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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 선진국이었던 영국의 코로나19 재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0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5일 13시15분

작성자

  • 전준수
  • 서강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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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 선진국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참으로 의외다. 6월3일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77,985명이고 사망자는 39,369명이다. 실제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 처음 유학 갔던 때가 1979년이었고 그때는 노동당정권의 장기집권으로 노동자중심의 경제정책 때문에 영국경제는 피폐해져서 IMF의 지원을 받고 있을 때였다. 사회는 전체적으로 궁핍해보였으나 사람들은 만족해보였었다. 매일 오후 5시에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고, 수요일과 일요일에도 상점의 문을 닫아 필요한 생필품은 그전에 미리 사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아프거나하면 동네 GP(General Practioner) 라고 하는 우리나라 개인의원 같은 곳이 있어서 어느 때라도 가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급한 경우에는 종합병원(Hospital)의 응급실을 찾아가면 친절한 치료를 적절히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아이를 낳을 때의 적절한 의료조치와 산후 보살핌은 감동할 수준이었다. 

 

물론 그 당시 우리나라 실정에 비교해 볼 때 경이로웠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이 ‘공짜라니’ 하는 생각에 더욱 영국은 정말 선진국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 코로나19 재난에도 영국민들의 NHS(영국 국가의료보험제도) 에 대한 신뢰는 거의 신앙에 가까운 것 같다. 

 

그동안 영국인의 신앙처럼 칭송 받아왔던 NHS도 지난 1979년 마가렛 대처 수상이 집권한 이후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하여 미국식 자본주의를 과감히 도입하여, 사회의 모든 분야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산업으로 지구를 반 바퀴 돌아와서 파는 일본차와 경쟁에서 지는 산업은 더 이상 국가가 지원 할 수 없다고 과감히 정부지원을 중단했다. 그 결과 영국의 상징이었던 랜드로버, 미니 자동차도 독일에 팔려갔다. 

 

의료분야에도 Private Hospital(개인종합병원)들에 문호를 과감히 개방하여 개인 의료보험으로 의료비를 내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대기업들도 직원복지의 일환으로 개인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의료보험제도인 NHS는 이런 개인병원들의 도전 외에도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긴축재정의 영향으로 실제 예산은 거의 정체 된 채 지속되어왔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들 의료진은 개인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 중요한 수술을 받기위해서는 수개월씩 기다리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이후 EU 특히 동구권으로 부터의 많은 이민자와 단지 의료치료를 받기위한 환자들의 유입으로 환자 대기율이 163%를 넘어서고, 일 년에 5억 파운드(한화 7500억 원)이상을 외국환자 치료비용으로 쓰고 있다. 근본적으로 NHS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파운드가 필요하여 새로운 Tax(세금)제도를 도입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초기 영국정부의 전략은 코로나19 확산의 절정을 여름으로 최대한 늦추는 것이었다. 또 절정을 최대한 길게 끌어 의료시설과 인력이 감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만약 바이러스가 이듬해 다시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 면역력이 생긴 인구수를 늘리는 것 또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급기야는 보리스 존슨 수상마저 감염되자 정부는 급격한 정책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존슨수상이 그 고통을 직접 경험 했으니 그 후의 정책은 전 국민 봉쇄령(Lockdown)을 비롯하여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실패는 다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의료진에 적절 의료장비 공급의 실패, 둘째는 대규모 진단검사 시스템 구축실패, 셋째는 늑장 국경봉쇄 등이다. 이 모든 실패의 공통점은 느린 대처이다. 뒤늦게 대처하다보니 효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가 선진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우리 국민성의 성급함, 조급함으로 대변되는 “빨리 빨리” 문화가 이제는 장점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세상은 오래살고 볼 일이다. 그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한국 국민의 강력한 요구 (Strong Public Demand)’도 큰 몫을 한 것이다.

 

영국이 코로나19전파를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가장 주요 원인중 하나는  개인정보접근에 대한 어려움이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환자 추적정보나 각종 앱(App.)을 통한 배달의 편리함, 이런 것들이 영국이나 선진국에서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Privacy Law)에 의하여 어렵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거의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정부가 발표하는 모든 코로나19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 할 수 있지만 영국만 해도 노인들은 거의 스마트폰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배달앱도 발전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효율적인 배달 시스템도 구축되어있지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근처 정육점에 배달을 주문해도 집 문 앞에 던져두고 가면서 대금은 알아서 해달라는 황당한 쪽지를 남기기도 한다.

 

영국의 코로나19 사태는 다행히 진정상태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NHS는 이태리나 스페인에서 보았던, 의료시스템 붕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급조된 나이팅게일 병원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지금은 폐쇄된 상태이다. 영국국민들의 NHS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여전하다. 

 

 5월말로 종결된 매주 목요일 저녁8시에 10주 동안 거의 모든 동네에서 시행되었던 NHS 의료종사자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박수갈채(Clap for our Carers)는 NHS에 대한 영국민의 변함없는 사랑을 표시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박봉과 열악한 시설 환경아래서도 환자에 대한 친절과 사랑을 잃지 않았던 NHS 종사자의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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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5일 13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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