 달러가 유출된 반면, 지속가능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동 분기 457억달러에 달했다. 전체시장에서는 돈이 나가는 와중에 ESG관련 투자로는 돈이 들어온 것이다. 심지어 영국의 대표적인 자산관리사인 Charles Stanley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국 주식에 투자한 일반 수익율은 -0.1% 였던 반면, 동 기간 지속가능(ESG) 펀드의 투자 수익율은 9.1% 였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이슈 뿐만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려는 이유도 병존하는 것이다.

 

글로벌리더들의 ESG 관점


이미 ESG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은 선진국을 보면, 상술한 ESG의 본질을 검증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표준이 된 ESG투자는 화석연료, 갑질, 자료 미공개 등과 관련 있는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거나 자체적으로 ESG 점수를 매겨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는 ESG투자가 수익률에서 전통적인 투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 이전에도 ESG 리스크를 잘 관리했던 기업이 위기가 닥쳤을 때 주가 변동성과 파산 위험성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ESG관련 신사업 기회를 선점한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ESG의 경험이 많은 글로벌 리더들의 조언은 귀를 기울일 만 하다.

마침  지난 11월초 올해로 11회차를 맞는 Asian Leadership Conference(ALC)가 웨비나 방식으로 열렸다. ‘코로나 이후: 세상을 바꾸는 리더십,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전 세계 정치 지도자, 기업인, 석학 등 160여 명이 60여개의 세션에 참여해 코로나 이후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혜를 모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로버트 스미스 이퀴티파트너스 CEO, 톰 핑크 베어링자산운용 글로벌회장, 이규성 칼라일그룹 CEO, 후이링탄 그랩 공동 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미증유의 위기를 돌파할 지도자의 자질로 ‘다양성과 포용의 리더십’을 꼽았다. 

 

이번 ALC에서도 ESG세션 좌장을 맡은 필자도 ‘ESG: 뉴 노멀 시대의 새로운 투자지표’라는 주제로 글로벌 전문가들과 인사이트를 나눈 후, ‘Non financial is more financial(비재무적인 것이 더 재무적이다)’이라는 선언으로 ESG세션을 결론지었다. 

 

동 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한 네덜란드계 자산운용사인 NNIP의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책임투자부문 대표는 “ESG투자는 수익성과 별개로 생각해선 안된다. ESG관련 책임있는 기업은 미래 위험에 잘 대비하며 투자자는 이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여 투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는 이러한 판단에 ‘돋보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ESG관련 책임있는 기업의 사업모델 및 지배구조의 성과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위험/기회가 투자자의 위험/기회이므로 ESG관점에서 투자자가 기업의 중요한 동지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도 역설했다.

NNIP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총 370조원 규모의 운용 자산 중 3분의 2 이상 ESG를 고려해 투자하고 있고, ESG를 고려한 주식 펀드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지난 8월 말 기준 13.17%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동 기간 MSCI 선진국시장세계지수를 약 4% 웃도는 성과다. 

 

한편,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ESG를 투자전략이나 경영전략에 반영할 때 글로벌 전망을 유념한 상태에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사용 정도가 다른데, 이미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글로벌 자금 유치시 투자전략이나 경영전략에 ESG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로펌인 레이텀앤왓킨스에서 ESG부문을 리드하고 있는 폴 데이비스 파트너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자문 경험을 털어놨다. “몇 년전 ESG는 회사내 한 팀내의 업무였는데, 지금은 다양한 팀을 관통하는 업무로 부상하면서 이사회의 업무가 되어 가는 추세이다”라며, 주로 글로벌 기업이 자문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지속가능한 투자,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공급망 관리, 공시 및 보고 라고 강조했다. 추가로 데이비드 변호사는 ESG에는 워낙 많은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주제가 자신에게 중대성이 있을지 선별하여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SASB는 77개 업종별 주요 지표로 이미 업종내 ESG관점에서 무엇이 중대한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SASB는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로 ESG요소를 재무적 성과와 연계하여 보고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ESG를 위한 업종별 권장지표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 토론자인 레베카 미쿨라 라이트 ‘기후변화에 관한 아시아투자자 그룹(AIGCC)’ 국장은 글로벌에서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투자자 그룹인 Climate Action 100+의 이사로 더 유명하다. Climate Action 100+는 540개 투자자 연합(약50조달러운용)으로 16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를 관리하는 지배구조 구축, 파리협정 목표와 연계된 탄소감축, TCFD(기후변화관련정보 공개기준)수준의 정보공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Climate Action 100+의 요구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쏟아지는 탄소중립 선언을 촉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트 국장은 “2021년부터 기업들의 2050 탄소중립 이행 경과를 매년 공개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기업들의 2025년 및 2030년 중단기 경과도 포함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라이트 국장은 모든 것을 한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Clim-ate Action 100+ 같은 경험있는 투자자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가이드와 사례를 활용하라고 조언하며, ESG관련 투자자의 요구를 압력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투자자의 경험과 자원을 활용한다는 자세로 임하기를 제안했다. 특히, 정보공개에 대해 엄격한 충고로 “투자자에게 필요한 ESG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가공된 정보를 사용하게 된다”라며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SG 관련 제언


그렇다면 ESG가 표준화된 선진국과 달리 ESG가 본격적으로 회자된지 1년도 안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린 아직 ESG 투자 가이드라인도 없고 금융기관 및 기업의 깊은 이해도 부족하다. 이에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투자를 확대하고 경영전략에 반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ESG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ESG투자 규모는 10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도이치 뱅크가 예상했다. 계산하기도 어려운 큰 돈으로 ESG의 주류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ESG전문가로서 필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 및 기업에 다음과 같은 단기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다. 

 

 우선 투자자의 ESG관련 정보공개 요구가 집요해질 것이다. 정보공개의 글로벌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투자자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준 준수를 요구할 것이다. 다음은 투자자들이 공개된 기업의 정보와 실제 이행이 일치하는지 모니터링하며 일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ESG관련 말과 행동이 다른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전략이나 경영전략을 최종 판단하는 의사결정자(최고경영자 혹은 이사회)가 ESG를 직접 챙기도록 요구할 것이다. ESG관련 위험을 미리 회피하고 기회를 미리 선점하는 것은 투자자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의사결정자의 임무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투자전략이나 경영전략의 최종 의사결정자가 ESG이슈를 깊게 이해해야 한다. 이사회나 사장단교육 등을 통해 우리 회사의 투자자들이 어떤 맥락에서 ESG 요구를 하고 있고 특히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지, 우리 회사는 무엇이 부족하고 어느 부분에 특별히 집중할 것인지, 나아가 투자자를 활용하여 오히려 경쟁우위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는지를 최종 의사결정자가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할 시점이다.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부회장이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ESG관련 ETF(상장지수펀드)인덱스에 포함되는지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래 기업가치를 좌우할 사안이라면 ESG를 회사내에서 누가 챙겨야 하는지 명확한 것 같다.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에 ‘Non financial is More financial’이 추가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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