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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통치자 김여정> 지금 북한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14일 11시10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 9

본문

- 북한 내부로부터의 거대한 변화: 김여정의 등장과 북한의 권력이동(Power Shift)

- 김정은의 국정리더십 실종사태

- 북한의 급변사태와 작계5029

- 청와대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해야

- 문 대통령, 전군지휘관 비상대책회의 소집해야

- 북의 대남무력도발 강력대응해야

- 37살 김정은은 어디에?

 

남북관계가 또다시 일촉즉발의 소용돌이 국면으로 빨려들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대남사업 담당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지시로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모든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전면 차단하고 폐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9일 오전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6월 9일 12시부터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 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런 ‘이상한 뜻밖의 조치’는 하루 전날(8일)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 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이어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고 말하면서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또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통신 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예시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도 9일 보도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최고 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여정의 담화 한마디에 우리의 통일부가 벌벌 떨며 불과 4시간 만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어기는 단체에 대해서는 법인 설립 허가 취소, 경찰 고발 등 강력한 제재를 즉각 이행하겠다는 남한 정부인데, 북한이 이런 ‘순한 양’과 같은 남한 정부를 향해 갑자기 전면적 소통라인을 자르고, 남한 정부를 대적(對敵)정부로 규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이렇게 과도한 흥분상태와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키게 했을까? 지금 북한 내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북한이라는 ‘극장 국가’(theater state)의 무대에는 오직 최고수령 단 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최고통치자 김정은뿐이며, 그 극장 국가 무대(북한)에서는 1인 모노드라마만 상영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극장 국가 무대의 주인공이 사라진 것이다. 최고수령의 독무대에서 주인공 김정은은 안 보이고 대신에 두 명의 대역들이 출현했다. 그들이 바로 김여정과 김영철이다.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래서 당분간 ‘극장 국가’(북한)의 문을 닫기로 결심한 것일까?

 

다시 묻는다. 지금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북한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다. 왜 북한은 갑자기 이런 돌발적인 행동을 결심했을까? 도대체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북한이 하루아침에 대남 강경 태도로 돌변했을까?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외부를 향한 일체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도록 했을까?

 

우리는 그동안 김정은의 조연에 충실했던 김여정이 왜 갑자기 ‘김정은 대역자’ 혹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가를 깊이 관찰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김여정 제1부부장의 등장을 일정한 시기와 절차를 거쳐서 단계적으로 진행해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와 사례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 북한에서는 거대한 권력 이동이 진행 중에 있고, 그 권력 이동의 핵심은 절대권력자 김정은으로부터 그의 동생 김여정과 당 핵심 실세들에게로의 권력 분산현상이다.

 

지난 4일 김여정이 내놓은 대남 비방 담화는 북한 내부의 각계각층이 인용하면서 전면적인 대남 비방 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대변인을 내세워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발표했으며 “대남사업 부문에서 김여정이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을 착수하는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서 6일에는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성토하는 ‘청년학생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열렸고, 이 집회의 첫 순서가 바로 김여정의 대남 담화 낭독이었다. 북한 매체들 사이에서 김여정의 담화 내용이 강조, 인용된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6일과 7일 연이틀에 걸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를 접한 각계의 반향’ 이라며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와 주민들의 대남비방 기고문을 실었다. 물론 이들의 기고문을 통해 김여정의 담화를 인용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북한이 지금 다양한 각계각층을 통해 김여정에 관한 선전선동물을 내놓음과 동시에 군중 집회까지 열어 북한 최고지도자도 아닌 김여정의 담화 내용을 인용하고 낭독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로서 정상적인 수령체제의 작동 하에서라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종의 ‘아웃라이어(outlier)'이다. 1인 독재국가, 전체주의 국가, 수령절대주의 왕조 국가, 신정(神政)국가인 북한에서 발생될 수 없는 이상한 정치적 일탈이자 사건이다. 김여정을 북한의 ‘수령’급에 준하는 특별대우를 하듯 떠받들면서 그녀의 발언 한 구절 한 구절을 수령의 교시처럼 낭독하는 군중 집회를 펼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정치적 이변(異變)이며,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넘어선 뜻밖의 정치적 격변(激變)이자 ‘정변(政變)’이다.

 

그럼 왜 북한은 갑자기 청와대 직통전화(핫라인)를 포함해 남북 사이의 모든 연락선을 끊어 버렸을까? 그리고 대남업무도 남한을 적으로 대하는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며 남북관계를 다시 불통의 시간으로 되돌리려 하는 것일까? 북한은 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무대 전면에 등장시키는 준비작업에 전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한 가지이다. 현재 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국정 리더십’을 메꾸고, 이를 위해 김여정을 김정은의 확실한 후계자로 세워놓기 위한 후계구축작업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이미 김여정을 김정은의 후계자로 기정사실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북한 <노동신문>이 사설과 기사를 통하여 김여정을 ‘당중앙’에 비유한 표현을 잇달아 게재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 ‘우리 국가제일주의’란 제목의 기사에서 “당 중앙과 사상도 숨결도 함께 하며 당의 령도를 충성 다해 받들어 나갈 때 우리 국가제일주의,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조선제일주의의 위력은 더욱 높이 발휘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10일에는 ‘주체조선의 절대병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위대한 당중앙과 사상도 뜻도 발걸음도 함께 하며 조국 번영의 찬란한 래일을 앞당겨가는 우리 인민의 전진을 가로막을 힘은 이 세상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11일에는 ‘최고 존엄은 우리 인민의 생명이며 정신적 기둥이다’란 제목의 1면 논설을 통해 “주체조선의 모든 승리와 영광의 기치인 당중앙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쳐 필승의 신심 드높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당중앙’이란 표현을 일반 기사 수준으로부터 단계를 높여서 마침내 논설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당중앙’이란 표현이 점점 무게감 있게 다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노동신문>은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될 당시에 ‘당중앙’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2010년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당대표자 관련 사설에서도 그를 ‘당중앙’으로 표현했었다. 따라서 외부인에게 ‘당중앙’이란 표현은 폐쇄된 북한 내부의 권력 이동과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일종의 센서(sensor)이자 카나리아이다. 이번 <노동신문>에 잇달아 등장한 ‘당중앙’이란 표현 또한 북한 당국이 북한 내부와 외부세계에 북한 내부의 권력 이동 상황을 감지할 수 있도록 암시해 주는 일종의 큐(cue)를 준 것은 아닐까. 북한은 이미 김여정을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이 갑자기 대남, 대미창구를 모두 폐쇄하고 강경정책을 예시하는 것도 김여정 후계 작업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김여정이 김영철과 함께 한 조를 이룬 협업적 역할자로 등장하여 느닷없이 대남 적대 정책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김여정이 이미 북한 내부로부터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동시에 이제부터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착수하여 사실상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등극하기 위한 지도력 테스트와 현장실습 과정에 돌입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김여정의 리더십 훈련 과정에 부과된 첫 번째 시험 이슈는 북한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위협적이며 복잡한 고난도의 ‘대남 문제’가 선택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민국 헌법이 북한을 우리의 영토, 우리나라로 규정하듯이, 북한 역시 남한을 자신의 영토와 자기 나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 대남사업은 아주 특별히 다뤄야 할 최우선적인 특수사업이다. 쉽게 말해서 북한에서 한국과 대남 문제는 아무나 관리 감독할 수 없는 특별지대이자 특별사업이며, 최고통치자의 입장에서는 주권통합과 영토통일이 맞물려 있는 ‘민족통일’ 사업이다. 

그런 측면에서 ‘조국통일’을 국시(國是)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서 대남사업은 최고 존엄의 절대 영역이다. 그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니 범접해서는 안 되는 일종의 절대 성역이며, 오직 최고영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최고 책임자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대남사업을 ‘통일사업’이라 부르며, 이 사업의 주무 부서를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두면서 실무책임자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맡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이 신성한 대남사업의 전권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협력체계로 이양했다. 수령의 영역이자 수령이 통할한 대남사업의 엄청난 권력이 김여정과 김영철로 넘어갔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북한의 유일 영도체제가 깨졌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수령제가 폐지됐다는 의미인가? 김정은의 독점적 권력과 국정운영권이 내각으로 분할되었다는 의미인가?

 

북한에서 평화적인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관계로 돌리고 말고의 최종 결정권자는 오직 수령 한 사람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렇게 엄청난 문제의 결정도 김정은의 명령이 아닌 김영철과 김여정 이 두 사람의 지시와 명의에 의해 내려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럼 왜 지금 북한에서 이런 일이 발생되는 것일까? 이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밝혔듯이 북한의 대남 강경책 전환에 대북 전단 살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일까? 3대에 걸쳐 72년 동안이나 절대왕조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현존하는 지구상 최장수 독재체제인 북한의 수령독재체제가 과연 남쪽의 ‘자유민’들이 보낸 고무풍선 몇 장에 체제위협을 느껴 하루아침에 대남 강경정책으로 선회할 만큼 유약해 졌기 때문일까? 지금 북한체제가 ‘자유민’들이 보낸 ‘종이떼기’(삐라) 몇 장 갖고 흔들릴 정도로 심각해 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지 않다면 북한이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고무풍선에 띄워 보낸 몇 장의 삐라 종이쪽지에 그리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혹시 지금이 대북 고무풍선 몇 장에라도 심각한 체제위협을 느낄 만큼의 국정 리더십 공백상태기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 숨겨진 이유는 무엇인가?

 

탈북 자유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체제를 위협하고, 여기에 남측에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서」에서 규정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살포’, ‘적대행위’ 금지라는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면 북측은 이보다 훨씬 더한 약속위반 행위를 더 많이 저질러왔다. 

 

자유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 구실로 트집 잡아 북한이 남북관계의 문을 닫아 버린다면 그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 이유는 대북 전단 살포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58회, 2018년 15회, 2019년 11회로 눈에 띄게 줄었으며 올해에는 불과 4건밖에 살포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한편으론 그동안 지속되어 온 대북 전단 살포를 지금에서야 문제 삼고 나선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특히,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4.27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자유민들에 의한 대북 전단 살포는 최소한 20여 차례나 시행되어왔다. 그런데도 북한은 그동안 침묵해 왔다. 그래서 이번에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남북관계의 모든 소통을 끊고 다시 적대관계로 돌아간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핵심 이유를 북한의 ‘국정리더십 공백’ 사태로 보고 있다. 지금 북한이 그토록 어렵게 쌓아 올린 대남관계를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남한과의 일체의 소통문을 틀어 잠그며 순식간에 대남적대관계로 터닝하는 핵심 이유는 ‘국정리더십 공백’ 때문인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지금 북한은 김정은 이후 김여정으로의 후계체제구축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김여정의 후계체제를 공고화시켜 새로운 국정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지금이 이러한 권력승계에 관한 모든 준비작업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오늘 이 고난의 시간을 안정적으로 극복해 내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정치적 도전이자 국정 위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국정리더십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 이것은 급속히 북한체제 위협 요인들을 생성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정치 상황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북한의 정권 핵심세력들은 이와 같은 체제위협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김정은으로부터 김여정으로 권력 이동을 안정적으로 진행시켜 마침내 김여정 후계체제를 안착시키는 것을 최우선적인 ‘국가의 일’로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갑자기 대남 소통 채널을 모두 끊고 대남사업의 최종 관리자로 김정은이 아닌 김여정을 발표한 것은 나름의 숨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정은이 더 이상 대남사업의 총책임자로 전면에 설 수 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북 간의 모든 소통 채널을 폐쇄한 이유 역시 이제 더 이상 김정은이 전면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이 철수한 남북 간의 소통 채널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직통 채널이다. 

 

북한이 대남 소통 채널을 모두 폐쇄한 핵심 이유 중의 하나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직통 라인 폐쇄에 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리 이런 상황에 부딪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선제적 예방조치를 취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갑자기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직통전화를 폐쇄하고 앞으로 대남 문제의 전담자로 김여정을 등장시킨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지금 국정운영의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져 있다. 김정은의 후계자로 김여정이 내정됐고 이제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국정운영의 리더십 공백을 메울 지도자로 등장할 것이다. 백두혈통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김여정이 간판 지도자로 등극하면서도 여자라는 점과 나이가 젊다는 두 가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당분간 북한의 국정운영은 각 분야의 실무총책임자들 혹은 베테랑들이 리더십 공백을 메울 받침대로 적극 기용될 것이다. 경제에 박봉주, 내각 행정에 이재룡, 외교에 이선권, 대남·대미문제에 김영철 등의 보조를 받거나 이들에게 일임하여 실패할 경우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국정운영의 리더십을 펼쳐 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쯤에서 우리 정부는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북한의 국정리더십 공백이 어떻게 연유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장기화될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정보를 토대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만반의 대응책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상황에 대해서 작은 것이라도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는 과거 독재정치의 흉물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금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나 호기심에 억압의 재갈을 물리려 해서도 절대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것 또한 과거 독재정치의 구습(舊習)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여정을 “당중앙으로 부르라는 지시까지 나왔다”면서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됐음을 인정했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보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김여정이 후계자로 내정된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 통일부는 다음의 질문에도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김여정의 후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도 북한에는 별 특이 동향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여전히 김정은의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보는가? 김정은은 건재하며 북한 국정운영의 최고지도자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가? 여기에 더하여 몇 가지 의문점을 더 묻고자 한다.

 

그동안 북한에서 내보낸 김정은의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왜 5월 1일 이후 공개된 모든 사진은 실내에서만 촬영된 것만을 엄선해서 내보내고 있는가? 그리고 동영상은 왜 한결같이 말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와 같은 화면만 내보낸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을 더한다면 김정은의 야외현장 시찰은 왜 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현장지도야말로 북한 리더십의 핵심 중의 핵심인데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은 왜 현장 시찰에 나서지 않고 있는가? 야외활동을 하게 되면 미국의 구글이나 위성 촬영에 모든 활동장면이 적나라하게 잡히기 때문인가? 끝으로 가장 궁금한 의문점은 1984년 1월 8일생으로 올해 나이 37세인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국정운영 리더십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기에 지금 서둘러 그의 여동생 김정은을 후계자로 등장시키고 있는 것인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보다 솔직한 자세로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만반의 준비를 강구해나가야 한다.

 

김일성으로부터 백두혈통의 적자(嫡子)들이 대대로 영도자 자리를 세습하고 이들 수령을 신처럼 떠받드는 세습왕조체제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국정운영 리더십 공백 상황은 곧바로 체제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극도의 정치위기를 초래한다. 특히, 37세의 젊은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국정운영 리더십의 공백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사망 당시보다 더욱 큰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첫째, 가장 위험한 문제는 북한의 핵통제이다. 솔직히 나는 북한의 국정운영 지도자가 누구인가의 문제 보다, 누가 되든 핵무기가 안정적으로 잘 관리되고 통제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한다. 핵의 안정적 관리는 우리 국가와 국민은 물론 북한 동포를 포함한 우리 민족 전체의 생존과 안위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의 정치 불안정으로 인하여 핵무기가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국내 정치적 목적이나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로 인한 한반도 리스크는 가늠하기 어려운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우리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형식이든 북한의 국정운영 리더십 공백이 초래되면 가장 두려운 위협은 첫째도 둘째도 안정적인 핵무기 관리이다. 우리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한 대비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만전을 기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국정운영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면 이로 인한 외국군(중국군)의 개입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적극적 개입 또한 강행될 것이다. 이는 미중 간의 군사적 대결을 초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질서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들이 한반도 내정에 간섭하게 되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할 것이다. 북한의 권력 이동에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는 바로 북한의 국정운영 리더십 공백이 곧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역사적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문재인 정권이 작금의 북한 국정운영 리더십 공백에 따른 김여정 후계체계 구축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관찰하고 대비해 할 이유는 자칫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될 경우, 문 대통령은 어떻게 강대국들의 주권침해를 막고 그들의 협력을 얻어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행동계획(action plan)을 준비해 놔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을 충분히 활용하여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을 염두에 둔 한미연합 작전계획인 ‘작계5029’를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21일(현지 시각) 미국의 폭스(FOX)뉴스는 미 국방 정보 관련 당국자를 인용해서 “미국 정부가 김정은의 유고 상황에 대비해 광범위한 비상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으며, 이는 김정은의 사망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감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 사망 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굶주림에 내몰리고 중국으로의 대규모 탈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서 상황을 관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이 먼저 북한으로 들어가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물류 통로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을 나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미국이 북한 안정화 작전의 파트너로 한국이 아닌 중국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처리를 놓고 밀약을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왜 김정은의 리더십 공백 상황 발생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초미의 긴급 상황인지를 말해주는 결정적 이유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생사보다도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지도력 공백 상황이 초래할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선제적인 대처를 통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비상대응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북한은 정권교체기, 권력이양기, 후계체제 구축기마다 엄청난 대남 무력도발을 감행해 왔다. 김정일의 경우 버마 아웅산 폭탄 테러와 KAL기 폭파를 자행했고, 김정은의 경우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과 천안함 폭침 사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난폭한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이제 김여정 후계체제의 구축작업을 위해 모든 대남 소통문을 걸어 잠그고 무력도발을 예시해 온 북한이 김여정이 ‘여자라는 유약함’을 만회하기 위해서 보다 대범한 무력도발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당장 김여정은 자신의 최고통치권 확립을 위해 남한을 공격할 군권과 대적행사권을 군 총참모부에 넘긴다고 선전포고 했다. 이는 사실상 전쟁에 준하는 무차별적 대남 무력도발을 예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 계획들은 대적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밝히면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며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 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남한 당국을 겨냥해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위원장 동지(김정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머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단계 행동’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궁금해 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 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무력 군사도발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지금부터 청와대는 24시간 비상체제에 들어가야하고 특히 NSC와 국정상황실은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등과도 긴박한 대응체계를 논의 구축해야 한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전군지휘관들의 비상회의를 소집해서 이에 따른 대응전략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연합사령관과도 긴급회동을 열어서 북한의 대남군사도발을 강력히 억지하고 저지하는 대응전략을 숙의해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북한이 허튼 망상으로 대남무력도발을 자행할때 한미연합동맹군은 즉각 북한의 도발에 가차없는 반격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통해 북한의 리더십 공백에 따른 정치 불안으로 인한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북한의 리더십 공백 사태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전한 생존’, ‘미래 희망과 국익’, ‘굳건한 평화’를 지켜내는 최선의 길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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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14일 11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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