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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성장동력을 중심에 둔 정당(政黨)의 필요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2월1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2월19일 14시49분

작성자

  • 전완식
  • 한성대 ICT디자인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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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어찌하여 윤리가 정치경제 뉴스의 중심이 되었는가?

 

현재의 20~30대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50~60대 이상에게는 젊은 시절에 정치, 경제 뉴스에서 “이룩하였습니다.” “달성하였습니다.”라는 말을 상당히 많이 듣고 살아왔다. 오래 전 과거의 뉴스는 시작과 동시에 테이프 커팅, 상장 수여, 격려하는 소식을 다뤘고, 환호하는 시민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웠었다. 그러던 뉴스의 내용이 몇 년 전까지는 ‘잘했다, 잘못했다’를, 최근에는 업적이나 성과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인의 자질과 윤리를 다루는 내용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 같은 뉴스 내용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산업의 성장이 활발하지 못해 뉴스초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불안한 경제 지표들

 

우리나라 역대 정권마다 정책의 모토에서 고도성장, 혁신성장 등의 경제 성장을 다루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문재인 정권도 혁신성장을 정부의 주요한 경제정책으로 내세웠다. 이에 각 지자체장들도 성장 동력 산업 육성책을 수 없이 내놓고 있지만 실효를 거둔 것은 지극히 미미하다.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원인으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산업 침체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들고 있지만, 그 보다는 투자 감소와 민간소비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하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연간 GDP성장률은 2%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의 결과는 재정 살포에 의한 ‘정부주도 성장’이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 발표내용을 보면 2019년의 정부소비는 전년대비 6.5% 늘어났지만 민간소비는 1.9%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8.1%로 2009년 이후 최대 폭 감소였다. 건설 투자도 3.3% 줄었다. 2% 성장을 이루는데 정부가 기여한 몫은 75%, 민간은 25%에 불과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이 얼마나 창고에 쌓이는지를 살펴보는 광공업 재고지수는 최근 2년 새 11.6포인트 상승했다. 만들어도 소비가 안 되고 창고의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산업이 있어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혁신산업을 일으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다. 혁신산업으로 대표되는 산업들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움직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고 산업을 육성하려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동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취해왔던 추격형 성장전략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그런데도 규제개혁 등 혁신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을 하고 있다. 이제라도 법률과 각종 제도, 그리고 정부의 행정 시스템을 확실히 개선하고, 개혁하는 실질적 혁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혁신성장은 원천기술·기초연구 및 기초 인프라 구축이 관건

 

물론 우리나라가 취해온 추격형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변모한다는 것은 의지를 불태우고 구호만 외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추격형성장은 이미 완성된 어떤 가치를 추격하기 때문에 기초연구나 기초 인프라 구성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어떤 방법에서 차별화와 트랜드를 결합하여 상품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체화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혁신형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기초연구 및 기초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다. 4차산업혁명을 다루는 포럼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규제 문제, 행정 불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조직의 취약성 등 수많은 문제들이다. 이런 약점이 보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혁신성장을 이룩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

 

혁신성장은 혁신산업이 이끄는 것이고, 혁신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그리고 성공했을 때 돌아올 크나 큰 보상이 밑바탕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윤을 남길 수 없는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면 기업인들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이윤이 없는 기업 활동은 곧 중단될 것이고, 이는 투자부진과 일자리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창업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다. 그래서 투자는 고사하고 정부인허가를 받는데 기진맥진하고 마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주소다. 입법 활동에 있어서 최악으로 평가받는 20대 국회에서 규제법안 발의건수는 무려 3773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발의법안이 입법화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규제들이 새로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이런 규제를 뚫고 산업혁신이 이뤄진다거나 청년창업자들이 그들의 재능을 맘껏 발휘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책임지는 ‘국민 대표’의 필요성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리쇼어링(reshoring)’이라는 기업중시 정책으로 현재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법인세를 35%에서 20%로 인하하여 기업가의 성취도를 높였고, 공장이전 비용 보조, 네거티브 법체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규제프리존’ 등으로 해외에 나가있던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기업들에 혜택을 주기는커녕 옥죄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미국도 내려주는 법인세를 우리는 되레 인상시켰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기업부담을 늘리고, 주52시간근로제를 도입해 기업부담을 이중삼중으로 증가시키고 있으니 기업하려는 의지가 꺾이고, 국가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이를 탈피하지 못하면 국가성장동력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런 국가적 과제를 개선해나가는 것은 정부도 책임이 크지만 무엇보다 규제의 근원을 만드는 입법부의 반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법체계로 되어있고 해외의 우수 사례를 추격하는 정책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성장동력을 중심에 둔 정당이 나타나서 규제왕국의 오명을 벗기고 현시점에 맞는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겠다.

 

이념을 중심에 둔 정당, 노동자를 중심에 둔 정당, 국민 복지를 중심에 둔 정당, 그리고 또 다른 가치를 중심에 둔 다양한 정당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주저앉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가 성장동력을 활기차게 발현시킬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자면 현존하는 정당들도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첨단산업을 일으키고 신성장 산업 육성을 우선시하는 정책목표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당장 눈앞에 다가온 4.15총선은 ‘어느 정당이 국가 성장 동력을 우선시하는지’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고, 또 그런 민의(民意)가 반영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당장의 현금복지보다는 국가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후대에 풍요한 나라를 물려주려는 정당이 누구인지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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