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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진짜 진원(震源)은 코로나가 아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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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10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11일 10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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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취임3주년 특별연설을 듣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제시한 국가발전의 화두(話頭)다. 문대통령의 이날 특별연설은 팬데믹으로 발전한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의 방역이 국민적 헌신과 노력으로 세계적 성공 모델로 국제협력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자부심으로 시작했다. 아울러 마무리는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하고 ‘세계 속에 우뚝 선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었다. 시작과 끝이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내용을 보면 취임3주년 연설이라기보다 원대한 미래희망을 내세운 취임 3년 ‘경축사’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동안 코로나19를 대처하는데 있어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문대통령의 설명대로 방역을 ‘개방·투명·민주의 원칙’과 ‘창의적 방식’을 통해 성공한 것이어서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은 ‘성공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에서 자칫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 비춰지지 않을지 염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취임 3주년 연설이라면 그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反省)과 앞으로의 남은 2년 임기 중해야 할 일들을 차분하게 제시하고, 따져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반적인 내용이 ‘멋진 표현’과 ‘현란한 용어’로 그럴듯한 미래의 희망을 강조하는 듯하고 있어 아쉬운 느낌이 든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특별연설’이라고 강조했다. 연설문의 성격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은 임기 2년 동안 해야 할 경제정책 비전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 ▲ 고용보험 적용의 획기적 확대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을 통한 고용안전망 확충 ▲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 ▲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협력의 국제질서 선도 등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포스 코로나19의 구상인 셈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형 경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요성이 도드라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경제를 더 발전시키고,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하여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역대 정부가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그리고 강조돼 온 정책과제였다. 그런데 아직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얼마 전 ‘타다’서비스의 중단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과연 남은 2년 얼마나 과감한 의지로 시민사회나 노동계, 또는 이해가 상반된 집단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면서 디지털 경제를 부흥시키는데 필요한 규제혁신을 과감히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고용안전망 강화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최우선 국정목표이기도 하다. 여기에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다져놓겠다는 새로운 포부를 추가 제시했다. 다만 아직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정책비전이 아닌가 싶다. 문대통령은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데 ‘국회의 공감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책임분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정문제는 물론이고 실물경제의 현실과 어려운 여건 하에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자칫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고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문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도시와 산단, 도로와 교통망, 노후 SOC 등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스마트화 하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시대의 중추가 아닌가 싶다. 이 역시 규제개혁이 핵심임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비전이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중심으로 한 국제협력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코로나19의 극복사례를 활용해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과제가 아닌가 싶다.

 

 문 대통령의 연설내용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과제들이고 나아가야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얼마나 많은 약속들이 있었는가. 문재인정부가 과연 그런 과제들의 해결과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어느 만큼의 성과를 거뒀는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현재 경제적 위기가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빚어진 것인가? 코로나 이전에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구가했던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자리는 얼마나 창출됐는가? 경제성장률은 높아졌는가? 국민들의 소득은 늘어났는가? 소득격차는 줄어들었는가? 기업들의 생산 활동은 활발해졌는가?

 이런 수많은 질문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정책의 성과는 추진하고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역행했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이 수없이 지적해왔고, 그 시정을 요구해왔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 아젠다인 이른바 ‘소주성’, 즉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추진은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뒷걸음질 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 보다는 ‘알바’일자리마저 빼앗아 실업자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왔다. 빈익빈 부익부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고,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일자리가 격감하면서 국민세금으로 유지되는 노인 고용은 늘어나고, 대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구조적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양상이다.

 

 코로나19가 세계경제를 강타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우리경제의 위기요인은 훨씬 그 이전부터 잉태돼 왔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 활력을 찾는 기본은 민간기업의 활력을 되찾아주는데 있다. 일자리는 누가 만드는가? 정부가 재정으로 취업자를 늘리는 임시방편의 불완전한 일자리는 오래 갈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들이 만드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코로나19 가 극복된다 해도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란 무척 어려운 과제임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정부가 이전소득을 보태주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의지를 북돋워주고, 기업인들의 창의와 노력이 격려 받을 수 있을 때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고 진정한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왜 이런 엄연한 현실을 정부와 여당 등 집권세력들이 인정하려들지 않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니 현 정부의 경제운용이 사회적 자본주의 요소가 가미된 좌편향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한국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되어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도 언급했다.

 누가, 어느 기업이, 어떤 경제전문가가 이러한 대통령의 ‘장담’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자국 기업들에게 세금을 낮춰줘 국제경쟁력을 높이도록 유도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무겁게 과세하고, 최저임금을 높여 기업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조합들이 벌이는 강경투쟁이나 불법파업, 부당요구 등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하면서 기업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데 가장 큰 애로가 과격한 노조활동이라는 것은 수차례의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바다. 그런데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노동개혁이란 말조차 꺼내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국기업이 모국으로 유턴(U-turn)을 할 것이며,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 온힘을 다해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코로나 이전이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이든 유일무이한 경제 활성화대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멋진 용어(用語)와 현란한 수사(修辭)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근사한 희망(希望)을 말하면 그것이 곧 고민(苦悶)으로 둔갑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런 ‘감성적 수사’가 아니라 국민생활과 기업들의 암울한 현실에 입각해 ‘피부에 와 닿는’ 서민들의 언어로 국가경제 문제를 논하고 소통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경제정책도 편향된 시각의 일부 전문가들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조야(朝野)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경제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런 뜻에서 앞으로 ‘취임 3주년 회고와 향후 2년의 각오’를 밝히는 경제관련 기자회견을 별도로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 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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