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없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0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07일 10시44분

작성자

  • 김용하
  •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메타정보

  • 5

본문

2021년도 건강보험료율 2.89% 인상과 관련하여 논란이 뜨겁다. 사용자 단체는 물론이고 가입자 단체도 코로나19로 가계나 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결정된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 1.5%만 소득이 증가한다 해도, 실제 보험료 인상은 2.89%가 아닌 4.39%가 되는 건강보험료 국민부담 증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인상에 이어 2021년도에는 3%에 가까운 보험료율 인상이 이루어 졌다. 이는 박근혜 정부기간 중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 2017년 0.0%와 비교 된다.

 

 현 정부의 보험료율 인상이 지난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이루어졌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4조 5,757억원의 적립금을 이전받아서, 2016말에는 15조 4,899억원을 저축한 20조 656억원을 다음 정부에 넘겼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9년까지 2조 2,944억원을 쓰고 17조 7,712억원만 남은 상태이다. 

 

이런 추세면 건강보험료율을 매년 3.2% 인상한다 하여도 적립금은 매년 감소하여 2024년에는 적립금이 완전 소진되고, 2026년에는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선인 8% (2020년 현재 6.67%)을 초과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건강보험료율을 1천분의 80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되어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 73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지출은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청장년인구의 감소로 장기적으로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건강보험 급여는 주로 노년기에 집중되는 반면에 노년기의 건강보험료 납부 여력은 현저히 감소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노년기에는 4만2천149원을 매월 부담하고, 급여는 7.04배인 29만6천731원을 매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 노인인구비율이 세계 초고수준인 39.8%가 되고 2065년에는 46.1%까지 높아지는 미래에는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부담은 극단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국민건강보험재정전망모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는 2020년 6.67%에 2050년에는 17.0%, 2065년에는 21.6%로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건강보험에 가려서 국민이 잘 모르는 제5의 사회보험제도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지출도 급속히 증가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도 2020년 기준 0.67%로 2065년에는 5.7%로 높아져야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 소득의 27.3%를 건강보험료와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납입해야 하고, 이때가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30%내외 인상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45년 후의 미래는 암울하기를 넘어 사회보험제도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 조차도 불확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은 매우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위 ‘문케어’라 불리는 보장성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가 지난 정부보다 보험료는 더 많이 인상했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 일로가 되었다. 저출산·고령화로 그냥 두어도 보험료율이 계속 올라야 하는데 기름을 부은 꼴이 된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지출 증가에도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63.8%를 임기 내 70%로 높이겠다는 목표 달성은 아주 요원하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시장이 민간에 맡겨진 국가에서는 현재와 같은 보험급여 관리제도로는 보험자가 급여지출 증가를 통제하기 어렵다. 비급여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고 결국 보장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재정지출만 늘어난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보험급여 지출 컨트롤 장치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 정부의 수차례 경험으로 이미 입증되었음에도 무리하게 ‘문케어’를 강행한 것은 전형적인 ‘정책 실패’라 아니할 수 없다.  

 

보통 국민들은 보험료 인상 없는 보장성 확대를 원하지만 당연히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일부 단체와 전문가는 보험료를 더 부담하더라도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료가 최저 월 18,600원에서 최고 월 6,644,340원으로, 최저 대비 최고 보험료가 357.2배에 이르는 부과구조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보험급여는 동일하면서 사회보험 제도로서 소득수준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이렇게 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보험료 인상을 동반하는 보장성 확대가 조심스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다. 세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출산·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보장성 확대 이전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한 빠른 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것이 필요하다.

<ifsPOST>

 

5
  • 기사입력 2020년09월0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07일 10시4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