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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개선 목적 상법개정안의 허와 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7월14일 17시10분

작성자

  • 한만수
  •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변호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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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에 21대 국회가 개원되자 일부 의원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⑴ 집중투표제의 전면적 도입 -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집중투표제(주식 1주당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현재는 회사의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삭제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인 제도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⑵ 이사의 임기 단축 및 해임결의 요건의 완화 - 이사의 임기 상한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이사 해임의 결의요건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서 보통결의로 완화함으로써 이사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와 통제를 꾀한다는 것이다. 

 

⑶ 부적격 이사의 해임을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제안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 제도의 도입 - 이사가 횡령·배임죄 등으로 기소되거나 분식회계에 관여한 경우 등 부적격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이사의 해임·직무정지를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제안할 수 있는 주주의 권리를 단독주주권으로 명시하고, 이사가 주주가 제안한 이사해임·직무정지의 건을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⑷ 대표소송 제기 청구권의 요건 완화 - 회사가 주주로부터 이사의 배임행위에 따른 책임을 추궁하는 소제기 청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를 지체 없이 주주에게 알리도록 하는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주주가 대표소송 제기 후 합병 등으로 주주의 자격을 상실하더라도 소송이 계속되도록 요건을 완화하며, 대표소송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주주들의 소송참가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표소송제도를 보완·개선한다는 것이다.

 

⑸ 다중 대표소송 제도의 도입 - 자(子)회사의 이사의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모(母)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함으로써 이사의 책임경영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⑹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여 보다 중립적인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상장회사 및 계열회사의 임직원이었던 자 등으로서 이사회의 독립·감시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한 결격 요건을 확대하며,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각 1인 또는 복수의 후보자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수 있게 하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 각 1인은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⑺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 제고 -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중 적어도 1명은 현직 이사가 아닌 자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감사위원 선임단계에서 대주주가 3%를 초과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여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⑻ 주주총회 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 일정 주주 수 이상의 상장회사로 하여금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유한 물적 자원을 하나의 의제된 법인격, 즉 회사라는 틀에 모아 각종 영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주주에게 분배하는 주식회사 제도는 현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 중의 하나이다. 그렇게 모인 물적 자원을 어디에 투자하고, 영업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며, 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모든 투자자들이 총의로 결정하여서는 회사경영의 효율을 꾀할 수 없으므로 이사회나 대표이사가 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기업경영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는 이른바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부득이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사회나 대표이사와 같은 회사의 기관이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제고하기 위해 성실히 경영활동을 하도록 담보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에서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 감사위원과 같은 주식회사의 지배구조가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면서도 그 권한의 남용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계속 발전되어 왔고, 이번 상법 개정안의 제출도 그러한 노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주식회사의 이사, 대표이사, 감사위원은 모두 주주로부터 그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권한 행사가 대주주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쪽으로 행사되어 소수주주의 권익을 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경우 그 원인은 이사회의 구성원이나 감사위원이 오직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만 바라보고 ‘해바라기 형’으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1997년 말에 외환위기가 닥쳐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투입되기 전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그러하였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이루어져 이제는 주요 선진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에 필적하는 제도가 정착하였다. 위와 같은 배경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주로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고, 이번 상법 개정안도 여전히 그러한 경향의 내용이다. 

 

이제 상황이 많이 개선된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주식회사 지배구조 제도의 본래의 취지이다. 기업이 주주들의 총의가 아닌 기관을 통해서 경영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급변하는 환경에 원활하게 대처하면서 효율적으로 수익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종국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에 최대한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지배구조제도의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주식회사 기관의 본연의 역할수행에 장애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제도의 기본정신은 한편으로는 소수주주까지 포함한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경영에 관한 의사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 무지나 무경험 및 지체나 경색으로 인한 비효율을 극복하여 기업이익의 최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 내용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⑴ 우선, 현재 회사의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집중투표제의 전면 도입에 관해서 보자. 집중투표제의 목적은 주식회사의 이사 전원이 대주주에 의하여 독점되는 것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자칫 소수주주가 보유 지분비율을 넘어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경우까지 초래함으로써 대주주를 역차별 한다는 원론적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사들 간에 당파적 대립을 초래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여러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의무적 제도로 전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성급하다고 할 것이다.

 

⑵ 다음, 경영의 안정성, 계속성 및 전문성의 확보나 제고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이사의 임기 상한 1년은 지나치게 짧기 때문에 임기상한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사의 해임결의 요건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서 보통결의로 완화하는 것도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해할 여지가 상당하다.  

 

⑶ 검사의 기소나 감독관청의 제재 결정 등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이사가 횡령·배임이나 분식회계 등과 같은 부적격 행위를 하였음이 객관적으로 가시화된 경우 해당 이사를 회사의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경영진이 사적인 인연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그 해임결의안을 주주총회에 올리도록 제안할 수 있도록 함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해임에 대해 상당수의 주주 간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므로 단독주주권으로 하는 것보다는 소수주주권(예를 들면, 1%의 주식을 가진 주주)으로 함이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⑷ 대표소송 제기 청구권의 요건 완화에 관해서 보면, 회사가 주주로부터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소(訴)제기의 청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를 지체 없이 주주에게 알리도록 하는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것, 그리고 대표소송의 제기를 청구한 주주가 대표소송 제기 후 합병 등으로 주주의 자격을 상실하더라도 소송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 및 대표소송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주주들이 후에 소송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표소송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⑸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면 자회사라는 수단을 통해서 이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막게 되어 책임경영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손자회사나 그 아래 단계의 자회사로까지 대표소송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은 자회사를 통한 기업경영을 매우 불안정하게 할 수 있으므로, 1단계 자회사에 한정해서 횡령이나 배임으로 인한 판결의 선고 등 구체적이고도 가시화된 임무해태를 이유로 해서만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것으로 절충함이 바람직해 보인다.

 

⑹ 대표이사의 기업자금 횡령이나 탈세 또는 분식회계와 같은 경영비리가 터질 때마다 그 회사의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이 독립적 지위에서 그 권한을 행사하였으면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성의 말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사외이사가 대주주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일이나 감사위원이 이사회가 하는 일에 관하여 실질적인 관심을 갖지 않고 재무제표 등 회사서류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 (i) 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나 (ii)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중 적어도 1명은 현직 이사가 아닌 자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감사위원 선임단계에서 대주주가 3%를 초과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 확보 면에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상장회사 및 계열회사의 임직원이었던 자 등으로서 이사회의 독립·감시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자’라는 문언은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요건을 설정함이 필요할 것이고, 또한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도 그러한 지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사 선임에 있어서 특권을 가지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그들의 보유지분이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수의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⑺ 전자투표제의 전면 도입과 관련해서 보면,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회사경영에 관한 중요한 안건에 관해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이사회나 대표이사의 잘못된 전횡을 막는 데 효과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주주총회에 참석하고는 싶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부득이 참석할 수 없는 수많은 소액주주들에게 전자투표를 통해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다만, 전자투표를 실시함으로 인해 예측되는 문제점들, 예를 들면 사안 설명의 불충분으로 인한 판단오류나 총회 일정의 지체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아울러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진이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주주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한편, 우리 기업에 대한 국내외의 직접투자를 늘려 종국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할 것이다. 

 

 다만,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오히려 역행하여 소수주주권의 남용(알박기)을 초래해서는 곤란하고, 경영진이 늘 불안정한 경영권의 방어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본연의 임무인 기업의 영업활동에 집중하지 못하여 종국적으로 회사의 존속, 발전이 저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주식회사 제도의 존립에 고유한 원칙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균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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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14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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