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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재건'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주는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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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22일 17시10분

작성자

  • 전준수
  • 서강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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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실사단을 구성하고 서류실사부터 실시하기로 하였다. 대한항공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야기되는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중복되는 인원의 경우, 중복되는 항공노선을  통폐합이 아니 시간대 조정 등으로 합리화 할 것이며 기종조정, 목적지 추가 등을 통해 현 인력 유지방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항공사가 통합되면 오히려 동반 부실 가능성이 낮아지고 항공기 운용 효율성뿐만 아니라 지원,영업 조직도 효율적으로 바뀌고 화물 터미널 이용과 정비 측면에서 큰 효율성을 만들어내어 비용 절감면에서 큰 효과가 있어서 적자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한진구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 원의 자금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2조5천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1조5,000억 규모의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및 3,000억 원의 영구채 인수로 총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이때 유상증자에는 기존의 대한항공 주주들은 배제된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은 여객과 화물운송 실적기준 세계 19위권이고 아시아나항공은 29위이다. 만일 이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7위권의 대형 항공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두 국적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국책은행이 지원한 금액은 아시아나항공에 3조5,400억 원이고 대한항공에는 1조2,000억 원이 지원되어 총 5조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다국적 항공컨설팅 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영업을 중단한 항공사가 43개에 달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버진 아트랜틱(영국), 에어로 멕시코, 버진 오스트렐리아, 남아프리카항공등이 금년 들어 파산하였다. 살아남아있는 세계 유수한 항공사들도 정부의 긴급 자금지원으로 간간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운송업의 두 축인 항공업과 해운업이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 역사 속에 사라진 한진해운은 2016년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국내 1위의 대표선사로 세계 7위의 해운회사였다. 일단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한진해운 선박 100여척이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항만에 입항 불가와 압류로 세계적인 물류대란이 발생하였다. 이후 세계 화주들이 국내 해운회사들의 추가적인 파산 등을 우려해 대한민국 국적선사 이용을 기피하였다. 이로 인해 국내 물동량 급감 및 해운산업의 전반적 위기를 초래하여 국가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살아남은 현대상선도 빈사상태로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책이 없으면 역시 도산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2016년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하여 하나 남은 원양정기선 회사인 현대상선을 구제하기위한 자금지원을 산업은행을 통해서 지원하게 되었다. 

현대상선은 2010년 5,70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3조8,426억 원에 달하였다. 이로 인해 동기간 누적 단기 순손실은 5조9,429억 원이어서 도저히 소생의 가망이 없어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의 예를 들어 국적 원양정기선사 없이도 경제발전을 이루어 갈수 있다는 주장도 하였지만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나, 준 전시상태에 있어서 국가의 위급 시 국적선사의 역할은 나라의 생명줄과 같다는 인식에 국가적인 공감대를 이루어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하여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정부가 수립하여 해운산업을 범국가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이 목적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었다. 이후 총 3조1,500억 원 규모(약 90% 선박금융)의 자원을 조달하여 HMM(구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을 건조하게 되었다. 금년 중에 12척의 24,000TEU급의 컨테이너 선박이 건조되어 동서항로 (유럽항로)에 투입되었으며 내년 중에는 16,000TEU급의 컨테이너 8척이 건조되어 미주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HMM은 금년 2분기이후 급반등하는 시황으로 3분기 영업이익은 2,771억 원이고 연간 영업이익은 8,42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해운운임지수가 작년대비 2배이상 급등하고 운임이 4배이상 급등하였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물동량 감축에 대비하여 선사들이 선박을 30% 이상 감축한 상태에서 물동량이 회복이 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재고 비축현상이 뚜렷해지고 11월부터는 미주지역의 연말 특수 효과까지 더해져 선복 부족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HMM(구 현대상선)이 신조한 컨테이너 대형선 12척이 금년에 모두 건조되어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지는 않고 있다. 내년 8척의 16,000TEU급의 신조선박이 건조되어 미주항로에 투입된다면 우리나라 수출입업계의 큰 힘이 될 것이다. 내년이 되면 전체 컨테이너 선복양에 있어서는 한진이 가지고 있던 위상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유한 12척이 최신예 대형선인 것을 감안하면 경쟁력에 있어서는 한진해운의 위상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현재 HMM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로 지분 17.3%를 소유하고 있으며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약 3.58조 보유하고 있다. 만일 전환권행사가 100% 이루어질 경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은 72.2%까지 상승하게 된다. 과거의 사주였던 현대그룹의 소유주식은 전무하다. 현대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알자기업인 현대증권까지 매각하여 회사를 구제하려 노력하였지만 산업은행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회사를 양도한 것이다.

 

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와 과거 한진해운이 도산한 후 현대상선을 재건시킨 것과의 큰 차이점은 현대상선의 경우 정부주도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해양진흥공사라는 전담 공기업을 만들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HMM의 20척의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이루어내었다는데 있다. 

만일 산업은행 관리가 계속되었으면 대형선 20척의 일시건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은행의 주관심사는 채권 회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과의 병합을 “산업은행이 아시아나에 돈 빌려주고 떼인 걸 왜 한진칼 주주와 대한항공 주주가 책임져야하는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미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아시아나에 대한 추가감자, 매각 추진 시 채무탕감 등으로 채권단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어 연내에 조속히 통합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항공사들이 통합하면 소비자의 편익은 늘어난다고 말하지만 통합으로 독주체제로 전환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서비스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과거 1988년 올림픽이후 시행된 해외여행 자유화와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제2민항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당시 유일한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의무적으로 이용하여야만 했던 여행객들은 대한항공의 서비스의 질과 오만함에 몸서리친다고까지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등장으로 항공 기내서비스는 급격히 향상되면서 대한항공 서비스도 나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전 세계 최우수 항공사에 주는 ‘올해의 항공사’상을 네 차례나 받았다. 산업은행은 통합으로 세계 7위의 국적항공사로서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하지만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국민으로서는 독점체제가 불러오게 되는 과거의 기억이 두려울 뿐이다. 

 

은행 주도로 하여 통합이 이루어 질 경우 항공산업에 대한 재건을 위한 사명감이나 책임의식 없이 우선 채권 확보방안에만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정부주도의 본격적인 항공산업 재건계획이 더 천문학적인 재정자원을 투입하여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기업을 매각하는데  정부가 개입해 사실상 인수 주체를 정하고 금융지원까지 한다는 것은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런 조치가 혈세를 투입해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진칼과 7대 의무 조항을 정하고 경영진도 성과가 없으면 퇴출시키겠다고 하였지만 절대로 은행 입맛대로 기업이 경영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현대상선의 경험을 비추어 보아도 산업은행의 간섭보다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십분 보장되고 발휘 될 수 있는 경영이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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