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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보리의 코로나19 대응 : 글로벌 인도주의 휴전 결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7월08일 16시59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08일 12시56분

작성자

  • 정은숙
  •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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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2020-17](7.7)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유엔헌장에 따라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의 의무와 권한을 지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석 달 진통 끝에 7월 1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인도주의 휴전”(A Cessation of Hostilities, a Humanitarian Pause and Solidarity to face the COVID-19 Pandemic) 결의문을 15개 이사국 전원합의로 채택했다 본 안보리 결의문 2532(2020)는 안보리가 코로나19 팬데믹의 국제평화와 안보에의 함의를 다룬 첫 문건이 된다. 

 

이사국들은 시리아, 예멘, 리비아, 남수단, 콩고 등지 교전행위자들을 향해 “어떤 상황이건 모든 적대행위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했다. “최소 90일간의 지속적 인도주의 휴전기간”을 두어 “인간애,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 등 인도주의 원칙이 준수되는 가운데, 생필품과 서비스를 안전하게 지원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의료적 소개 등도 가능케 할 목적인 것이다. 단, IS(이슬람국가), 알카에다, 알누스라전선 등 안보리가 정한 극단테러단체에 대한 군사작전은 예외다. 즉, 이들 테러단체와의 전투는 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

 

본 결의문은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그리고 비상임이사국인 튀니지, 두 국가가 주도적으로 석달 간 합의를 모색해 온 결과다. 글로벌 팬데믹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유혈충돌 속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이 결의를 누구라 해도 환영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WHO(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코로나19를 글로벌 팬데믹으로 선언한지 111일 만에,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50여만명, 확진자가 100여만명을 넘어서야 안보리가 휴전 결의문을 낸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을 갖게 한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라 인도주의 차원의 “글로벌 휴전”을 호소한 것도 석 달 여전 (3월 23일)이고 193개국이 참가하는 유엔총회는 4월중 두 차례나 코로나19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각각 코로나19 방역협력 강화 & 백신 개발 및 의료시설 접근 향상). 

 

팬데믹 속에서도 포화로 사람이 죽어가건만 정작 유엔회원국에게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진 안보리는 7월 1일까지도 결의문을 내놓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협상과정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소지한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의 연원과 확산책임, 그리고 유엔 산하 WHO에 대한 상반된 평가 등 입장차를 크게 드러낸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4월초, WHO가 “중국이외로의 확산차단에 실패”한 점, “중국의 공식입장만을 그대로 공표하는 점” 등을 맹비난하면서 WHO에 대한 지원금 중단을 결정했다. 다시 5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거브러여수스 WHO사무총장 앞 4쪽 분량 서신을 통해 중국정부의 정보은폐 의혹과 WHO의 미숙한 대응을 시간대로 짚고, 만일 WHO가 30일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 등 실질적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지원금의  영구중단 및 회원자격을 재고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만큼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뿐 아니라 WHO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컸고, 어떻게 하던 코로나19에 대한 안보리 첫 결의문에 이러한 입장이 포함되길 바란 것이다. 유엔주변 다수 소식통들에 따르면 결의문 초안에 미국이 코로나19 연원과 투명성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한 WHO의 글로벌 역할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미국이 수용키 어려웠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유엔사무총장과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안타까움을 표출해 왔었다. 결국 7월 1일, 일종의 절충안으로 “투명성”도 “WHO”도 거론치 않은 결의문 2532(2020)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전원합의로 채택될 수 있었다. 만장일치라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코로나19가 미중 경쟁과 견제의 큰 골로 남아 있음을 실감케 한 안보리의 첫 코로나19 대응 결의문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결의문 채택 그 자체로 안보리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최소 석 달, 즉, 9월말까지 교전참가자들은 총을 놓고 공동의 적인 코로나19와의 전투에 임해야 하고, 유엔과 회원국들은 이를 모니터링하고 지원해야 한다. 일찍부터 글로벌 휴전을 호소해온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즉각 이 결의문 채택이 현장 교전참가자들에게 중요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반겼다. 그는 진행 중인 모든 전쟁관련 영향력을 지닌 유엔회원국들의 평화노력 배가를 촉구하면서, 자신이 구체적 휴전 및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당사자들과 함께 일할 것이라 했다.

 

결의문은 여러 측면에서 사무총장에게 코로나19 방역 지원에 매진할 것을 요청했다. 

첫째, 전투지대 및 인도주의 위기지역, 특히 개별 국가 내 유엔체계 모든 조직들의 팬데믹 방역노력을 배가토록 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둘째, 유엔평화유지미션과 특별정치미션의 주요 임무수행에 미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보고토록 했다. 

셋째, 전세계 13개 유엔평화유지미션이 각각 주워진 임무와 능력 내 초치국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지원토록 했다. 

결의문은 또한 여성과 소녀, 아동, 난민, 국내난민,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글로벌 팬데믹의 불균형적 부정적 영향, 그리고 대응과정에서 여성과 청소년들의 평등하고 의미있는 참여를 촉구토록 했다.

 

기대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안보리가 이번에 인도주의 휴전을 결의한 일은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정 “안보리 리더십”과 “다자주의 승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첫째, 사후, 즉, 글로벌 팬데믹에 처해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휴전을 결의하는 일만이 안보리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글로벌 시대임에 비추어 특정국가내 미지의 바이러스 발생 시 해당국가의 즉각적이고 투명한 공개 및 성실한 국제협력 자세가 유엔의 3대축, 즉, 인권, 개발, 그리고 궁극적으로 국제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교훈을 수용하는 것도 안보리의 영역일 것이다. 그러한 교훈이 이번 코로나19 대응 첫 결의문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운 감이 있다. 

 

둘째, 더 우려되는 것은 진행 중인 중동, 아프리카 대다수 내전은 해당국 국내분파간의 적대감뿐 아니라 지역패권국, 그리고 강대국까지 연계된 삼위체적 성격을 지닌다. 경우에 따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정학적 전략과도 연계된다는 것이 이즈음 안보리를 지켜보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서 휴전도 종전도 어려웠다. 유엔사무총장은 올해 전망에서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지 끝 모르는 교전을 “광풍”(狂風)이라 일컬었었다. 2020년 인류를 공포에 몰아 놓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리고 제재를 수반하지 않은 이번 안보리 글로벌 휴전 결의가 이들 흐름을 90일이라도 중단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대로 의미 있는 휴전과 종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와 “수행능력”을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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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08일 16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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