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통합과 번영의 조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3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30일 15시04분

작성자

메타정보

  • 3

본문

정치의 기본은 ‘신뢰’다.

법에 대한 신뢰, 정책과 제도에 대한 신뢰,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정치의 근간이다.

 

법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신뢰, 정부의 정책은 믿고 따를 수 있다는 신뢰, 정치인은 기본적인 품격은 갖고 있다는 신뢰... 이런 신뢰가 있어야 국민은 사회의 룰과 건전한 상식을 믿고 준수하면서 경쟁하고 공존한다. 이런 신뢰가 국민 통합을 만들어내고 국가를 번영으로 이끌 수 있다.

 

법과 정책에 대한 신뢰 형성은 ‘보상과 벌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보상과 벌칙을 원칙, 상식, 그리고 법에 맞게 부여하고 있는지 여부가 그 사회의 신뢰 수준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였을 거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재상 상앙(商鞅)은 개혁 추진의 전제 조건으로 보상과 벌칙을 통해 백성들에게 법과 제도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힘을 쏟았다. 기원전 4세기, 그 오래전에도 그랬다.

상앙은 법치를 바탕으로 부국강병책을 추진해 훗날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바탕을 마련했다.

 

상앙은 '법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우선 ‘보상’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일화이다. '나무 옮기기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었다는 의미다.

 

그는 도성 남문 앞에 3장(丈) 높이의 큰 나무를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 앞으로 옮겨놓는 사람에게 10금(金)을 준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나서는 이가 없었다.

나무가 커서 옮기기 쉽지 않은데다 옮긴다고 해도 그 정도의 일에 국가가 거액의 상금을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상앙은 상금을 올려 이번에는 50금을 준다고 공표했다. 마침내 어떤 사람이 나서서 나무를 북문 앞으로 옮겨놓았다. 상앙은 그에게 약속한대로 정확히 50금을 주었다.

 

정부가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목격한 백성들은 비로소 법에 대한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상앙은 ‘보상’에 이어 ‘벌’에서도 백성에게 믿음을 심어주었다. 

상앙의 변법개혁이 시행되자 반발이 생겨났다. 그리고 마침 태자가 법을 위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아무리 상앙이라 해도 다음 번 왕위 계승자인 태자에게 법 위반의 책임을 묻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앙은 태자도 처벌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태자의 부친인 진효공도 반대하지 않았다.

결국 태자의 목을 벨 수는 없으니 태자의 교육을 담당한 태부(太傅)를 참형에 처하고 태사(太師)를 칼로 이마를 째어 글자를 새기는 경형(鯨刑)에 처했다. 

 

상앙은 이목지신으로 '보상'을, 법을 위반한 태자에 대한 처분으로 '벌칙'을, 약속한 대로 지킴으로써 법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를 얻었고, 진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부강해져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기원전 4세기 상앙과 진나라의 모습을 읽으며 21세기 한국을 떠올려본다. 

‘벌칙과 보상’은 현실에서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가. 법과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어떤 상황인가.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며, 김경수 경남지사, 윤미향 의원 건도 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는 검찰이 무혐의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정부는 정권 출범 초 강력히 추진했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권장 정책을 완전히 뒤집고, 부동산 가격 급등 대책의 일환으로 의무임대 기간 준수의 대가로 약속했던 세제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재건축 대상 주택의 의무 거주 기간(2년) 부여는 ‘소급 적용’해 법 시행 이전에 구입한 주택에 대해서도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정책과 기존 제도를 믿고 따랐던 국민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벌칙은 지위고하의 '차별' 없이 정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 정부가 약속한 정책은 반드시 지키는 것. 법과 의무 준수는 '정치인, 리더 먼저' 실행하는 것,..

기원전 4세기인 상앙의 시대나 21세기인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사회의 통합과 나라의 번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국민은 계속 지켜보고 있다. 

<ifsPOST>

 

 

3
  • 기사입력 2020년09월3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30일 15시0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