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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자연(nature)의 응답(response)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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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24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23일 16시47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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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불과 몇 달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도에 없는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다. 원인이 뭘까? 환경보건시민센터가 4월 초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이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질문에 동의를 표한 응답자가 무려 85%에 달한다고 한다. 과도한 생태계 파괴가 근본원인이라고 선택한 응답자도 84%로 나타났다. 

 

환경단체와 과학계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과 감염가능성 증대는 인간이 유발한 환경파괴 및 기후변화가 기존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려 사람과 동물의 생활환경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탓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는 4월 초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가뭄·홍수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해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 등과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이나 새로운 패턴의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히며, 자연훼손과 기후변화를 코로나19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관성을 잘 나타내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생태계 위기를 무시한 데 따른 기후위기(climate crisis)에 대한 자연(nature)의 응답(response)일 수 있다고 4월 초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자연의 보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응답인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하며, "지금은 아무도 호주 산불과 연이은 홍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인류의 생산과 소비를 더디게 하면서까지 자연을 깊게 이해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에서 자연의 응답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밝힌 2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대비 25%가 줄었고, 대기질의 주요 지표인 이산화질소는 42%가 줄었다. 심지어 예일대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 격리기간 대기질 개선으로 중국 조기 사망자가 총 12,125명 이상 감소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중국내 누적 사망자가 3,500명이 되지 않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환경피해의 위협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도 지난 3월 기준 전년대비 파리, 마드리드, 브뤼셀 등 유럽 주요도시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10~40% 감소한 것으로 유럽우주청에 의해 관측되었다. 미국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한국도 이산화질소가 30% 가까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프랑스의 에너지전문 컨설팅사는 봉쇄조치로 인해 EU 27개국의 일일 업종별 탄소배출량이 58%감소했다 4월초 분석결과를 상세히 밝혔다. 업종마다 감소율이 다르고 코로나19 진정으로 인한 회복율도 다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번이 향후 지속적인 감축을 위해 경제모델에 변화를 줄 기회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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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상술한 일시적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이전보다 오히려 더 증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위기 때를 살펴보면, 2009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1% 줄었다가 금융위기가 지나가면서 2010년 다시 6% 가까이 늘었다. 국내 배출량도 이와 비슷한 재증가 추이를 보인 바있다. 이번에도 코로나19위기가 지나가면서 다시 사회활동이 늘어날 텐데, 이전 배출량으로의 재증가는 물론이고, 그 동안의 활동위축을 만회하는 부분이 더해져 배출량이 이전 배출량 보다 더 많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코로나19의 위기감이 옅어져 우리가 바라던 경제활동 재 개시, 코로나19가 자연의 응답이라는 교황의 말씀은 잊은 채 일시적으로 줄었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폭증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내 코로나19위기가 지나가면서, 3월 한 달 동안 승인한 선탄발전소가 2019년 한 해 동안 승인한 양 보다 많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더욱이 글로벌 차원에서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악화된 국가 재정 때문에 선진국이 제공하기로 약속한 환경기금 제공약속이 지연되거나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각 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의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고, 각 국가별로는 환경규제 및 재생에너지 촉진정책 등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우려는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오는 11월 초 영국 Glasgow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UN당사국 총회가 2021년으로 연기되었고, 그 건물은 현재 코로나19 병원으로 사용 중이다. 이러한 걱정의 배경에는 다자주의실종 및 단기실적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세계화의 산물인데, 각국의 대처는 자국중심주의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약화되어 가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더 쇠퇴시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글로벌 협력도 약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일시적 위기지만 기후변화는 지속적으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이며, 신종 감염병 발생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더 고조시킨다. 이런 상황 하에서 포스트코로나 대응에 단기 경제담론을 우선시할 경우 당장의 기후대응 모멘텀 약화는 물론이고, 중장기적 정책 후퇴까지 우려된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시에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대기질 악화를 목격했던 것처럼 전통적인 화석연료 중심의 건설인프라 투자 및 에너지다소비의 굴뚝산업 지원 등 경기부양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이 장기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번의 경기부양이 오히려 경제회복과 기후대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른 바 그린뉴딜 즉 저탄소경제로의 전환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화석연료에 젖어 있는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꿀 적기(適期)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인류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크고, 기후변화 자체는 인류에 더 큰 위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은 기후위기도 극복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획되어야 하는 투자정책이어야 한다. 

 

글로벌리더 중심의 기후경제글로벌위원회(New Climate Economy)가 2018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강한 기후행동으로 인해 2018년에서 2030년 사이에 발생하는 경제적 편익이 26조달러에 이르고 이는 6,50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어, 그 중장기적 효과는 이미 밝혀져 있다.

 

풍력 및 태양광 등의 에너지생산, 배터리 및 수소 등의 에너지 유통, 탄소포집 등의 처리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경기부양과 에너지전환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지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투자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삼으면 더 효율적일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의하면, 2009년 부임한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8,000억 달러(에너지 900억 달러 포함)가 있었고, 이를 경기부양과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하는 기반이라 여기고 집행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가 공존했다. 5억 달러가 넘는 정부채무보증을 제공받고도 2011년에 도산한 태양광 제조업체도 있었고, 전기차 업체의 유사 실패 사례도 등장했다. 풍력 및 태양광 산업에 대한 세금감면 및 보조금지급은 동 산업이 적기에 성장하도록 도와 결국 보조금 없이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긍정적 역할도 했다. 또한 자동차산업 구제금융은 뒤쳐진 연비 및 배출기준 강화에 업계가 동의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했다. 1천6백만 대의 전자검침기가 가정에 설치되었고 LED보급 확산을 통한 시장점유율도 늘어나는 등 에너지효율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미국 현재 대통령(도널드트럼프)은 당시의 태양광 지원 실패를 재앙이라 부르짖지만, 금융위기 당시 부통령이자 다음 대통령 후보(조바이든)는 여전히 10년간 1.7조 달러 투자를 수반하는 클린에너지 혁명을 약속하고 있다. 당시 실패 경험으로 얻은 반면교사를 무기로 장착한 채 말이다. 

 

 회사나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지원 보다는 세금감면이나 청정에너지보조금 등이 더 장기적이라는 교훈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로 누구든 다음 백악관의 주인은 이 반면교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녹색기술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입장 뿐만 아니라 기업입장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불난 세상 속에서의 자본주의 재정립’을 집필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레베카 헨더슨(Rebecca Henderson)교수는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에 대해 자유시장 한계(정부역할 중요), 예상 밖의 자연위력, 큰 기업 기회(사회역할부각)를 꼽았다. 특히, 지금처럼 종업원과 지역사회 및 주주 등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가 위기에 처해 있고, 사회이슈에 감정적으로 민감할 때 기업이 연대와 진정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반인이든 종교지도자든 경영학자든 코로나19가 자연 훼손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전 세계에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가 언제 종료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중국의 1~2월, 한국의 2~3월, 유럽과 미국의 3~4월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반복된다면 지금 시점에서 그 영향에 대한 전망 및 대책수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반기 내에 상황이 일정 위기수준에 수렴되어 자연의 응답이 1차 응답으로만 그칠 경우를 전제로 보면, 하반기부터는 (그 형태는 다르겠지만) 다시 이동량 및 물동량이 본격적으로 늘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마치 자연의 1차 응답이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거나 심지어 상반기 제약되었던 활동을 만회하기 위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때 상반기의 활동제약이 자연의 1차 응답이었음을 인지하고 2차 응답은 없도록 고려하면서 활동량이 회복되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진정이 가시화되는 시점부터는 아마도 미래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은 기후위기를 논할 경제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그린뉴딜과 전통뉴딜에 대한 찬반이 갈릴 것이다. 

 어느 편의 주장이 우세할지 미지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에도 그린뉴딜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우리는 장기 리스크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또 다른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추가적인 자연재해일 수도 있는 자연의 2차 응답의 가능성을 불안하게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대응 시 수습 보다 예방이 얼마나 더 효과적인지 경험한 모범국으로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경제회복과 저탄소전환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COVID-19 확산으로 이탈리아는 물론 스페인마저 중국 사망자 수를 처음 넘어서던 지난 3월 26일, EU 집행위원회가 COVID-19로 인해 촉발된 위기를 오히려 EU 그린딜을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황께서 스페인어 표현을 인용하며 "신은 항상 용서하시고, 우리는 가끔은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아직 자연으로부터 용서 받을 기회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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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24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23일 16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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