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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7)‘복자 살매’로 살펴보세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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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5일 17시0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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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매를 한창 익혀가고 있는 과일나무 중에서 열매만 봐서는 잘 구분이 안 되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그리고 매실나무 등입니다. 그래도 복숭아는 열매 껍질에 붙어 있는 조금 까칠까칠한 조직 덕분에 다른 세 과일과 대체로 구분이 가능한 편인데, 저도 한 동안 나머지 세 나무들의 열매를 구분하기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특히 이맘때가 더욱 그런 것이 세 나무 열매들이 동글동글한 모양새도 비슷한데 지금은 색깔마저도 연두색으로 비슷하고 껍질도 공통적으로 반질반질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참으로 헷갈립니다. 물론 이 과일나무들을 재배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부질없는 소리이겠지만, 그냥 나무를 좋아해서 관찰하고 구분해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큰 숙제로 다가옵니다. 

 

이런 나무 관찰자들을 위해 제가 제시하는 해법이 잎의 모양새의 차이로 구분해서 ‘복자 살매’를 적용해 보자는 것입니다. 잎의 모양이 긴 나무부터 복숭아, 자두, 살구, 매화 순이라는 말씀이지요. (처음에는 ‘살매 복자’라는 말을 지어냈는데, 어느 한분이 “‘복자 할매’를 연상하게끔 그냥 ‘복자 살매’로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신 대로 이 표현을 제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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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여의도공원 복숭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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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여의도공원 매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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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원불교 중앙총부 살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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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원불교 중앙총부 자두나무 

 

묘하게도 꽃 모양을 기준으로 해도 이 기준 ‘복자 살매’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숭아와 자두는 꽃잎 사이가 조금 떨어진 느낌을 주는데 그 정도도 복숭아꽃이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구나무와 매실나무 꽃(매화죠.)들은 다섯 장의 꽃잎이 빈틈없이 붙어서 피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이 나무들이 꽃을 피우면 한번 ‘복자 살매’를 기억해서 적용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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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7일 분당 영장산 복숭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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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용인 고기동 낙생저수지 복숭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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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6일 분당 새마을연수원 근처 자두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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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분당 야탑역사거리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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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0일 분당 아파트단지 내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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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8일 분당 아파트단지 살구꽃 

 

이 네 나무들 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 두 가지는 복숭아나무와 매실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두 나무 모두 상대적으로 그다지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나이가 든 개체들은 제법 큰 키를 자랑하는 녀석들도 볼 수 있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키가 그다지 크지 않아도 되는 점 덕분에 공원이나 정원 등에 심는 부담도 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복숭아나무는 제가 다닌 거의 모든 주변 산에서 꽃을 볼 수 있었으니 번식력과 생명력도 매우 강한 나무라고 여겨집니다. 시골 동네마다 흔히 ‘복사골’이란 (복숭아를 줄인 말이 복사이지요.) 이름을 붙인 골짜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복숭아나무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경원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복사꽃이 피면 처녀 가슴에 바람 든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일반 가정이나 동네에는 잘 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복사골이란 표현도 있지만 武陵桃源이라는 말 속에서도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피는 꽃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에 비해서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매우 가까이 했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제가 묵었던 중국 베이징의 영빈관인 釣魚臺의 정원 곳곳에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도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복숭아나무들을 줄지어 심어놓은 정원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삼국지의 세 영웅,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술잔을 기울이며 형제의 의를 맺은 유명한 ‘桃園結義’라는 표현을 처음 읽었을 때 어느 산속의 복숭아 정원쯤 되는 줄 알았습니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유비의 집 뒤뜰에서 술잔을 기울였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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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7일 분당 중앙공원 복숭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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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24일, 26일 북경 조어대 내 복숭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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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28일 내몽고 수도 호텔 복숭아나무 

 

매실나무 즉, 매화나무는 이른 봄에 비슷한 나무들 중에서는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매력 때문에 거의 모든 공원에 심어지고 수확하는 과일의 씀씀이도 다양해서 남쪽 지방에서는 다량으로 재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과일로서 재배하는 경우 이 나무들이 비교적 크게 자라지 않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비록 과수원에서는 나무들이 위로 자라려는 경향을 제어하는 기법으로 더욱 나무들의 키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만 말입니다. 

 

매실나무의 꽃인 매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기품 있는 꽃으로 대접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수목학자 임경빈 선생은 쓰신 책 나무백과에서 매화의 기품을 예찬한 시들이 옛날부터 무수히 많았다고 언급하면서 매화가 꽃피우는 계절이 한겨울인 만큼 우리를 사색으로 이끄는 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옛 선비들의 정원에서도 깊은 山寺에서도 이 나무는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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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여의도공원 매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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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29일 강릉 오죽헌 '율곡매'라고 부르는 오래된 매실나무 

 

나이가 600년이 되니 잎모양도 크고 길게 바뀌었는데 아직도 왕성하게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살구나무와 관련한 고사를 찾아보면 흔히 공자가 이 나무가 심어진 단(杏亶)에서 가르쳤다고 하여 학문을 닦는 곳이라고 하는 글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국어사전이나 한자사전에서도 그 행단은 은행나무가 심어진 단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잘못 알려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살구나무는 네 나무 중에서 가장 크게 자라서 꽃만 피었을 때는 종종 벚나무와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5월말 여의도공원을 산책하면서 만난 살구나무는 참으로 장대한 나무로 자란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살구나무를 빗댄 말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있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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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여의도공원 살구나무 

 

제가 읽은 권경한 선생의 책 나무이야기에서 자두나무가 1920년경에 처음 중국과 유럽에서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고 했는데 그런 만큼 자두나무와 관련한 고사나 옛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두나무 역시 강한 체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다만 전지를 매우 싫어해서 가지를 잘못 자르면 열매를 잘 맺지 않는다고 하면서 권경한 선생은 개성이 강한 나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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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여의도공원 자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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