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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의 ‘대미(對美) 마스크 외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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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14일 09시00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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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을 강화시키고 대미·대북 외교 지평 넓히는 스마트한 소프트 외교로 나아가길

 

최근 들어 문재인 정권이 눈에 띄게 달라진 대목들이 한두 가지씩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다름 아닌 올해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는 일이다.

이는 문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장 잘한 정책 가운데 하나이며, 김대중의 한미동맹 강화론, 노무현의 한국군 이라크 파병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과의 정책적 연속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대미외교정책으로 해석된다.

 

6.25 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코로나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 22개 유엔참전국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유엔 참전용사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벌이면서 참전국 미국에 마스크 50만 장, 그 외 참전국 21개국에 50만 장 등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총 100만 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보낸 마스크 50만 장이 12일(현지시각) 미국에 도착했다. 이에 대해서 주미한국대사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군 수송기를 통해 50만 장의 KF94 마스크가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공군기지에서 열린 마스크 전달식에 미국 정부 인사와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 로버트 월키 미 보훈장관도 성명을 통해 “마스크 선물은 70년 전 전쟁에서 다져진 서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깊고 지속적인 존중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한미 양국이 우리 시민들의 삶과 생계를 위협하는 (코로나)팬데믹 통제를 위한 또 다른 고귀한 대의명분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올린 마스크 전달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육군에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동료들이 서로 돕는 것을 보는 것보다 기쁜 것은 없다”며 “미국은 다정한 기부와 너그러움에 대해 한국 측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군은 유엔군과 함께 이름도 모르는 땅인 한국의 전장에 뛰어들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자유’를 지켰고, 그 기반 위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꽃피우며 오늘의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 나는 이를 대한민국의 3대 기둥(정치적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시장주의, 군사안보적 한미동맹)이라 말한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의 눈부신 번영과 발전은 이 세 개의 3대 기둥 때문이었고, 그 중에서도 한미동맹은 핵심 기둥 중의 기둥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 왔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빠졌을 때, 문재인 정권이 과거 한국 전쟁 당시 참전해서 우리를 지켜준 참전국들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한 것은 국가 간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매우 스마트한 외교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스크 생산에 애를 먹고 있는 혈맹국인 미국에게 마스크를 대량 지원한 것은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정책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차제에 가능한 한 방위비 협상도 타결 짓는 순발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 대한 마스크 지원도 아낌없이 단행하여 대북 인도적 차원의 접촉을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 지금 동맹국인 미국 시민들도, 동족인 북한 주민들도 모두 코로나19에 의한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있다. 이들은 화염으로 가득 찬 전장(戰場)에서 전선(戰線)이 어디인지를 모르고 언제 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지게 될 것인지 몰라 죽음의 공포심에 떨고 있는 참전군인들과 똑같은 불안 심리를 안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생명의 구조물인 마스크를 보낸다는 것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 될 지도 모른다.

지금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맹국 미국과 동족인 북한에 보다 폭넓은 마스크 지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대미, 대북 ‘마스크 외교’를 강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북미 양국으로부터 한국 외교에 대한 그동안의 불신을 씻고 신뢰를 높여 외교적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틈새인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에게는 한미동맹의식을 강화시키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남북동족의식을 강화시킬 수 있는 매우 절묘한 타임이 지금 이 순간이다.

문재인 정권의 북미 마스크 외교가 한국의 대북, 대미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북미 간의 대결과 긴장을 낮추며, 한반도 역내 평화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는 소프트파워 외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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