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민심 이반의 법칙’이 작동하는 불행한 대통령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8월21일 09시42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21일 11시17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메타정보

  • 6

본문

5년 단임제 국가인 한국 정치엔 경험적으로 검증된 ‘민심 이반의 법칙’이 있다. 

정권 출범 3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을 전후로 대통령의 절대 권력이 침몰하기 시작한다. 정책 실패로  콘크리트 같던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대통령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하는 데드크로스가 고착화된다. 집권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래 권력이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걸면서 충돌한다. 덩달아 집권당 내부에서 대통령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에 권력 투쟁이 시작되고, 관료 집단은 권력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복지부동하게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왜곡되고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급기야 임기 말에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와 국정농단이 발생하면서 대통령은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고 결국 초라하게 퇴임하는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반복된다. 

 

애석하게도 최근의 정치 상황은 이런 민심 이반과 국정 실패의 법칙이 판박이처럼 작동하는 것 같다. 다음 달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0개월을 맞이한다. 그런데, 4․15 총선 넉 달 만에 민심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 갤럽의 8월 2주 조사(11일-13일)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39%로 취임 후 최저치 기록했다. 지난 5월 1주(71%)와 비교해 무려 32%포인트 추락했다. 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 5월에 민주당 지지도는 46%였지만 33%까지 추락했다. 

 

반면 통합당 지지도는 17%였는데 이번엔 27%로 크게 상승했다. 리얼미터․YTN 8월 2주차(10~14일) 조사에서는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36.3%로 더불어 민주당(34.8%)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보수 계열 정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3주 차(새누리당 29.6%, 민주당 29.2%)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급락 배경엔 그동안 여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3040세대와 수도권이 등을 돌리고, 중도층이 크게 이탈했기 때문이다. 8월 2주 대통령 직무 긍정률 하락폭은 전주와 비교해 전월세 거주·생애 최초 주택 실수요자 비중이 큰 30대에서 17%p(60%→43%), 전국에서 집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인 서울에서 13%p(48%→35%) 하락했다. 사무 관리 층에서는 9%p(54%→45%) 하락했다. 중도 층에서는 8%p(42%→34%) 추락했다. 

 

최근 상황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이 핵심이다.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35%)이 가장 많이 지적한 것에서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부동산 폭등 원인을 정책 실패에서 찾지 않고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 탓으로 돌렸다. 이런 기조 속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인 청와대 정책 실장과 경제 수석은 개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경질론이 거센 홍남기 경제 부총리에겐 ”역할을 잘하고 있다. 자신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라“는 주문까지 했다. 

 

한술 더 떠 문재인 대통령은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은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은 성난 민심 이반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여권의 권력 지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갤럽(8월 11일-13일)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당내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 도지사(19%)가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친문 이낙연 의원(17%)을 오차 범위에서 제쳤다. 한 달 전 조사에서 이 의원(24%) 지지가 이 지사(13%)보다 두 배 정도 앞선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지각 변동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30대와 40대에서 이 지사가 이 의원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가령, 30대에서 이 지사 27%, 이 의원 16%였고, 40대에서도 이 지사 31%, 이 의원 18%였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고 좌절한 3040세대가 문 대통령 지지에서 이 지사 지지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 유탄을 이 의원이 맞았다. 

 

b27d4a29c253e2f4f50a0968131d650e_1597970

 

 

문 대통령과 이낙연 의원과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 의원은 현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로써 문 대통령의 강력한 후광 효과를 통해 지지율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그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향후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등하지 못한 채 여당 지지율보다 낮고, 이 지사가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지킬 경우 당내에 이 지사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친문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에 권력 투쟁이 심화될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이낙연 의원이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문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 향후 이런 정치적 상황이 전개되면 결국 대통령 레임덕(권력 누수)이 빠르고 강하게 올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민심 이반의 법칙에서 벗어나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 동반 하락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에게 부동산은 자신의 재산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지율 반등은 쉽지 않다. 그런데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은 다소 절망적이다. 

 

한국 갤럽은 최근 집값, 임대료 등락 전망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사(8월 11-13일)를 실시했다.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에 대해 물은 결과, 58%가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13%는 ‘내릴 것’, 20%는 ‘변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7.10, 8.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고,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도 통과 됐지만 집값 상승 전망은 여전히 현 정부 출범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이렇다보니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는 것은 망했다)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편, “향후 1년간 전월세 등 주택 임대료‘에 대해선 66%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 집 마련에 민감한 젊은 세대인 19-29세(72%), 30대(73%)와 현재 전세에 살고 있는 사람(74%)에게서 그 비율이 엄청 높았다. 더구나 좌우 진영 논리에서 자유스러운 중도 층에선 그 규모가 77%나 됐다. 

 

실제로 전세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었지만 전세 매물 품귀, 가격 폭등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값이 54주 연속 상승했고, 서울은 60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65%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집값 상승(23%), ’일관성 부재‘(13%), ’실효성 부재‘(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역대 정부에서 정권 후반기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험했듯이, 부동산 정책 실패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집권 4년차 직무 수행 긍정 평가 비율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가 가장 최악이었다. 1분기 27%, 2분기 20%, 3분가 16%, 4분기 12%였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식 구조부터 새로워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예외고 전임 대통령과는 다르다“라는 삐뚤어진 자기 확신과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만과 독주에서 벗어나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행동하는 협치‘를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대로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용기 있게 고백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는 정직함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내각과 청와대에 포진해 있는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들에 대한 과감한 인적 개편을 통해 정책 기조와 국정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정부가 될 수 있다. 

 

역대 왕조를 살펴보면 아무리 군주가 대운을 갖고 태어났어도 무능하면 결국 망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잘못된 상황 인식과 정책적 무능, 그리고 집권 여당의 무기력이 지속․강화되면 레임덕과 정권 교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ifsPOST>

  

 

6
  • 기사입력 2020년08월21일 09시42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21일 11시1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