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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습니다.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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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4월19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0일 05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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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결과를 보고 진보성향의 국민들은 기쁨을 느낀 반면에,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절망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결과에 실망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조금만 고개를 들고 ‘천천히 생각하기’(slow thinking)를 해보면, 오히려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라는 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 ‘잘 됐다’고 할 수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고 화를 낼 독자들도 있겠지만, 실망감을 거두시고 희망을 가지시기 바란다.

 

  필자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경자년 엿보기: 세계와 한국에 무슨 일이..?’, 1월 30일). 필자가 예상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여당이 승리하게 되어 있는 구조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보수 야당의 자충수까지 보탠 결과로 여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보수 야당은 국민들에게 대안 정당으로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정당에게 국회의 다수당 자리를 맡기지 않은 것은 국민들에게 다행한 일이다. 더구나 여당이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국정의 책임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확실하게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성공이든 실패든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이유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국난’을 성공적으로 대처하여 경제를 소생시키는 경우다. 이 경우 경제가 살아났으므로 국민들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그간의 실정(失政)에 더하여 ‘코로나 국난’을 극복하는데 실패하는 경우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로 예정되어 있고, 문재인 정부가 국난 극복에 성공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그 업적을 평가 받을 것이며, ‘포용적 성장’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가 국만 극복에 실패하는 경우,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대음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집권하는 ‘대반전’이 가능할 것이다. 보수 정권이 집권하는 경우, 국민들은 경제 회생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좋은 일이다.

 

동력이 강하든 약하든 어느 쪽이든  확실해야 원점에서 다시 시동을 거는 ‘통합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국가 동력의 확실한 배분과 책임으로 ‘통합의 대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정 운영의 암울한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약간 우세한 승리를 거두고, 양 당이 대립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국난’ 극복에 실패하는 경우, 문재인 정부는 실정 책임의 일부를 보수 야당의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진보와 보수 공히 어정쩡한 책임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과 대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코로나 국난극복의 과제


  과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국난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구할 수 있을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아무리 막중하다고 하더라도, 세계 경제 여건을 무시하고 무조건 빠른 회복을 요구할 수는 없다. IMF(<그림 1>, <그림 2> 참조)는 한국 경제가 금년 1.2% 후퇴하지만 2021년 3% 성장함으로써 2021년 말에 2019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IMF의 전망에 근거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마치기 전에 GDP를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코로나 국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코로나 국난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 충격이전의 잠재성장률 추세선으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가 2021년에 2019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2021년 2019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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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위기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코로나 국난 극복의 목표가 된 2019년 한국 경제의 상태는 이미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산업 실상들이다.

  

1) 2019년 광공업생산은 전년대비 0.7% 감소했으며,이것은 1998년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2) 2019년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9%로 1998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3) 설비투자는 7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감소추세를 지속하여 2019년 7.6% 감소로 2009년 이래 최대 폭의 감소를 보였다. 

4) 2017년 대비 2019년 제조업 설비투자액은 13.7% 감소했다. 그러나 반도체 투자를 제외한 제조업 설비투자액은 무려 27%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2017년 대비 2019년 66%가 증가했다. 

5) 산업생산지수로 2019년 수준은 2011년 대비 7.4% 증가하였다. 그러나 반도체와 관련 부품을 제외하면 2019년 산업생산 수준은 2011년보다 3.4% 낮은 수준이다(<그림 5> 참조). 

6) 출하액 기준으로 2011년 대비 2018년 철강 –14.7%, 석유정제 –10.7%. 조선 –48.5% 감소한 반면에 자동차(10.5%) 산업과 전자(7.7%), 화학(4.3%) 산업은 증가하였다. 즉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인 중후장대 산업이 심각한 침체국면에 직면해 있다.

7) 산업생산 활동이 침체되고 투자가 부진한 결과로 제조업의 국내공급지수는 2018년 0.8% 감소에 이어 2019년 0.5% 감소했다, 이 추세로 간다면, 국내 제조업의 공급사슬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높다.

8) 2019년 수출총액은 2011년보다 2.3% 감소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무려 11.8% 감소했다(<그림 6> 참조). 

9) 2014년 34개에 이르렀던 종사자 300명이상의 제조업체 신설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1개에 그쳤으며, 종사자 100명 이상 신설 제조업체 수는 2014년 162개에서 2017년 39개, 2018년 70개에 그쳤다.

   한마디로 종사자 규모가 큰 제조업체는 더 이상 국내에 신설되지않고 있다.  

10) 5인 미만을 제외한 우리나라(2018년) 기업 진입율은 5.6%로 미국(2016년)의 7.4%보다 낮으며, 우리나라 기업 소멸율(2017년)은 2.6%로 미국(2016년) 기업의 진입율 6.7%보다 낮다. 이것은 산업화 70년역사의 한국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270년 역사를 가진 미국 기업생태계의 역동성보다도 낮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미다로 한국 경제는 조로화(早老化)하고 있다.

 

민간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조업은 1998년 외환위기이후 가장 침체된 위기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제조업의 실상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본질이 일본 제조업의 쇠락에 있다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경제의 장래에 시사하는 바가 중대하다. 제조업의 침체보다 더 주목해야할 사실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심각하게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GDP 성장률 기여도(<그림 4> 참조)에 있어 민간부문은 2017년 3.6%p에서 2019년 (-)0.6%p로 낮아진 반면에 정부부문은 2017년 0.7%p에서 2019년 1.6%p로 높아졌다. 정부부문, 즉 재정주도로 지속성장을 실현할 수는 없다. 고용의 경우, 3월 취업자 수는 일시휴직을 제외할 경우 전월대비 121만 8천명, 전년동월대비 145만 6천명이 감소했으며, 주당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전월비 930천명 감소했다. 또한 연령별로는 60대(336천명 증가)를 제외하고는 전 연령대에서 531천명이 감소했다.이렇게 심각한 고용 절벽을 재정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민간 경제의 동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고용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는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설사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로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상실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평가 받기 어려울 것이며, 소위 ‘퍼주기’ 정부라는 평가룰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경제활동수준을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재정주도로 달성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진정 ‘코로나 국난’을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2019년 제조업 위기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살렸다고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정책(또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성공적으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지속성장의 기반이 회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역동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물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재난구호지원금이 아니라 일자리와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활성화된 시장이다. 재난구호지원의 재원조달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재난구호지원으로 경제의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한편 2020년과 20201년은 코로나 바이러스 충격의 후유증으로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 판도가 재편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이 글로벌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확보하느냐는 각자도생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2020년대 판도(<그림 3> 참조)를 가름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글로벌 가버넌스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보해야 할 또 다른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천하의 품은 뜻은?


  여하간 문재인 정부는 남은 2년간에 모든 책임을 지고 국정을 운영할 것이며, 성공하면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며,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다. 진보정권의 실정으로 동력을 잃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막다른 상황에 가면, 우리 국민들은 경제 회생을 위한 대안이 그 무엇이든 다시 국력 회생의 정치적 동력을 점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대한민국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16 총선 결과로 이제 우리 국민들은 두 가지 희망적인 사나리오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다 희망이 있다. 따라서 보수성향의 국민들도 절망하거나 비관할 이유가 없다. 총선 결과로 국민 모두가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가졌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의 한 환자에서 시작된 Covid-19가 불과 3개월 반 만에 전 세계에 걸쳐 230만 명의 감염자와 16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를 뿐 미래는 인과의 법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천하는 이미 천하가 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천하의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그것을 쉽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인이 있어도 결과를 보이는 데는 조건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갈 데 까지 가야하며, 그만큼 고통을 치러야 천하는 비로소 그 뜻을 드러내 보인다.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인다. 다만 터널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뿐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것이 무엇이든 긴 터널의 끝에는 대한민국에 지난 20년간 진행된 진영 대립의 갈등을 마무리하고 ‘통합의 대전환’으로 다시 국력의 재조직과 가동을 ‘spark(點火)’하는 전환점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우리 모두 좋은 날을 기다리는 희망을 가지고 코로나 국난을 이기는데 힘을 내야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 <ifs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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