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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나아가야 할 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2월27일 13시45분
  • 최종수정 2020년02월27일 13시42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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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새보수당, 전진당이 합당해서 '미래통합당'(통합당)으로 지난 2월 17일 공식 출범했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가 뿔뿔이 흩어진지 3년 만이다. 통합당 지도부는 한국당 체제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기존 한국당의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도 이어받기로 했다.  일단 야권 정계개편의 가장 큰 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하다. 

 

 총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그동안 파편화된 보수 정당들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설 연후 직전에 KBS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1월 18일-21일)에 따르면, “선거 전에 보수 야당 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필요하다’(50.7%)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37.5%)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통합 필요성에 각각 59.9%와 55.3%가 동의했다. 통합당은 일단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집을 짓고 개혁 보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통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써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통합의 한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통합당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통합 세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갈수록 이상 해 진다"라며 총선 공천 작업에서 새보수당 인사들이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뚝심 있게 개혁 공천을 추진하고 있다. 타파크로스(tapacross)의 빅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월1일부터 2월 26일까지 매스미디어,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페이스 북 등 SNS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긍정 평가(71.6%)가 부정 평가(28.4%)를 압도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전략적 두문불출’이 길어지면 그만큼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반감된다. 통합의 화룡정점(畵龍點睛)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황교안 대표, 유승민 의원, 김형오 위원장 간의 3자 회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공천을 포함해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정치로 풀어야 통합의 강을 건널 수 있다. 단언컨대, 흩어졌던 보수 세력이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통합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정당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표출된 국민들의 이해를 잘 집약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고,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을 충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최근 미래통합당의 김형오 공천관리 위원장은 거침없이 개혁공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현재 미래 통합당은 26명의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구경북(20명)에서 5명, 부산울산경남(25명)에서 10명의 현역 의원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과 비교해서 중진 의원들의 다수가 불출마 선언을 했다. 3선 이상 (38명) 중진에서 15명(39.5%)이 지역구 불출마를 포함해 용단을 내렸다. 

 

젊고 합리적인 보수 인사들을 대거 공천에서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위한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파적 이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고,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할 것이 아니라 대안과 정책을 갖고 경쟁하는 정책 정당이 되어야 한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8월 경제 대안으로 '민부론(民富論)’을 제시했다. 경제학계 대표 고전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의 변용으로 국가보다 개인을 강조하려는 의미를 담았다. 실제 보고서에는 “국가주의 관치경제 청산”, “작은 정부, 큰 시장” 같은 슬로건이 담겼다. 총론 성격의 ‘비전분과’ 보고서는 “친노조 소득주도성장과 퍼주기 재정정책으로 한국경제가 사회주의형 추락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2020년대가 한국경제 재반등의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작고 유능한 정부 ▶공정하고 따뜻한 경제 등 3개 비전을 제시했다. 

 

 문제는 민부론이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차라리 ‘서민경제론’이라는 용어가 더 와 닿을 것 같다. 여하튼 미래통합당은 ‘고용 있는 성장’을 포함해 보수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 통합당은 낡은 이념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래통합당이 당명과는 달리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과거에만 얽매이거나, 통합에 앞장서지 않고 분열에만 치중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원내 113석의 통합당 출범으로 이번 총선은 ‘1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아니라 ‘진보 대 보수’ 간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은 본질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중가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통합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보수 세력 결집과 중도표심 확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조사(11-13일)에 따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지원론’(43%)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견제론’(45%)이 앞섰다. 

 

 한 달 전 조사(1월 7-9일)에서는 정부 지원론이 견제론보다 무려 12% 포인트 앞섰으나, 이번에 역전됐다. 민주당의 잇단 악재에 불만이 쌓인 중도층에서도 지원론(39%)보다 견제론(50%)이 훨씬 많아졌다. 보수 통합으로 지금까지 진보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 겨우 평평해졌다.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는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대표가 맞붙는 종로 선거구다.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재까지 이 후보가 황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수도권 표심은 전반적으로 어느 한 당에 기울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진보와 보수 세력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면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대선당시 종로 지역구에서 진보 성향의 문재인 후보(41.6%)와 심상정 후보(7.0%)가 얻은 총 득표는 49,625표(47.6%)였다. 

한편, 중도 보수 성향의 홍준표(21.8%), 안철수(21.8%). 유승민 후보(7.3%)가 얻은 총 득표는 52,050표(50.6%)였다. 두 세력 간의 표 차이는 2,425표에 불과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층이 과연 이번 종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선거는 이제 부터다. 리얼미터․tbs의 2월 4주째 조사(25-26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전주 보다 1.0% 포인트 오른 41.5%인 반면, 미래 통합합당은 2.1% 포인트 낮은 31.6%를 기록했다. 하지만 타파크로스 빅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민주당 긍정 평가는 47.0%인 반면, 부정 평가는 53.0%로 나타났다.

 

 한편, 미래통합당도 긍정 47.1%, 부정 52.9%로 두 정당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통상 선거는 새로움의 경쟁이다. 총선까지 50일도 남지 않은 기간 어느 정당이 더 큰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지, 누가 개혁 공천을 하는지.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는 지가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변화가 최상의 전략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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