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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의 기본주택제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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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24일 17시10분

작성자

  • 권대중
  •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사)대한부동산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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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4번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는 집값 상승과 전월세 상승에 대해 경기도 이재명 도지사는 부동산시장을 잡으려면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데 정부가 잘못 건드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의 땜질식 정책이 아닌 용기와 결단력으로 합리적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또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이 경기도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책이 바로 분양가상한제라고 꼽았다. 이 지사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처음에는 매우 좋은 의도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나쁜 제도로 변질돼 계속 시행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받는 수분양자들이 입주가 시작되는 순간 주택가격이 시장가격으로 상승하여 수억 원의 차액을 벌게 되어 결국 분양과열이 생기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가격을 잡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기본주택제도를 제안했다. 

 

기본주택제도는 무주택 중산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누구나 일정 금액 이하에 대해 저리로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본대출제 등과 함께 이 지사가 추진하는 3가지 ‘기본’ 정책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주택제도는 자산과 소득, 나이 등의 입주자격을 두는 기존 공공임대주택 개념의 확장이라고 한다. 실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가능하고 기본 30년 임대에 기간만료 후 갱신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취지는 무주택자임에도 입주자격 제한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기존 공공임대 방식을 개선코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대료도 기존 임대주택보다 30~80%까지 저렴하고, 관리비도 저렴하며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대로만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기본주택제도! 돈만 있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돈만 있으면 주택을 장기임대가 아닌 무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물론 실행된다면 정말로 평생 주택을 마련하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희소식일 수도 있다. 특히, 지금 시작되고 있는 3기 신도시처럼 공공택지특별법으로 개발하는 지역은 상당 부분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잘 이용한다면 다소의 정책 의지는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한계가 있다. 이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주택제도는 경기도시공사 사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주장하는 기본주택 재원 마련은 가계에서 시장의 논리로 해결하던 문제를 정부에서 해결하자는 것이고, 그 방법으로 정부가 가칭 '장기임대주택 매입공사‘를 출자‧설립하여 공사채를 발행하고 그 재원으로 장기임대주택 비축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구조로 매입공사를 만들어 주택을 공급하던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국민의 몫이다. 

재원마련 역시 매입재원의 10%는 주택도시기금의 출자금, 80%는 융자, 10%는 임대보증금으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주택도시기금은 아무 곳에나 사용하는 돈이 아니다. 국민들이 주택마련을 위해 가입한 주택기금이다. 이렇게 사용한 기금은 결국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면 된다고 주장하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공공주택사업으로 발생하는 기금을 후순위 채무로 정부에서 원리금 상환을 보증해주고 정부에서 손실을 보전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매입공사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빚이 126조가 넘어 위험한 상태인데 또 보증하면 된다고 하니 정부 돈은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된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매입공사는 또 경기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달리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행하지 않아 개발사업 손익 리스크가 없어 부채비율이 경영에 큰 해를 끼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럼 자기자본 10% 외 모두 타인자본인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그 손실은 누가 보존해 주는지 궁금하다.

 부동산 가격은 항상 상승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다는 말은 잘못된 생각이다. 결국, 주택공급을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부가 꼭 주도해서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장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 만약 실행된다면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오히려 민간임대주택공급을 지원하고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도 살아나고 공급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모두 규제 일변도 정책이다. 그래서인지 시장은 혼란스러우며 주택가격과 전월세가격은 멈추지 않고 상승하고 있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니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고, 소득이 낮아도 기본대출을 해준다니 역시 돈 걱정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기본주택제도를 도입하여 누구나 장기거주가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면 집 걱정 없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지상낙원이 아닌가? 

 

이렇듯 무주택 국민 누구에게나 주택도, 소득도, 대출도 정부가 마련해 준다면 당장 가난하고 집 없는 국민들은 좋아할 일이지만 이는 사회주의 정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낳은 모순을 해소하고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사회 체제를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사상이자 운동이다. 이지사가 이렇게 기본주택제도를 비롯하여 소득, 대출까지 보장한다는 사회주의적 생각을 가지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정책으로 국가를 이끌어 간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고, 누가 열심히 공부하겠는가? 

 

우리는 지난 100년간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였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실패하는 것을 보아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했던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고도성장하는 것도 보았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빈부격차로 인하여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어 일부에서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 인식과 함께 사회주의 체제를 신봉하려는 일부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사회 지도층인사들 중에서도 시장경제를 비도덕적이고 사회악을 조장하는 체제인 듯 부정하는 인사들도 있는 것 같다. 시장경제 체제가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드는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의 체제라며 이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지도층도 있다. 심지어 정치·경제적 지식인층 일부에서는 시장을 비판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만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지식인다운 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사고를 지닌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들 몸속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배어있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이익을 위한 운영 등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특성은 바로 사유재산, 자본축적, 임금노동, 자발적인 교환, 가격 시스템 그리고 경쟁시장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는 노력한 대가만큼 소유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노력 없는 대가는 없다. 결국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점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개인에 대한 자산, 소유권과 비즈니스의 자유로운 활동 즉, 자유시장에 의존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보다 평등주의적인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더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강제로 배분하거나 정부가 주도하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분명 가장 공평한 사회는 노력한 대가만큼 그 이익을 얻어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며, 누구나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지사처럼 집이 없다고 모든 국민들에게 정부주도하의 기본주택제도를 도입하고, 기본소득을 보장하며, 저리로 장기대출까지 해준다면 이는 자본주의 생각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본다. 분명 국민 누구나 노력의 대가만큼 그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도저히 능력이 부족한 국민들에게는 주택바우처제도 등을 통하여 국가가 도와주는 정책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본주택제도는 뜬구름 잡는 정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지금은 이재명 지사의 3대 ‘기본’정책 시리즈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를 되새기고,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자유시장경제만이 개인들을 성공의 길로 나가게 하고, 국가와 사회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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