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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초슈퍼예산에 대한 소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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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04일 14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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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9월 1일 2021년도 국가예산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가예산(엄밀히 얘기하면 중앙정부 예산)은 2020년 예산보다 43조 5000억 원이(8.5%) 증가한 555조 8,000억 원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3년 연속 총 지출 증가율이 총 수입 증가율보다 높은 확장기조 예산을 편성하게 되었다. 

 

 내년도 예산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고용분야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99조 9000억 원으로 여전히 압도적으로 가장 많고, 환경, 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SOC 분야 예산 증가율이 각각 16.7%, 12.3%, 22.9%, 11.9%로 국가예산 평균 증가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분야의 예산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내년 정부의 주요 정책이 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4대 사회안전망 확충,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에 있기 때문이다. 

 

‘슈퍼예산’이라 불렸던 올해 예산(본예산)보다 내년도 예산안이 무려 8.5% 증가한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로 내년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예산안을 보면서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첫째, 정부가 약속한 지출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경기 회복이 불투명할 때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에 앞서 불필요한 분야의 지출은 삭감하고 당장 급하지 않은 사업은 미루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내년도 예산안은 분명 아쉬운 점이 있다. 언뜻 보면 지출구조조정이 반영되었다고 여길 수 있는 측면이 있긴 하다. 교육분야 지출은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지출구조 조정 대상인데 2021년도 예산이 전년대비 유일하게 감소하였기 때문이다(2.2% 감소). 그러나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 분야 예산 감소는 교육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재정교부금의 산정 기초가 되는 내국세의 수입이 내년에 감소할 것으로 예견되었기 때문이지, 교육 분야의 불필요한 사업 조정을 통한 것이 아니다. 지출구조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둘째, 내년에 당장 시행하지 않아도 될 분야에 꽤 많은 예산이 책정된 듯하다. 전면고교무상교육 실시,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이발비 지원 및 봉급인상, 18,000명 공무원 증원 등에 책정된 예산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이발비 지원이나 사병의 월급 인상이 시급하게 이루어질 분야인가 싶고, 대통령 공약 사항이지만 18,000명의 공무원을 더 채용하는 것이 이 시국에 과연 타당한가 싶기도 하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실업률을 낮추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만큼 규제의 수가 늘어나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21년도 예산도 ‘슈퍼예산’을 편성한 주요 이유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예산도 이에 맞게 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셋째, 현재의 지출구조 하에서도 우리나라 예산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 수입은 계속 줄고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예산안 역시 보건·복지·고용분야와 같은 의무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번 늘어난 의무지출은 줄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1년도 예산안으로 우리나라의 예산구조는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편성됐다.

 

 넷째,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재정으로 메우려는 재정만능 경향이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예산이다. 내년 예산에도 시간만 때우는 알바성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10만개 더 늘린 103만 개를 만들기 위해 재정이 투입된다. 누누이 강조한 바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 의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어떤 예산이든 명분이 없지 않듯 그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다. 필요에 의해 새로운 예산사업을 추가시키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사이 나라 빚은 빛의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2021년 예산안올 충당하기 위해 내년에는 89조 7000억 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로 인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급등한다고 한다. 만약 국가 간 채무비교 기준인 D2(일반정부 부채, ※ 아래 별도 설명 참조)로 계산한다면 내년 우리나라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가볍게 넘을 것이다. 

 

 정부도 더 이상 확장 재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내년에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채무준칙이나 지출준칙 등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재정준칙이 도입되어야만 재정당국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준칙 도입이 재정건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OECD의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재정준칙 도입을 통해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어야 하고, 독립적인 재정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재정준칙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이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하고, 집행기관이 재정준칙을 잘 준수하고 있는 지를 감시 및 감독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5년 단위의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그 예산이 지켜지는 해는 거의 없다. 그만큼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이 실효성 없이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독립적인 재정기관은 어떠한가? 기획재정부나 국회의 예산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재정기관이 우리나라에 있는가? 내가 아는 바로는 없다. 차제에 재정준칙 마련과 동시에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의 실효성 강화와 독립적인 재정기관의 설립 또한 함께 추진되었으면 한다. 

 

 항상 고민하는 문제이지만 정부의 역할을 과연 어디까지 넓히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이제는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큰 장점은 역동성이었다. 역동성은 개인의 역량을 자유롭게 보장할 때 싹튼다. 지금처럼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그 중에서도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정부가 잘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국가 예산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개인의 역동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할 지는 5년 단임 정부보다는 국민이 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나라 빚의 종류 : 기획재정부는 나라 빚의 종류를 D1(국가채무), D2(일반정부 부채), D3(공공부문 부채) 등 3가지로 분류 하고 있다. 국제비교는 D2를 주로 사용한다. D1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교육자치단체의 채무를 포함하는 것이고, D2는 D1에 비영리공공기관 채무까지 포함하며, D3 는 D2에 한국전력 등과 같은 비금융공기업의 채무를 포함하는 범위의 부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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