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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주장은 코로나 재난 보다 4차산업 혁명과 연계해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19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16일 09시11분

작성자

  • 권신일
  • 에델만 코리아(글로벌 PR회사) 수석부사장​,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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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코로나 재난이 길어지자 일부에서 재난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배경과 의미가 전혀 다른 재난지원과 기본소득 두 개념을 붙여 쓰는 것은 심각한 재난 상황을 이용해 기본소득제도를 무리하게 확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심까지 든다. 그로 인해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문제점과 제대로 된 실행방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특별지원은 글로벌한 해법 중 하나이고, 적시적소에 시행될 필요가 있다. 그런 재난지원금에 보편적인 기본소득제를 더할 경우 정작 재난 피해대상자들에게 지원을 집중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전 국민이 불편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 민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네트워크기업과 택배사 등 언컨텍트(Uncontact) 산업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이 분야의 종사자에까지 재난 해결을 위한 특별 예산을 지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한정된 예산 사정을 고려할 경우 관광 산업 종사자 등 지원이 더 필요한 분들에게는 부족하고,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부자들에게 돈을 주어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이 역으로 불평등 심화가 될 수 있다. 부자의 소비는 규제 완화, 소비 촉진책 제시 등 심리적인 부분의 문제이지 몇 십만 원의 금액이 좌우하지 않는다. 

이미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고소득자들이 ‘세금 많이 내는 난 왜 소외시키나?’라는 갈등을 촉발했고, 개인소득에서 전혀 지장이 없는 대통령조차 60만원을 받아 기부인지, 반납인지 핵심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세대, 이념 갈등 큰 나라에 자칫 빈부 갈등까지 부추길 수 있다. 팬데믹 피해 계층을 제대로 골라내 지원하는 것이 능력 있는 정부의 모습이다. 설령 이번 코로나 재난은 워낙 특별한 경우인 만큼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사례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는 기본소득으로 포장될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회성 특별 지원금일 뿐이다. 

 

 다음으로 일부 국가 등에서 실험적으로 진행해 본 ‘전국민 기본소득제’는 아직 공론화되거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없었다. 원래 ‘기본소득제’의 의미는 말 그대로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및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적인 소득분배 제도를 말한다. 

 다만 근래 들어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4차산업혁명과 관련이 크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4차산업의 발달로 잉여 소득이 사회에 쌓이는 반면 대량실업자의 발생도 함께 일어나 소득의 양극화를 부추기게 된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으로 발생된 사회 잉여소득의 일부를 덜어 불가피한 대량실직자 등에 기본적인 생활과 소비를 지원하자는 것이 기본소득의 개념이다. 좌우이념을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효과와 기업 등 개인과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검토될 가치가 있다. 

 

 다만 우리가 로봇 산업 등 4차산업에서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조차 상대적으로 후진국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재난 상황을 이용해 포퓰리즘처럼 취약계층이나 당장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명칭부터 사용할 일은 더욱 아니다. 팬데믹을 전후로 세계가 달라진다는 진단도 있으나 이는 4차산업 혁명에 비한다면 과도한 주장이다. 아무리 심한 전염병일지라도 인류는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AI로 대표되는 4차산업 시대를 중심으로 기존 경제정책과 국민지원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IT 분야의 고용계수가 가장 낮은 점을 감안하면 4차산업이 본격화 될 경우 대규모 실직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비한 논의는 시급한 현안이고 기본소득제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즉 일정한 재화나 수익이 창출되는 것을 전제로 그 이익을 인간들이 나눠 갖도록 해야 실직자뿐만 아니라 기업도 판매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무 생산된 재화가 없는 재난 상황에서 전국민 기본소득제는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끝으로 전세계적 경제대공황, 조류독감, 90년대 IMF 사태 모두 그 당시에는 미증유의 가장 힘든 난제였다. 그러나 늘 극복해 왔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하되, 4차산업에 대한 준비나 내실도 없는 기본소득제 주장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특별 지원은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하며, 기본소득 등 거대한 4차산업혁명 파도속 사람을 챙기는 복지를 더욱 비상하게 추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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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19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16일 09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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