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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포퓰리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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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0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06일 15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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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덕분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수 있었다.

 

“#덕분에챌린지”는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국민 캠페인이다. 대구, 경북지역 코로나 19 환자가 폭증하며 지역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대구로 몰려들었다. 보호 장비에 얼굴이 눌리는 상처가 생기면서도, 병마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 덕분에 한국은 ‘K-방역’이라 신조어와 함께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 OECD 1위를 차지했다. 그 주인공은 의료진이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의사 단체의 반발

 

코로나 19 사태가 채 가시기도 전,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을 4천명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개선과 부족한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했다. 전공의 단체와 의사 단체는 정부 정책을 의료 현실을 모르는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라 강하게 비판하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모았던 정부와 의료계가 분열하며, 갈등 관계로 돌아섰다. 그간 수도권과 지방 의료 소외지역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는 정부나 의료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는 전혀 다른 시각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적정 의사 수,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선 정부 입장대로 현재 의사 수가 부족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가격은 자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공공재인 의료 가격(의료 수가)은 국가가 이미 정해 뒀으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OECD 통계를 근거로,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니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의료 ‘수요’가 부족하다고 본다. 

 

인구 감소에 따른 의료 수요 감소와, 지역 불균형 심화가 미치는 영향

 

2018년 통계청 기준 인구동향조사에서 한국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2010년 국내 출생자는 약 47만 명이었는데, 2019년 출생자는 겨우 30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비율로 계산하면 10년 후, 출생자는 19만 명 정도가 된다. 인구가 줄어들어 의료 시장도 동시에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0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수가 비수도권을 앞질렀다. 국내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 두 지역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46%인 105곳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그 중 남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방에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 낳을 사람이 없는데 산부인과 병원이 유지될 수 없다. 어린아이가 없으니 소아청소년과도 개원할 수 없다. 일반 내과나, 비용이 많이 드는 수술방이 필요한 외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병원을 개원했는데, 찾는 환자가 줄어드니,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소위 ‘기피 전공’ 대부분이 이런 현실에 처해 있다. 의료 수요가 너무 줄어들어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이들 전공 의사들이 피부미용이나 성형 등 다른 의료 술기를 배워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 개업하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대로 ‘지역 의사’를 강제로 배분한다면?

 

따라서 지방의 의료 수급 불균형 문제, 공공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는 인구감소와 지역 발전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만약 정부 정책대로 매년 지역 의사를 400명씩 선발해 10년간 의무복무하게 하고 지역 가산 수가제를 도입해 수입을 일정 수준 보전해 준다 하더라도, 수도권 병원과 비교해 생활환경이나 충분한 이해타산이 맞질 않는다면, 지역의사들은 의무 복무 기간만 채우고 모두 떠나게 될 것이다. 환자가 없는데, 병원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 가산 수가를 통해 이를 모두 떠받치려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건강보험료 인상 또는 다른 전공과목 의료수가 조정이 필요하다. 국민적 합의나 의료계와의 타협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런데, 정부는 처음부터 이런 점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오래된 선거 공약이었다.

 

사실 ‘의대 정원 확대’는 오래된 화두였다. 관련 법률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일부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에 나올 때마다 지역 의과대학 신설, 지역 의대 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 의대 신설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국민 58%가 찬성, 24%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학부모들과 사교육 시장에서는 의대 입시의 큰 장이 열렸다며 환영하고 있다. 근본적인 국가 의료 수급 대책과 동 떨어진 채,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국민들이, 10만 명에 불과한 의사들에 비해 대다수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정부는 코로나19로 혼란한 틈을 타 다수 국민 여론에 편승했다. 이른바 포퓰리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다수 여론을 내세운 또 다른 권력이 될 뿐, 생각이 다른 소수 시민의 자유와 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한다. 다수가 집단을 내세워 소수 개인을 압박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하는 절차가 훼손되고, 타인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즉 ‘소수 권력’의 폭정을 막을 수는 있지만, 다수의 횡포는 막아낼 수 없다.

 

위험한 포퓰리즘 정책

 

따라서 국민 전체의 공공재인 국가 운영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다수 의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 의견을 존중하며, 전문가의 전문지식으로 이를 보완하는 권력분립형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더욱 합리적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가에서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포퓰리즘 의료 정책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기와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대증요법으로 국민 다수에 환상을 심어주는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와 사회를 오래도록 병들게 한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역사에서 많은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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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8월06일 15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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