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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의 의미와 영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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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4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3일 15시43분

작성자

  • 신동준
  • , Ph.D.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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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기침체와 디플레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로금리 정책과 함께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QE) 정책 등을 활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더디게 나타나자 유로존과 일본, 스위스, 덴마크 등 일부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 정책금리을 도입했다. 지난 5월 초에는 미국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마이너스 정책금리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연준 (Fed)도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마이너스 정책금리는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일부 초과유동성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대규모 현금 예금에 대한 보관비용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출을 늘리고 실질금리를 낮춰 경기회복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배경도 유사한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중앙은행에 예치함으로써 내는 보관비용보다 작다면 마이너스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채 보유를 늘리도록 강화된 규제도 마이너스 국채금리의 배경 중 하나이다.

 

기존의 경제학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가 성장하던 인플레와 확대균형의 시대를 가정하고 있다.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기업들은 자본을 더 투입하여 사업을 확장한다. 성장과 인플레가 나타나고, 중앙은행은 인플레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일한다. 

그러나 이제 인류가 맞이해야 할 인구감소의 시대는 마이너스 성장과 디플레에 익숙해져야 하는 축소균형의 시대다. 일본은 2008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중국과 한국도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은 익숙해지고 경제 규모가 줄면서 ‘국력’은 축소된다. 

 

그러나 축소균형의 시대가 무조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전체 GDP가 감소하더라도 그보다 인구 감소의 속도가 더 빠르다면, 1인당 GDP가 성장하는 한 개인의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다. 비즈니스 기회가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환경에서 기업은 이제 자본을 축소시켜야만 한다. 사업 확대보다 ROE (자기자본이익률)를 끌어올리는 기업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수 년 전부터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이 이끌어 온 자사주 매입에 따른 발행주식수 축소와 배당확대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축소균형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서는 경기침체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마이너스 성장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전기비 평균성장률이 0.2~0.3%에 머물렀던 유로존은 지난 20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기간이 27%에 달했다. 1년에 한 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이었다는 의미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면 경기침체”라는 그 동안의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마이너스 성장이 곧 ‘금융위기 급 경기침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로금리는 이론적으로 가계의 운용자산을 저축으로부터 투자, 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이자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자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린다. 부동산 대출 등 대출도 늘어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일본이 1991년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통해 경험했듯이, 제로금리는 금리 그 자체의 영향보다는 고령화에 따른 디플레, 저성장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비즈니스의 기회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도 크게 늘지 않는다.

 

 오히려 제로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투자부진으로 이어지고, 경제와 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낮추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기업의 보수적 경영 기조는 경제성장을 더욱 둔화시킨다. 제로금리가 디플레와 결합되어 마이너스 물가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이 나타나면 소비와 투자는 한 단계 더 위축되고 예금과 현금수요 등 안정성을 추구하는 보수적 경향은 더 강화된다. ECB와 BOJ 등 일부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디플레 환경을 극복하고 실질금리를 낮추기 위해 이미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중앙은행들의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부동산 시장은 차별화될 것이다. 높은 실질금리를 감당할 수 있고, 임대수익이 가능한 수도권의 핵심지역 또는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만 부동산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부동산시장은 월세와 임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전세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임대인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 위험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면서 월세와 임대수익은 예금금리를 대폭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로 급여소득의 현재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은퇴한 고령자로부터 소득이 있는 청장년 계층으로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져온다.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 환경 하에서는 현금화폐 수요도 증가한다. 학자들 중에서는 상속 및 증여세 회피 등 탈세와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액권 지폐를 폐지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화폐개혁에 대한 걱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은행의 예금 이탈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현금 보관을 위한 금고 및 감시비용, 지급결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현금화폐 수요가 대규모 은행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저성장과 제로금리는 주주들로 하여금 설비투자를 통한 확장보다는 자사주 매입, 배당확대 등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도록 만든다. 주식수익률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이 높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등 저금리 부채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여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제로금리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가상승에는 기여하지만 투자 축소에 따라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낮아진다. 경제성장 속도와 이익상위 기업들의 주가상승 속도의 괴리가 점점 더 벌어지는 이유다. 초저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 간의 양극화도, 주가상승에 따른 부의 양극화도 모두 가속화된다.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연기금 및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 저하는 이들의 부채부담을 높인다. 부채부담 확대로 종신 및 연금보험의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예대금리차 축소로 은행의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다. 보험사와 연기금의 운용수익률도 낮아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해외투자를 포함한 자산운용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며, 수수료가 저렴한 인터넷은행, 핀테크, 인공지능 (AI) 기반 등의 자산운용 등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금융투자업과 카드산업 등 수수료 중심 구조의 비즈니스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형화가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부채인 퇴직연금 적립금 부족분 부담이 높아지고, 사업자금 중 일부가 퇴직연금 부족을 채우기 위해 투입되면서 기업의 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성장하는 자산과 기업들을 찾기 위한 해외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외환전략의 중요성은 점차 더 강조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해외투자를 통해 대외순자산 규모를 선제적으로 늘려둬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저축총량 감소로 우리나라도 경상수지도 2030년을 전후해서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배당, 이자 등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상품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투자를 통한 선제적 대외순자산 확대를 통해 미래의 경상수지 적자 위험을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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