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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로나19 위기대응 100일 (7) 환자중증도 분류체계(Triage) 확립의 중요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04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3일 09시10분

작성자

  • 안명옥
  • 前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차의과학대학교 교수. MD, PhD, DrPH, 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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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확진자의 제2차 폭발적 발생시 환자중증도 분류체계(Triage) 확립이 최선책 

 

정부는 지속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남아있다고 보고,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제2차 파도'에 대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을의 제2차 파고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또한 수도권의 환자 급증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가위기비상상태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 중임에도 연휴에 있었던 여행과 바깥나들이의 결과는 2주가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위기대응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를 대비한 예방대책과 준비가 필수입니다. 앞으로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나 다시 맞을지 모르는 가을, 혹은 그 전의 2차, 3차 환자발생파고의 코로나19 위기 상황 대비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 의학적 준비영역을 짚어보려 합니다. 

 

대구에서의 폭발적 환자 발생 당시 중환자가 다수 발생하며 의료인력과 장비 공백 등 중환자치료시스템이 위기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 환자의 이송결정 콘트롤 타워도 부재하여 정부는 정례브리핑 때 확진자와 사망자 수만 발표할 뿐 중환자 치료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민간학회와 의료인력의 헌신에 의존하여 중환자실이 운영되었습니다. 중환자 치료야말로 사망자를 줄이는 데 필수적인 사안입니다. 250여명의 사망자 발생도 정부의 준비와 대응부족 탓입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중환자의학회에서 중환자 의료인력 확보 및 이송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사망률 감소를 위한 중환자 진료 전략」을 정부측에 제안했지만 관련된 어느 정부 부처도 중환자 진료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곳이 없었답니다. 그 당시 “중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솔직히 이렇게 하면 환자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참담하다.”는 것이 현장 의사들의 절규였습니다.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말로만 우려를 표명할 것이 아니라 중환자 수용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책, 특히 우려되는 수도권 중환자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그 기간동안 준비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의료현장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하여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들 및 의료진들과 그 내용을 충분히 공유해야 합니다. 대구의 집단감염시 경험한 혼선과 이태리를 비롯한 유럽과 뉴욕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이 대부분 중환자 대책 미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준비와 대비책 마련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고 의료체계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자중증도 분류체계 확립 및 운용이 핵심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제2, 제3의 확진자 폭발에 대비한 중증도 분류를 확실하게 하여 적절한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적정치료 및 격리, 관찰하는 방식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 역시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준비해야 합니다. 확진 즉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중증환자와 고위험환자는→상급대학병원 및 상급병원수준의 지역거점병원, 중등도 환자는→지역거점병원 및 종합병원, 경증이나 무증상확진자는→생활치료센터에서 집중 관찰하고, 필요시 적정병원으로 즉각 이송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작업들을 제안합니다.

 

첫째, 정부가 발표한 가용 인공호흡기 9천여개 가운데 약 2천여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인공호흡기입니다. 이런 인공호흡기가 서류상의 숫자인지, 아니면 실사를 거친 숫자인지? 호흡기 운용인력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당장 서울에서 인공호흡기 수요가 급증할 경우 며칠간 어느 정도의 중환자 수용이 가능한지? 대형병원별 환자 수용 능력은 파악했는지? 등 치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한번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게 되는 중환자는 적어도 2-3주 길게는 한달도 넘게 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사망을 줄이는 기본 대책이기도 합니다. 시뮬레이션에 의거하여 예상 확진자 대비 중환자 전망치를 밝히고 전문가들과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둘째, 메르스 당시 마련한 환자중증도 분류(Triage)를 위한 전국적 전문가 네트워크(학회들의 전격적 참여)를 재가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메르스 때 만들어진 체계를 참고하여 국립중앙의료원 내 530여개 이상의 전국 응급의료센터를 연결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와 현 중앙임상위원회를 전국적으로 대폭 확대하면 전국적으로 중증도 분류 작업이 이행 가능할 것입니다. 

 

셋째, 발생할는지 모른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인 요양원, 요양병원 및 입원 치료중인 기저질환 환자들과 호흡기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검사를 확대 실시해야 합니다. 50일 전부터 공개적으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선제적 공격적인 검사야말로 중요한 한 예방수단입니다. 확진자가 나온 병원의 전체 환자들과 의료진들 대상 검사도 단계적으로 하여 폭발적 발생이 있기 이전에 고위험군을 찾아 검사를 실시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환자로의 이행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넷째,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의료자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다시한번 강조하거니와 전국 코로나19 중환자용으로 가용한 중환자 병상, 인공호흡기(ventilator), ECMO 등 장비 및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중환자 전문의, 응급의학전문의 혹은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료인력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메르스 때는 국립중앙의료원장이 현장에서 이 작업을 진두지휘하였으나 지금은 이 모든 일을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의료진들이 전국의 의료현장에서 뛰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증도 분류가 적절히 되지 않아 의료현장이 혼선을 겪고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면 의료진의 능력만으로는 상황극복이 힘들어집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제2차 폭발적 발생시 의료체계 붕괴를 억지하기 위해서는 환자중증도 분류체계(Triage) 확립이 최선책입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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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04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3일 09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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