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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코로나19 위기대응 (1) 코로나19 위기대응​100일을 맞으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4월28일 17시20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8일 18시19분

작성자

  • 안명옥
  • 前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차의과학대학교 교수. MD, PhD, DrPH, 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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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Covid-19) 첫 환자 확진 후 오늘 4월 28일은 100일째인 날입니다. 오늘 0:00시까지 10,752명의 확진자, 24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초기에 심한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다른 선진국들이 한국에 이어 겪는 극심한 고통을 보며 한편으로 상대적 위안의 마음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하여 많은 나라들이 빠른 시기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난 100일간의 체험과 시행착오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아울러 앞으로 평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문제들에 신경 쓰며 살아야 할 것인지 등도 간단히 짚어 봅니다.  

 

배경을 잠시 말씀드리자면, 임상의학과 재난의학을 포함한 예방의학, 보건정책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의학자로 살아오면서,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으로써 메르스를 최선을 다하여 종식시키는 역할을 한 전문가로서 코로나19 상황의 진전을 보며 안타까왔습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물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 현직에 계시는 관계자분들께서 열심히 임하고 계시므로 첫 환자 확진 1월 20일 이후로 2달간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상황진전 과정에서 위기대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과학적 근거와 즉각적 신속성이 안 보이는 결정적 문제들을 보고만 있는 것은 학자적 양심으로 견디기 어려워 문제점과 대안들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이 연재는 오늘 지난 코로나19 100일간 요약 총론으로 시작하여 거꾸로 초기대응부터 그동안의 문제점들과 정책대안들을 각각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합니다.

 

1.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대처를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977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한 전국민의료보험제도, 사스, 신종플루와 메르스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의료진들 및 관계자들의 신종감염병대응 경험 및 전문성과 특히 메르스 당시 경험에 비춰 감염자 추적을 가능케 한 법률 등 법체제 정비, 그리고 무엇보다 지혜로운 국민들의 창의성과 협조입니다. 선진국들이 큰 고통을 받고있는 것도 이런 세 가지 요소들 가운데 어떤 요소가 부족한 탓입니다.

 

외부에서 평가하는 초기단계의 대량 검사는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신천지 교인들이 클러스터(집단)를 형성했기 때문에 시작되었고 이들 감염자들의 접촉대상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검사케 했던 조치가 가능했던 것은 메르스 이후 정비된 법률체계 덕분입니다. 아무튼 우리만의 사정이 국제사회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입니다. 긴 축적의 시간이 빛났습니다. 

 

관련하여 초창기 중국 우한으로부터의 입국을 강력하게 차단하지 않은 정부의 실책은 대만이나 홍콩 등 성공적 사례로 거론되는 나라들의 경우와 달리, 다분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을 포함한 정치적 계산 등) 방역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정치적 오판의 결과입니다. 이 사실은 사실로 영원히 존재합니다. 

 

이에 더해 마스크 착용을 강하게 권유하고 집단적 심리에 민감한 우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참여했던 것도 확산방지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국민들의 적극 참여에 비하면 정부가 초기 마스크 부족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줄 세우기는 국민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후 실시한 민간약사의 아이디어에 기초한 마스크 배급제는 역시 국민들의 협력 덕분에 자리잡아 외국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검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 등 창의적 조치들은 모두 지혜로운 우리 국민들 머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스라엘 등에선 변형된 이동형 검사시설까지 등장했습니다. 메르스 당시 우리가 개발했던 ‘이동식 음압기’와 이후 경험을 정리해 감염병 대응을 위한 행동지침을 정리한 ‘매뉴얼’ 역시 이번 대응과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입니다.

 

2. 현재

 

우리는 생활방역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점차 정상적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에선 제2차 파도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국민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자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동은 책임 있고 현명한 국민들이 알아서 취할 것이라 믿습니다만, 문제는 정부당국이 해야 할 마땅한 조치들을 (의도적으로, 혹은 이러 저런 정무적인 계산 탓에)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난 수 주일간 확진자 수가 한자리 수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기준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하루 2만여 건 이상의 검사역량이 있다고 하면서도 외국유입자 검사 외에는, 많은 의료전문가들이 초기부터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고위험군 검사는 하지 않는 상황은 전문가적 입장에서 납득이 안됩니다. 여전히 코로나19와 씨름하면서 일상 복귀를 준비하는 많은 나라들이 검사대상을 꾸준히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 꼭 지적하고자 합니다. 검사대상이 줄어들면 확진자 수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과연 현 단계에서,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선별검사를 어느 규모로 시행할 계획인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명명백백 치밀한 계획을 정부당국은 밝혀야 합니다.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에 필수적 조치입니다(앞으로 더 자세히 언급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당국의 발표처럼 60퍼센트 정도의 집단면역(Herd Immunity) 생성이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기준의 하나라면 집단방역 상황을 가늠할 항체검사(Anti-Body Test) 등 추가적 조치들을 적극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항체검사의 신뢰성과 효용성에 관한 논란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률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취약계층 분석 및 바이러스의 특성을 확인하는 이 작업은 코로나19극복 과정에 반드시 거쳐야 할 의학적 근본 대책이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적어도 우리 방역 당국자들 가운데 과학적, 의학적 훈련을 받은 이들은 정부가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라 믿습니다. 이들의 과학적 분석과 검토 위에 정치지도자들이 정책적,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이 향후 벌어질 사태에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정부는 물론 여러 대학과 정책연구소 및 재단 등에서 감염병의 행방에 대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발표되고 이들은 언론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전달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힘든 시책에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국과 달리 개방된 민주국가들이 감염병의 도전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는 이 같은 시뮬레이션이나 전문가들의 고민을 공유해 국민들의 이해와 지속적인 협력을 얻어내기보다, 한국이 실시했던 지난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 평가에 취해 지금, 현 단계에서 취해야 할 추가 조치들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외국처럼 현장 전문인력들 가운데 자신의 전문적 경험에 비춰 정부당국의 조치들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도 되었습니다.

 

왜 항체검사가 필요하고 다양한 효용가치가 있는지 또한 왜 요양원, 요양병원을 포함한 취약계층과 기저질환자들을 포함한 고위험군 환자들, 의료진들 대상으로 코로나19 선별검사 확대와 항체검사가 꼭 필요한지는 ‘항체검사’ 편에서 더 자세한 설명이 이어질 것입니다.

 

3. 미래

 

코로나19란 긴 터널의 출구는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산물은 특정 국가나 의료업체들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하는 공유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 정부도 R&D에 적극 투자하기로 한 결정은 잘한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앞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우선 코로나19 검사대상을 꾸준히 늘려 단기적인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 대해 우리의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다는 역량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불안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초기 단계에서 실패했던 중증도분류시스템(Triage)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 사망자를 줄여나가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온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감염병 대처에 진정한 모범적 사례라는 신뢰와 평가를 얻는 것입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며 온 국민들이 동참하여 함께 걸어온 지난 100일간 고난의 역정은 제2,3의 파도에 의연하게 대응하고 국제사회가 따라 배울 만한 모범으로 역사 속에 남을 것입니다. 특히 훈련된 의료진들의 헌신과 온 국민들의 동참과 협력은 자랑스런 기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재정적 조치들은 이 분야의 전문인력들이 머리를 모아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들의 건강과 경제적 복지 사이에서 정치적, 도덕적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생활방역으로의 조기 전환에 따를 위험성(Risks)과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가 늦어질 경우 치러야 할 대가(Costs)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힘든 결정에는 늘 과학적 분석과 전문가들의 치열한 고민에 따른 예측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과 감당할 역량에 걸맞는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 내는, 다양하며 놀라운 창의적 해법들도 기대합니다. 

 

이제 일상에서도 우리는 마스크의 위력을 새삼 더 확인하며 나와 우리 공동체 이웃들을 위하여 마스크를 쓰는 습관과(백신 개발까지는 필수입니다), 손 잘 씻기와 청결, 사회적 거리두기와 물리적 거리두기 등 서로를 위한 우리 사회 공동체 예의를 적극 실천해야 합니다. 이번 위기대응에서 확인한 우리 국민의 위대함 중 하나는 이 3가지 약속의 자발적이며 철저한 실천행동도 있습니다. 

 

치열한 실전 신종 감염병 위기대응 지휘를 경험했던 전문의료과학자로서 지난 100일간의 코로나19 위기대응 제안 요약을 필두로 그동안의 사유작업을 공유하려 합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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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4월28일 17시20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8일 18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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