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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3) 가을을 재촉하는 억새와 갈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18일 23시21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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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나무나 식물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가을 무르익어 가면 한번쯤 시도하는 것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 르기는 하지만 삭을 내밀고 하늘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저도 그걸 시도해 볼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래서 지난 주는 주로 호수가 있는 분당 율동공원, 탄천변 등을 많 거닐었습니다. 갈대와 억새를 사진에 담으려고 말입니다.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글 중에 가장 쉽게 등장하지만 무책임한 글 갈대는 강변, 호수변 등 물가에서, 억새는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 글입니다. 그런데 억새는 물가에서도 지천으로 자랍니다. 하기야 물가에 자라는 억새를 물억새라고 름 붙고 구분하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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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분당 탄천변의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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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 남한산성에서 삭 내민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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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 남한산성에서 삭 내민 억새

 

 

본론으로 들어가서 두 식물 구분의 첫째 포인트는 갈대는 갈색인 데 비해 억새는 흰색라는 점입니다. 제가 라고 부르는 부분 즉 꼭대기 부분을 흔히 꽃라고도 부르는데 두 식물 벼과의 식물고 그 부분 열매인 셈니까 라 부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포인트. 억새 삭은 날씬하고 갈대 삭은 복슬복슬하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억새가 사람 눈에는 더 예쁘게 보인다는 것지요. 가을 무르익어서 삭에서 만들어낸 씨앗들은 다 바람에 날려버리고 쭉정만 남을 때가 두 식물의 정취가 무르익게 되지요. 거의 무게감 없 달려 있는 삭들 바람 불면 사각거리며 날리는 모습은 사람들의 감정을 순화하는 능력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금강에 면하여 지어져 있는 세종시의 국책연구기관 청사에 근무하던 시기에 점심 시간에 약속 없으면 종종 금강 강변에 내려가 산책하면서 억새와 갈대의 정취를 즐기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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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3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앞 금강변 억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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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3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앞 금강변 갈대 물결

 

 

10월 말쯤 되면 억새들 핀 들판을 모티브로 삼은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지요. 산정호수가 있는 명성산, 서울 안에서는 하늘공원 유명하고 밀양, 양산, 울산 일대를 연결하는 몇 개의 산을 지칭하는 영남 알프스의 억새축제는 11월초에 전국적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금 못생긴(?) 갈대만 불쌍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갈대는 갈대의 순정을 필두로 가련한 미지로 뇌리에 남는 것 같네요. 제가 몇 년전에 SNS에 글을 올렸을 때 댓글을 달며 갈대와 관련한 노래들을 언급한 분 있는데, 그 분 언급한 노래만 하더라도 ‘갈대의 순정’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 ‘갈대밭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별빛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등등 참으로 많았습니다. 우리 가요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도 있다고 하면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에서 "갈대와 같은 여자의 마음~"라는 표현 생각난다고 하는 분도 있었지요. 갈대에 대해 글을 쓰신 다른 분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말 먼저 떠오른다고도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왜 렇게 조금 못난 갈대에서 더 많은 정감을 찾아내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갈대와 억새는 그 쭉정로 남은 삭을 겨우내 간직하여서 사람들 물가를 거닐 때 정취를 북돋아 주곤 하지요. 심지어는 그 다음해 봄까지도 꿋꿋 서 있는 삭들도 심심찮게 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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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9일 양재천변에서 찍은 억새의 운치

 

 

그런데 지금과 같 두 식물삭을 내밀고 있을 때는 구분 조금 더 어렵습니다. 삭 모양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세 번째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억새는 줄기 맨 윗부분에서 삭 가닥들 몰려나는데 갈대는 줄기 윗부분에서 몇 층을 루면서 각 층마다 삭가닥들 빙글 돌아 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결정적인 한 포인트만 더. 가장 정확한 기준은 억새의 길게 내민 잎 한 가운데에 있는 뚜렷한 흰줄 (엽맥라 부릅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갈대에는 없거나 희미하다는 것지요. 제가 올린 억새 사진 속에서 뚜렷한 엽맥을 찾아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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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19일 분당 근처 탄천변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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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19일 분당 근처 탄천변 갈대

 

 

그런데 두 식물의 름은 왜 렇게 지어졌을까요. 갈대는 대와 마찬가지로 줄기 속 비어 있답니다. 그래서 대나무 비슷한데 가짜라는 의미입니다. 억새는 농부를 괴롭혔나 봅니다. 잎을 잘못 만지면 제법 손을 벨 수 있다니까, 억세다고 름 지어진 것 아니겠어요. 건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

두 식물은 모두 ‘벼과’에 속합니다. 벼과는 아마도 가장 많은 식구를 거느린 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억새와 갈대는 벼와 마찬가지로 가을에 삭을 내미는 식물지만, 같은 벼과에 속하는 보리, 밀과 같 봄에 삭을 내미는 녀석들도 많습니다. 여하튼 벼과의 식물들을 상당 부분 구분해서 알아보는 데는 참으로 오랜 세월 걸릴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엄청난 숙제입니다. 제가 겨우 해결한 몇 가지 벼과 식물들을 (그것도 가을에 삭을 내미는) 언급하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갈대와 비슷한 녀석으로 달뿌리풀란 녀석 있습니다. 서식지도 갈대와 비슷하게 물가입니다. 종종 녀석 줄기가 땅바닥 위로 한없 뻗어가서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리는 것에 착안한 라고 합니다. 녀석은 참으로 갈대와 닮았는데 잎 나오기 시작하는 부분에 (즉, 잎 줄기를 감싼 부분으로 잎집라고도 합니다.) 자주빛 돌면 달뿌리풀입니다. 갈대라 생각하고 지나쳐버린 녀석들 중에 달뿌리풀인 경우가 많을 것란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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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분당 탄천변의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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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분당 탄천변의 달뿌리풀: 줄기를 감싼 잎 아래 부분 (잎집) 자주 색깔을 띈다.

 

 

라고 부르는 녀석도 있는데, 녀석은 참으로 물을 좋아해서 물가를 지나서 아예 물 속에서 부들과 함께 자라는 모습 보입니다. 녀석도 가을에 삭을 길게 내미는데 억새나 갈대에 비해서 조금 부실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녀석의 잎은 물속에서 참으로 싱싱한 모습을 보입니다. 올해와 같 큰 장마와 태풍 등으로 탄천도 물 불고 물살도 세어서 녀석들 다 떠내려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꿋꿋 서서 삭을 내민 모습 정겹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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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분당 탄천변의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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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3일 분당 율동공원의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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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18일 23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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