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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아직 멀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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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18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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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에 걸쳐 포스트 코로나 신드롬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3월 22일부터 실시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45일 만인 5월 5일로 종료하고,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했으며, 이어 5월 20일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 개학을 비롯하여 6월 3일 고1·중2·초 3~4학년이 개학할 예정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국정 비전으로 ‘선진형 경제’와 ‘선진형 국가’를 천명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25일부터 48개주가 부분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발표했다. 유럽 각국은 완화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독일은 국경 통제를 완화했으며, 프랑스는 이동 허가제를 완화하고, 스페인은 종교시설 운영을 재개했으며, 스위스는 닫았던 국경을 15일부터 개방했으며, 벨기에는 18일부터 시장과 박물관·동물원이 영업을 재개한다. 한편 주요 언론과 연구기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정세와 사회 변화를 전망하는 글과 세미나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성급한 포스트 코로나 신드롬

 

  5월 15일 현재 세계의 총 감염자 수는 약 450만 명, 사망자 수는 30만 명을 넘었다. 하루 감염자 수는 일평균으로 5월 6~10일간 8만8천4백 명에서 11~15일간 8만8천2백 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으며, <그림 1>에서 보듯이 감염자 증가 추세는 거의 두 달 가까이 하루 7만~10만 명 선에서 꺾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전체로는 여전히 정점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감염자 142만 명에 사망 8만6천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평균 감염자 증가는 5월 4~8일간 2만5천8백 명에서 9~13일 2만2천3백 명으로 다소 완화되었다(<그림 2> 참조). 존스 홉킨스 대학(CSSE)의 분석에 따르면 24개 주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한편 17개 주는 보합, 9개 주에서는 여전히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IHME의 8월 4일까지 사망자 예측치는 4월 11일 6만8천명에서 최근 14만7천명으로 증가하여 당초 예측치의 2배를 넘고 있다. 이것은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 상태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끝나가고 있다는 역학적 증거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폐쇄와 이동 제한 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생활 불편을 참지 못한 각국의 국민들은 조기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정치적 압력으로 나타나 각국 정부를 움직이는 결과로 ‘shutdown’ 완화와 포스트 코로나 신드롬으로 나타나고 있다.

 

WHO의 경고

 

 WHO의 마이클 라이언(Michael Ryan) 사무차장은 AP 통신과의 최근 각국의 봉쇄 완화조치 움직임에 대하여 “이 질병이 조금이라도 재발한다면, 그것은 공공 보건에 심각한 대응의 필요성을 초래할 수 있다”(“Even a small recurrence of disease can cause a need for a serious response in terms of the public health”)고 경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풍토병으로 자리 잡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It is important to put this on the table: the virus may become just another endemic virus in our communities, and this virus may never go away”).

“백신이 없다면, 이 질병에 대한 충분한 면역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Without a vaccine, it could take years for population to build-up sufficient  levels of immunity to the disease”.)

“이 질병을 통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어쩌면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I think there are no promise in this and there are no dates. The disease may settle into a long problem, or it may not be”).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서두르고 있지만, 유럽의약품청(EMA)는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사용승인을 얻기까지는 가장 최선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로도 1년 후인 2021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대답하여 금년 내 개발 가능성을 부정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 파우치 (Anthony Fauci)소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어떤 지역이나 주가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재개하거나 개학할 경우, 작은 허점도 큰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파동이 온다

 

  포스트 코로나를 거론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주장의 보다 심각한 근거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파동 가능성에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역학연구소(CIDRAP)가 발표한 전망(‘COVID-19: The CIDRAP View Point’, April 30, 2020)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은 최소 18개월에서 24개월 지속될 것이며, 미국 국민의 60~70%가 감염되어야 끝날 것이고, 백신은 빨라야 2021년에나 나올 것이라고 한다. 

 

  1918년 세계 인구 3분의 1의 감염과 5천만 명의 사망자를 가져왔던 스페인 독감의 경우(<그림 3 > 참조), 1918년 봄에 시작하여 7월에 크게 확산된 이후 8월과 9월 진정하였으나 10월~12월 훨씬 치명적인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다시 1919년 1월 진정했으나 2월과 3월에 걸쳐 세 번째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전염병 전문가들은 스페인 독감의 사례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을 또는 겨울에 다시 창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다만 금년 봄 사태보다 더 치명적인 양상을 보일지 또는 훨씬 온순한 양상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2차 파동의 경제적 충격

 

  IMF가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WEO) 개정 보고서의 1장 끝 부분에는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 전망치가 첨부되어 있다(<그림 4> 참조).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금년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는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기본 예측치인 –3%에 추가로 –3%를 더한 –6%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 사태가 내년에 재발하는 경우 내년 세계 성장률은 기본 예측치인 5.8%에서 5%p가 낮아져 +0.8%에 그칠 것이며, 이 두 가지 시나리오가 함께 발생하는 경우 2021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기본예측치 5.8%보다 무려 8%p 가까이 낮은 –2%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 총재는 이미 바이러스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7월 수정 전망을 낮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즉 IMF의 시나리오 예측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파동과 이에 따른 세계적인 2차 폐쇄조치(Shutdown)의 가능성을 이미 고려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탄을 아껴라!

 

  이상 살펴 본 전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 할 만한 시점은 빨라도 내년 봄으로 보인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1년 더 길어진다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코로나 확산에 대한 국경 폐쇄 등 ‘Shutdown’이 2분기에 일어났으므로, 경제활동이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여름에 주춤해졌다가 가을에 들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다면, 3~5월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겠지만 바이러스의 변형 정도나 강도에 따라서는 3분기와 4분기에 제2의 ‘Shutdown’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인 충격은 3~5월의 충격을 넘어설 수도 있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파동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IMF의 4월 세계경제전망(WEO)의 시나리오 분석과 같이 더 심각한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여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는 소위 ‘바쥬카 포’(Bazooka)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은 이미 재정에서 GDP의 14%에 해당하는 엄청난 지출을 실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GDP의 12%해당하는 245조원을 쏟아 붙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2차 파동이 와서 다시 ‘Shutdown’이 불가피하다면, 그때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더 많은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할 것인가? 그럴 경우 급격하게 증가하는 재정적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과연 ‘헬리콥터 머니’는 현대화폐이론(MMT : Modern Monetary Theory)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짜’인가? 정부는 해답이 불분명한 수다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재부는 맞고, 여당은 틀렸다

 

  여하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파동이 온다면,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도 더 심각한 충격과 불확실성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더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충격이 온다면, 정부는 다가오는 결전에 대비하여 실탄을 아껴야 한다. 바쥬카 포 발사를 아낄 경우, 현재 당면한 경제적 고통은 더 커지겠지만, 미래의 더 큰 고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기업들은 보다 장기적인 시계를 가지고 사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치적인 선택으로는 타당할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파동이 발생한다면, 재난지원금 전 국민 대상 지급을 반대한 기재부가 맞고, 전 국민 대상 지급을 고집한 여당과 청와대는 틀렸다.

 

마무리

 

  모든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에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파동이 올 수 있다는 팬데믹 전문가들의 예고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카산드라(casandra)의 저주’가 아니다. 이 끔찍한 예고는 바이러스는 변형해 가는 반면에 인류는 아직 백신을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 체계조차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전망이다. 

 

무너지는 경제에 대해서는 돈을 실탄으로 하는 바쥬카 포라도 쏘고 있지만, 정작 비극의 본체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바쥬카 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눈만 감고 악몽이 지나 가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제 2의 코로나 바이러스 파동은 이미 경험한 바 있으므로 대응 가능한 수준일 수도 있고, 1차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일 수도 있다.

 2차 파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각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알아채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분명한 최선의 해답은 정부와 정치권이 단기주의와 포퓰리즘을 과감히 탈피해서 장기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과 개인도 긴 호흡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라고? 정신 차려라! 아직 멀었다. 지금이야 말로, “멀리 보고, 천천히 생각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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