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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공약, 정치혁신의 계기로 삼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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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30일 17시10분

작성자

  •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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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3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는 정강정책 1호로서 기본소득을 내세웠다. 연이어 20일에는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에서 위원장인 윤희숙 의원이 그 초안의 구체 내용을 공개하였다. 2020년 6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 검토를 천명한 이후, 보수 우파를 대변하는 미래통합당은 이제 기본소득제를 되돌릴 수 없는 공약으로 쐐기를 박아버렸다. 

 

더구나 기본소득제는 그간 진보 좌파의 이슈로만 인식되어 왔기에, 보수 우파의 기본소득 이슈 선점은 진보 좌파에게 큰 위기감을 줄 것이다. 이제 정치권의 기본소득 쟁점은 그 시행여부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현방안에서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윤희숙 의원의 8월 20일자 공식 보도자료에서 제시된 기본소득제는 “중복되는 현금지원제도들을 통폐합해 사각지대를 메우고 … 소득지원 기준을 상대빈곤 기준선까지 상향조정하고, 단일소득지원체계를 국세청이 담당하도록 해 세무당국의 소득파악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변화와 경제사회구조가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날 구조적 전환을 주시하고 준비하며 기본소득의 범위와 개념을 조정해 가야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윤 의원 기본소득제 초안의 특징은 크게 4가지 요소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들은 ①현금지원 통폐합, ②상대빈곤 기준선 보장, ③국세청의 소득파악, ④기본소득 범위 조정 등이다. 

 

①, ②, ③의 개략적 방향은 윤 의원이 발제한 초안의 언론보도로 알려지고 있다. 

첫째, 통폐합되는 현금지원제도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4조 3,000억원), 기초연금(13조 2,000억원), 근로장려세제(4조 5,000억원)로서 대략 21조원을 제시하였다. 

둘째, 상대빈곤 기준선을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 50%로 설정하였는데,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중위소득이 월 176만원임을 감안한다면 기준선은 월 88만원이 될 것이다. 

셋째, 국세청이 가구별 월소득 전체 금액을 파악하여 이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월소득 50만원의 1인 가구에 대해서는 38만원을 지급한다. 

 

만약 이 안이 현실화되면 328만여 가구(인원기준 610만명)에 기본소득이 지급되기에,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수혜대상 83만 6,000가구(인원 126만명)보다 생계보장 범위가 늘어난다고 주장하였다. 

 

미래통합당의 기본소득 초안에 대해 진보 좌파 측에서는 즉각 날선 비판을 가하였다. 전국민에게 모두에게 월 60만원을 지급하자며 출범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윤희숙 의원의 발제 바로 다음 날 “미래통합당의 ‘기본소득’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며 “기본소득의 ‘기본’부터 제대로 공부해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정면충돌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오랫동안 주장했던 진보 좌파 시민단체들도 미래통합당의 방안은 무조건성, 보편성을 결여하기에 미래통합당의 방안은 진짜 ‘기본소득’이 아니며 기본소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포퓰리즘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미래통합당의 기본소득 정강정책을 진보 좌파에서 ‘사기극’, ‘가짜’라고 가혹한 비판을 가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미래통합당을 위시한 보수 우파는 기본소득을 빈곤퇴치를 위한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인식하는데 반해, 진보 좌파는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로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우파는 빈곤퇴치에 성공적이지 못한 기존의 복지정책을 통폐합하여 국민 모두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현금지원(기본소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면 진보 좌파는 국민들은 모두 “토지, 자원 등 우리 사회가 공유한 부의 이익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이 공유부의 이익을 모두가 평등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관련 학계에서는 기본소득이야말로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 국민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이 두 가지 입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보수 우파의 접근은 현실적이지만 모든 국민들이 매력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진보 좌파의 접근은 매력적이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에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진보 좌파 단체들, 특히 기본소득당의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알아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도 그 재원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 수치에 대해(월 60만원 지급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기본소득에 대한 판단을 위해 우리는 구체적인 재원정보, 특히 어떤 조세를 얼마만큼 증가할 것인지 그 정보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각종 선거에서 정당 공약의 구체적 재원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거의 없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지만 집권초기 세수부족에 시달리면서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직후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국정과제별 재원방안을 마련하였으나 4개월 뒤 예산안 편성에서 없던 일로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의 8월 20일 기본소득 공약 발표는 그 재원을 밝혔다는 점에서, 어쩌면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재원 없는 공약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정치혁신의 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민주주의 경험을 참고할 때, 정치적 공약은 그 재원 등 각종 수치들을 명확하게 드러낼 때 그 내용이 분명해진다. 정치적 공약은 모호한 수사(修辭)들로만 구성될 수 없다. 수치의 계산을 통해 정당들은 훈련될 것이고, 모호하고 어렴풋한 희망이 정당의 공약으로 자리 잡는 일이 뿌리 뽑혀 나갈 것이다. 

 

정치적 논쟁에서 각종 수치 계산을 통해, 정당 간의 차이는 물과 기름의 이념적 차이가 아니라 저울 눈금과 같은 정도(程度)의 차이로 전환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문명화를 위해서는 각종 공약의 재원방안을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때 비로소 공약의 현실성을 판단하여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해 자신들의 공약에 대해 그 재원방안을 반드시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안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도 정치중립적인 평가보고서를 반드시 수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그 역할을 법률안 소요비용을 분석하는 국회예산정책처에 기대해 볼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기본소득의 최종방안을 발표할 때 GDP, 재정상태에 대한 영향, 수혜계층과 피해계층 등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의 객관적 검증보고서를 첨부할 것을 요구한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우리는 정당 공약의 재원방안 분석에 대한 사회적 기본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기본소득 방안은 빈곤층의 근로유인에 치명적인 허점을 갖고 있고 또 추가적인 재원조달을 위한 비전을 결여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의 공약과 그 재원에 대한 수치를 명확하게 발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만약 우리가 정당 공약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계기를 이번에 마련할 수 있다면 이는 기본소득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실용적 논의가 이루어져 합리적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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