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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코로나 시대의 가속되는 일자리 변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7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19일 15시31분

작성자

  • 김진형
  • KAIST 명예교수, 전 인공지능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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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원격 근무, 프리랜서의 일상화


세계적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우리 인류가 일하는 형태의 변화와 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하고 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이미 이런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유행병 확산으로 그 속도가 더욱 빠르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만 이것은 또한 기술 채택과 변화를 가속화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사무실이 문을 닫은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집에서 일하고 있다. 원격근무는 직장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직장에서 식사를 제공하던 기업들은 먹거리를 집으로 배달하고, 심지어는 재택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아이 돌봄을 위한 비용도 지급한다. 이런 추세는 한 동안 지속될 것이다. 집에서 안락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한 직원들은 도심으로 일하러 가야 하는 직장은 피할 것이다. 

 

직원들만 원격근무로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회사들은 직원들이 매일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아도 사업이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출퇴근에서 절약되는 시간은 직원과 이득을 나누는 것이지만, 사무실 비용의 절약은 회사에 충분한 인센티브가 된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는 원격근무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분야가 있다. 회사들이 서둘러 원격근무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

 

이제 노트북과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노동과 고용의 역학관계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입지가 더 이상 직장선택의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넓은 지역에서 직장을 찾을 것이고, 또한 회사들은 넓은 지역에서 채용할 사람을 찾을 것이다. 여기서 넓은 지역이란 국가의 경계선을 쉽게 넘어 갈 것이다. 직원은 원격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회사는 원격 노동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프리랜서, 즉 비정규 계약직 형태의 일자리가 인력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회사는 원격 근무하는 프리랜서를 잘 활용하는 관리기법을 개발할 것이고, 숙련된 프리랜서들의 가치와 급여는 급등할 것이다. 일부 전망에 따르면 2027년까지 미국 노동력의 50% 이상이 프리랜서 형태로 구성될 것이라고 한다. 주1 

 

한 직장에서 한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승진하는 모델은 산업사회의 유물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첨예한 고용 경직성과 정규직-비정규직 논란도 시대 조류에 맞지 않는다. 모든 노동자는 능력 있는 프리랜서가 되도록 노력하여 하고, 정부는 프리랜서의 교육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프리랜서가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또 회사는 쉽게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계약 시 노사간 힘의 균형이 맞도록 표준 계약을 개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배제되고 중요한 결정은 인공지능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웬만한 업무는 다 자동화된다. 단순한 반복적 노동은 물론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업무도 자동화된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전체 일자리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 형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만은 확실시된다. 맥킨지에서는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어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는 정규직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특수한 능력을 갖은 프리랜서의 직업만이 사람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유토피아적 인공지능 시대를 꿈꾸고 있지만, 어두운 단면은 인간의 소외다. 이미 이런 현상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채용을 위한 면접 시험의 판단을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떤 관점에서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지 지원자들은 모른다. 아마 회사도 잘 모를 것이다. 더구나 딥러닝으로 학습되었다면 더욱 깜깜하다. 이런데도 회사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채용한다고 자랑한다. 왜 불합격인지 설명을 못하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속절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슬픈 현실이 이미 일상이 되고 있다. 

 

요즘은 영화 제작을 하기 전에 제작할 영화의 금전적 효과를 인공지능이 미리 예측한다. 돈이 안 벌릴 것 같으면 제작사는 제작을 포기한다.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예술가들이 아무리 예술적 가치를 주장해도 인공지능이 아니라고 하면 그 영화는 탄생할 수가 없다.

 

증권 투자 결정을 인공지능이 하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한다고 자랑한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17년에 주식 트레이더 600명을 해고하고 이들의 역할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했다. 주식 공모과정에서의 전문가 판단을 대부분 자동화했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매수 결정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려면 몇 백만분의 일 초라도 빨라야 된다. 사람은 배제되고 인공지능들이 경쟁을 한다.

 

사람이 일자리 경쟁에서 인공지능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스스로 부단히 능력을 개발하고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면 쓸모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평생에 전문성을 여러 번 바꿔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우리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고 프리랜서들이 많아지면 교육이 더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는 교육 혁신이 시급하다. 정규 교육에서는 신규 진입 노동자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능력을 보장하여야 하고, 기존의 노동자들에게는 부단히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 책임을 노동자, 기업, 정부가 고루 나누었다면 인공지능과 프리랜서 업무 형태가 활성화되는 지금부터는 정부가 더욱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의 유연성과 교육 혁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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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 Elaine Pofeldt, “Are We Ready for A Workforce That is 50% Freelance?” Forbes, 2017.10 https://www.forbes.com/sites/elainepofeldt/2017/10/17/are-we-ready-for-a-workforce-that-is-50-freelance/#26daea4d3f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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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19일 15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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