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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대통령 시대…2001년 방한(訪韓)의 네 가지 기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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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08일 18시10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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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께 진심으로 축하의 메세지를 보냅니다.  앞으로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이 지금보다 더 확고한 미래를 향해 성숙한 단계로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동맹국의 한 국민으로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를 특별히 축하하게 된 그 배경에는 당선자와의 특별한 관계와 인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의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2001년 당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같은 위원회의 동료의원인 폴 사베인스(민주. 메릴랜드). 프레드 톰슨(공화. 테네시). 앨런 스펙터(공화. 펜실베이니아)의원 등과 함께 방한(訪韓)했다.

그리고 필자는 청와대에서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후,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상·하원 의원들이 방한하면 우리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들과 직간접적인 미팅시간을 갖는 것이 관례였다. 당시 필자는 통외통위에서 활동했던 연고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 힐튼호텔에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조 바이든 당선자는 매우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으며 한미동맹에 관한 그의 인식은 어느 정치인 못지않게 확고하고 강해 보였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도 아주 친화적인 성격에, 대화를 통해 어떤 이슈든 소통할 줄 알며 타인에 대해 배려를 잊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할 줄 아는 포용력이 있는 정치지도자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그의 얼굴은 상대방을 아주 편하게 하는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품위 있고 격(格)이 있는 미국 상원의원의 전형(典形)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날 오전에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 기자회견이 끝나자 마자 곧장 청와대를 예방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오찬을 했다. 당시 미국 상원 일행이 방한한 것은 그들의 아시아 순방 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대만과 중국을 방문했으며 대만의 천수이벤 총통과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필자도 후에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대만 천수이벤 총통을 2차례,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을 1차례 만난 적이 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2001년 8월 11일, 그러니까 미국에서 9.11이 발생하기 꼭 1개월 전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상원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하여 이룩했던 외교적 성취는 크게 4가지로 기억에 남는다.

 

첫째, 청와대를 예방하기 바로 직전 오전에 남산 힐튼호텔에서 했던 기자회견의 내용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아들 부시 대통령의 출범과 더불어 2001년 3월 7일에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너무 일방주의적 행동으로 한국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면서 이로 인해 김정일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물건너 가고 남북관계가 매우 어려워질것같다고 묻자 당시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렇게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저지른 실수였다. 부시 행정부가 이제 막 출범하여 서로 충분한 소통을 못해 생긴 실수였다. 나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는데, 부시 대통령 자신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부시 대통령의 그 발언은 결코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미국과 한국은 과거의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 서로 노력하자"고 말하면서 동맹국인 한국을 감싸고 나섰다는 점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렇게 강력한 동맹주의자이다.

 

둘째, 조 바이든 상원외교위원장 일행의 당시 동북아시아 순방일정에는 한국, 대만, 중국뿐만 아니라 애초에는 북한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방북(訪北)이 무산된 것은 당시에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스케줄 때문이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주한미군철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대의 관심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사고는 원칙적이면서도 상당히 유연하다는 점이다. 북한과 얼마든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 이 점을 문재인 정부와 북한은 잘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만 충족되면 바이든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간에는 얼마든지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에 핵심 의제는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될 것이다. 핵과 미사일 기술의 수출 금지도 포함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이런 문제를 수용한다면 바이든 당선자는 지금의 대북제재를 풀면서 단계적으로 에너지, 식량원조 등의 문제로 접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의 지지자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외교에 일정한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셋째,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조 바이든 위원장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던진 한마디 메시지는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시오(Don't Build Missile)"란 말이었다.

이는 앞으로 북한이 미국의 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미국본토를 향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경우,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신경을 가장 극도로 자극하는 길이 될 것임을 북한이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역대 최고의 외교안보팀을 구축하고 있는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대북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는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끝으로, 다음은 순전히 개인적인 에피소드에 국한된 일이라서 소개하고 싶지 않지만 외교란 초당파적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미국의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이냐 민주당 소속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적 에피소드도 털어 놓고자 한다. 

우리에게 미국은 너무 중요한 동맹국이다. 한미관계가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이란 국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대미외교도 초당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니 초당파적인 입장을 넘어서서 국민적 자원이 있다면 이를 총결집시켜 대미외교를 전개시켜 나가야 한다. 유형무형의 자원을 총 동원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익외교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자와의 작은 일화는 그가 2001년에 방한하여 청와대를 예방한 후 김대중 대통령과 오찬 도중 김 대통령이 바꿔 매자고 해서 풀어준 김 대통령의 약간 짙은 연두빛 녹색 타이이다. 이 넥타이는 필자가 김 대통령에게 '생신선물'로 드렸던 넥타이라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70이 훌쩍 넘어 나이가 들었던 김 대통령이 가급적 청춘처럼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녹색 타이를 골라 생신선물로 드렸는데 이를 조 바이든 당선자가 '승리의 상징'으로 생각하며 간직해 오다가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니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다. 언젠가 그 타이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왜 김대중 대통령께서 자신이 매고 있었던 넥타이를 선뜻 풀어주면서 넥타이를 바꾸자고 제안했는지에 대한 깊은 의중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한미관계는 이렇게도 가까운 관계이고 양국관계는 이런 격의 없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관계이며 한미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이라는 공통의 가치로 꽁꽁 묶여 있는 관계이고 앞으로도 이런 혈맹 관계는 양국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의중이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작년에 대한민국의 3대 기둥론을 제시하면서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을 강조한 책을 펴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여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풀어준 그 넥타이를 매고서 방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일 조 바이든 당선자께서 이 타이를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다면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는 꼭 이 넥타이를 매고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풀어준 넥타이가 개인의 정치적 차원의  ’승리의 상징‘에서 한미관계의 상징, 한미동맹의 '승리의 상징'이 되길 기대한다. 아니 이를 훌쩍 뛰어넘어서 한미간의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평화를 공유한 가치의 상징이 되길 기대한다. 거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께 축하메세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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