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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의 원인과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8월31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30일 10시07분

작성자

  • 신동준
  • , Ph.D.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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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5월 중순 이후 전개된 달러약세의 배경

 

달러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지수로 만든 달러지수 (Dollar index)는 5월 14일 100.47을 고점으로 8월 18일까지 약 3개월 동안 92.27까지 8.2%나 하락했다. 연준 (Fed)은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경제를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주요국들 중 가장 높은 2.50%까지 인상했다. 당시 달러지수가 약 13%나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중순 이후의 달러약세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 셈이다. 

 

달러약세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를 자극하면서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 (MSCI ACWI)는 17.5% 급등했다. 특히 코스피(KOSPI)가 22.0% 상승하는 등 신흥시장 증시 (+22.7%)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달러약세의 수혜를 받는 국제유가 (WTI)와 금 가격도 각각 55.6%, 17.0% 상승했다. 장기금리의 움직임은 미미했다.

 

달러지수가 8.2% 하락한 지난 3개월 동안 달러 대비 가장 강했던 통화는 유로화 (+10.7%)를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통화들이었다. 변동성이 작은 중국 위안화 (+2.5%)의 영향으로 원화 (+3.7%)와 엔화 (+1.7%)의 강세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었다. 각국의 교역과 물가를 반영한 통화의 실질가치인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달러는 주요 28개국 통화 중 27위 (-4.5%)를 기록했다. 

 

국가 부도 위험에 노출되었던 터키 리라 (-9.2%)를 제외하면 최하위로, 달러약세가 실질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1,228원에서 1,184원로 하락하며 원화는 강세 (+3.7%)였지만, 달러약세의 속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변동폭은 작았다. 원화 실질실효환율도 0.2% 상승한 17위로, 역시 두드러진 흐름은 아니었다.

 

특징적인 것은 지난 3개월간의 달러약세가 1차 (5/14~6/10)와 2차 (6/19~8/18) 두 구간으로 나누어 다르게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5월 14일부터 6월 10일까지의 1차 달러약세 (-4.5%)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 기대로 코로나19 확산이 최악을 지났다는 안도에서 시작되었다. 제약업체들의 백신 개발 계획 소식이 이어졌으며, 경제활동 재개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시장의 통화강세가 두드러졌다. 브라질 헤알화 (+16.8%), 남아공 렌드화 (+12.3%), 멕시코 페소화 (+10.7%)가 나란히 달러 대비 1, 2, 3위로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실질실효환율로도 달러는 주요 28개국 통화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제활동 재개와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달러약세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 랠리를 이끌었던 시기였다.

 

반면, 6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의 2차 달러약세 (-5.5%)의 성격은 조금 달랐다. 6월 10일 FOMC를 통해 미(美) 연준이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이 기간의 달러약세는 달러가 아닌 유로화 강세의 강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 재개방 이후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이나주 등 미국의 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기 시작한 반면, 유로존은 EU 회복기금에 합의하며 역내 재정통합을 향한 중요한 정치적 계기를 마련하는 등 상반된 이벤트가 발생했다. 7월 21일 EU 27개국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7,500억 유로의 기금을 편성하고, 이 중 3,900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기금의 재원은 전액 공동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달러약세 폭은 5.5%로 1차 때보다 더 컸지만, 이를 주도한 것은 유로화 (+6.8%)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통화와 영국 파운드화였다. 반면 1차 달러약세 기간에 가장 강했던 신흥시장 통화는 급격히 약세로 전환되었다. 달러지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 리라화 (-7.1%),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5.0%), 러시아 루블화 (-5.0%), 브라질 헤알화 (-2.9%) 등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는 최하위권으로 더 하락했다. 

 

원화 실질실효환율도 0.1% 하락했다.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은 2.0% 하락했지만, 주요 28개국 통화 중 20위였다. 즉 달러약세 폭은 1차보다 2차가 더 컸지만 유로화 강세가 주도했던 탓에, 실질적으로 광범위한 달러약세가 전개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북유럽 통화와 유로화가 나란히 1~4위를 차지했다.

 

향후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달러화는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물론 미중 갈등의 전개 양상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 그리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유로존의 차세대 회복기금은 2021년부터 집행될 예정이나, 기후변화 및 디지털 혁신 등 중장기 경제성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 배분이 집중되고 있어 유로화는 완만한 강세를 이어갈 것이다. 상대적으로 달러약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연준은 화폐 발행과 국채 매입 (QE)을 통해 사실상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정부 부채의 화폐화 (Debt Monetization)’를 진행하는 중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통합되는 과정이다. 팬데믹 이후 정부와 민간의 부채가 모두 급증했기 때문에, 위기 돌파를 위해서도 초저금리는 반드시 유지되어야만 한다. 8월 19일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 확인된, 급할 것 없는 연준의 기조는 시장에 실망과 의구심을 안겼다. 팬데믹 이후 급락하던 실질금리가 반등하면서 금 값은 하락했고 달러지수는 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그러나 연준은 통화완화 정책의 속도를 조절한 것일 뿐, 통화완화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8월 27일 잭슨홀에서 파월 연준 의장은 사실상 ‘저금리의 초장기화 (lower for ultra-longer)’를 공식화했다. FOMC는 참석자 모두의 합의 하에, 연준이 의회로부터 부여 받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이중책무의 정의를 일부 변경했다.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위협적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서, 강한 고용시장이 주는 큰 혜택을 누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인본(人本)주의적 노동경제학자인 옐런 전 연준의장이 2016년 말에 주창했던 ‘고압경제 (high pressure economy, 훼손된 경제활동을 복구하기 위해 과열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 실험에 돌입한 셈이다. 9월 FOMC에서 제시되는 2023년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은 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사실상의 포워드 가이던스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미 의회예산국 (CBO)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디플레 갭 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근본적으로는, 연준이 공급한 유동성이 은행 대출 등 신용팽창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상업은행들은 강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규제로 대출에 소극적이다. 통화 유통속도가 하락하고, 높은 부채 수준으로 생산성은 낮아져 물가는 더 하락한다. 장기금리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어려운 배경들이다.

 

특히 미국 대선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만약 민주당이 대권과 의회권력을 모두 잡으면 연준의 역할은 더욱 급진적으로 변할 것이다. 민주당은 대규모 재정지출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을 지원하는 구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재의 양적완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중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점차 전환될 것이다. 

 

 대선을 앞둔 두 후보 간의 가장 큰 정책 차이는 오바마케어 (Affordable Care Act)와 법인세, 그리고 대외정책이다. 오바마케어와 법인세는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미중 관계를 포함한 대외정책과 함께 달러의 방향성에 중요한 요인들이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수록 재정적자 확대와 대외불안 완화 기대로 달러는 약세 기조를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외정책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복귀 등 자유무역 지지를 약속했다. 

 

미중 갈등의 경우에는 바이든 후보 당선 시에도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무역협정 폐기 및 관세 인상 등이 달러 강세로 이어졌던 사례를 감안하면 대외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완화될 것이다.

 

광범위한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가 제한적인 이유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와 더딘 수출 회복, 해외투자 확대 등을 감안할 때 2020년 연말 1,170원, 2021년 연말에는 1,150원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5월 중순 이후 달러지수의 하락 폭이 8.2%인데 반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은 3.7% 그쳤다. 이미 1,150원 이하로 하락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원화 변동 요인 중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의 확대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과 무역수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20년 상반기에는 해외증권투자수지가 무역수지를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교역 급감과 해외투자 급증이 더해진 결과지만, 2017년 이후 무역수지는 꾸준히 감소한 반면, 해외증권투자는 꾸준히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역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7년 252억달러였던 해외증권투자수지는 2020년 상반기에만 434억달러로 급증한 데 반해, 2017년 1,030억달러였던 무역수지는 2020년 상반기 169억 달러로 대폭 축소되었다.

 

향후에도 해외증권투자는 원/달러 환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의 해외증권투자 증가는 달러 수요로 이어져 원화 강세 압력을 제한하겠지만, 해외자산 증가와 배당 및 이자소득 증가는 원화 변동성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증권투자배당수지는 적자를 지속했으나, 2019년 처음으로 해외로부터의 배당수입이 대외 지급규모를 상회하며 해외증권투자 배당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 배당수지는 4.2억 달러 흑자로, 2018년과 2019년 상반기에 각각 28억 달러, 17억 달러 적자와는 상반된다. 2020년 연간으로도 흑자를 이어갈 가능성을 높였다. 

 

흑자 전환한 배당수지 이외에도 빠른 속도의 해외자산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원화의 변동성을 축소시키고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IMF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외순자산이 2019년 명목 GDP의 30%를 돌파했으며, 해외자산 중 45%가 주식과 채권 등으로 다양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 한국의 대외 건전성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금융기관들의 수익 추구 등으로 한국의 대외순자산은 중기적으로 GDP의 5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IMF의 전망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해외투자를 통해 대외순자산 규모를 선제적으로 늘려둬야 한다. 인구구조에서 중장년층의 비중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축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고령인구 비중 증가는 반대로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대외순자산의 증가는 배당, 이자 등 본원소득수지를 늘려 경상수지 흑자 요인이 된다. 선진국들의 경우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상품수지 흑자폭 감소 또는 적자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장래인구추계를 활용하여 경상수지를 예측한 결과 2030년부터 한국은 인구구조가 경상수지 적자요인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외순자산 증가를 통한 본원소득 증가를 선제적으로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 현재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은 내부적으로는 인구구조, 외부적으로는 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에 의한 부분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투자를 통한 선제적 대외순자산 확대를 통해 미래의 경상수지 적자 위험을 방어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 통화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Untact) 경제의 부상, 지나친 중국 공급망 의존도에 대한 반성과 리쇼어링 (Reshoring) 재평가, 인종차별과 여행운송 수요 감소, 식량안보의 중요성 부각 등 탈세계화 (De-globalization)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여파로 코로나 이후에도 제조업 생산기지 또는 원자재 공급 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던 신흥국들의 장기성장이 가능한지, 재정과 경상수지가 적자인 신흥국들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형성되고 있다. 

 

신흥국들은 열악한 의료시스템과 제한적인 재정투입 여력 등 단기적으로 정치와 소버린 위험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칫 임계점을 넘어설 위험이 생겼다. 2분기 이후에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시차를 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글로벌 교역과 신흥국 수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국가별 대외의존도 및 대외부채 현황을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수출의존도가 높고 대외 지급부담이 높은 헝가리, 칠레, 멕시코, 폴란드, 터키, 남아공, 브라질 경제 및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과거와 같은 강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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