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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9)청계천, 남산에는 무기 든 나무들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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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19일 18시4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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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근처에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거닐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서울이 가진 큰 자산입니다. 동경, 북경 등 이웃 나라 수도들에 비해 역사적 유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남아 있는 느낌을 주는 서울의 도심은 한때 도시 시설인 건물과 도로만이 보이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청계천과 남산은 서울 시민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역할만 할 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을 찾은 외국인들의 좋은 산책 코스로서의 역할도 함으로써 서울의 큰 강점으로 올라섰으니까요. 제가 두 곳을 산책하는 시간대는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산책하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 속에는 많은 외국인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청계천과 남산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큰 장점이 있는데다가 잘 정리는 도시의 멋진 모습과 함께 어우러진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곳에는 무기를 든 나무들이 숨어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화살, 작살, 그리고 딱총이라는 무기들을 이름으로 가진 나무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화살나무, 작살나무 두 나무의 이름은 공원이나 강, 천, 호수 등에 잘 조성된 산책로 등을 거닐면서 만나보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두 나무의 모습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두 나무는 높이 2-3m 정도까지만 자라는 작은 관목들이니까요. 

 

작살나무 이름은 참으로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어디에도 고래를 잡을 때 쓰는 그 우악스런 작살의 이미지를 가진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죽 벋은 가지가 곧고 긴 모습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이미지를 주었나 봅니다. 이 나무를 발견하게 되면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가지실 것으로 짐작합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100가지’라는 책을 쓰신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선생도 이 나무를 ‘모양새가 아름다워 가꾸고 싶은 나무’의 범주에 분류해 놓으셨습니다. 특히 작살나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식재되는 좀작살나무를 보시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지금 한창 가지에 피우고 있는 연분홍색 꽃들이 너무나 작아서 그 아기자기한 모습에 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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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남산공원 좀작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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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남산공원 좀작살나무 

 

이 나무의 진가는 한여름이 지나면서 익어가는 열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꽃이 피었던 자리에 열리는 작은 열매들이 포도송이처럼 옹기종기 달려 있는 모습은 작은 보석꾸러미 같은 이미지를 줍니다. 색깔도 보라색에 가까운데 햇빛을 받으면 영롱하게 빛나는 열매들이 사진사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가끔 보이는 흰색 열매도 보석 같은 이미지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나무는 이 열매의 매력 때문에 가을에도 어느 정도의 운치를 더해주는 관목으로서 대접을 받으며 거의 모든 공원, 관광지, 산책로 등에 심어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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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9일 원광대학교 자연식물원 좀작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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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분당 중앙공원 좀작살나무 

 

화살나무의 경우는 어느 누구든지 제가 그 줄기나 가지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쉽게 납득하게 됩니다. 거기에 붙어 있는 날개 같은 코르크 조직이 화살 뒷부분의 깃털을 연상시키니까요. 이 나무는 줄기에 붙어 있는 이 조직 외에는 특징으로 잡을 만한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봄에 (4월 중하순) 피는 꽃들은 정말 식별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 쉬울 만큼 색깔도 연두색이고 크기도 매우 작은 모습을 하고 있고, 그에 이은 열매도 아주 작은 연두색 모습을 드러냅니다. 열매는 이즈음 발견되는데 그것도 잘 찾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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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남산공원 화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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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의 가치는 가을에 일찍 물든 예쁜 단풍 색깔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나무들 중에서 가장 일찍 옅은 자주보라색 단풍을 차려입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미 선생의 책에서도 이 나무의 단풍이 비단처럼 고와서 錦木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고 쓰여 있네요. 그렇지만 이런 관상용 가치보다는 아마도 풍성한 잎과 든든한 가지 구조 덕분에 공원이나 아파트단지의 화단 울타리용으로 많이 식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사시는 아파트단지마다 이 나무는 찾기만 하면 발견하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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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나무도 그다지 크지 않은 나무입니다. 5m 전후로 자라는 나무인데 잎은 복엽구조를 이루고 있고 그 이름과는 다르게 그다지 단단한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소 풍성하게 형성되는 수형을 가지고 있고 이맘때 빨간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송이들을 곳곳에 맺고 있어 도시 산책길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4월말 5월초 정도에 피는 꽃들은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들을 만들기 위해 역시 풍성하게 달리지만 그다지 주목을 끌지는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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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 청계천 딱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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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분당 중앙공원 딱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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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1일 청계천 딱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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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4일 서강대 딱총나무 

 

이 나무 이름을 인터넷에 치면 거의 바로 ‘접골목’이라는 연관단어가 나오고 오히려 이 항목으로 이 나무는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필자는 인터넷에 보이는 대로 이 나무의 가지를 달인 한약이 뼈에 좋다는 것밖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요즈음 시원한 아치 나절에 청계천을 산책하시면 이 나무들을 군데군데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열매들이 분당 중앙공원의 열매처럼 영롱한 붉은 색으로 익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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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19일 18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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