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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27)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2월01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1월29일 14시16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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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일'을 시도해 본 날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제게는 이제 어려운 일입니다. 원래 나비고 패스는 거리별로 지역을 다섯 개 zone으로 구분해 놓았는데 저희가 써온 나비고는 가장 원거리까지 갈 수 있는 '5 zone'인데 혹시 가고 싶은 곳이 이 5 zone을 넘어선 곳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역무원들에게 몇번이나 물어보았는데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St Lazare역으로 바로 갔습니다. 거기서 표사는 사람들을 정리해주는 직원도 역시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는데, 매표소 창구직원이 정확하게 연결편 기차를 안내해주고 거기에 맞는 기차표도 발매해 주었습니다.

 

요약하면 나비고 패스로 갈 수 있는 중간역 Mantes la Jolie까지 가서 10여분후 출발하는 Vernon-Giverny행을 갈아타면 되는 것이었네요. 추가요금은 예상외로 싸서 1인당 5.1유로. 그렇게 Vernon-Giverny 역에 도착하여 전에 보아두었던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묘한 뉴욕에서 온 미국인 부부 (Todd & Elizabeth Phillips) 덕분에 합승차를 나누어타고 갔습니다. 돌아올 때 탄 셔틀버스 요금 5유로보다 싼 3유로로 (1인당) 해결했네요. 미국 사람이 비즈니스에 능한가 봅니다. 그리고 공공이 정한 요금보다 (셔틀버스 요금) 싸게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개인 합승차 (아마도 우버 등으로 부른)의 효율성이 돋보이는 점도 발견했습니다. 가는 기차 속의 사진과 저희들 추가로 산 기차표들 담습니다. (가는 편 표들은 역무원의 실수로 개찰을 하지 않아서 또 써도 되는 개념입니다만 두 번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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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모네의 집 (Maison de Claude Monet)'을 30여년 전 공부할 때 거주한 루앙시에서의 접근성도 좋고해서 일찌감치 들렀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차를 몰고 왔었지요. 이번에는 조금 어렵게 도착하니 벌써 점심 시간. 모네의 집 앞에서 성업중인 식당 한 곳을 골라 앉으니 이곳도 경치가 그림 속 같습니다.

그렇지만 최고온도 42도라는 폭염은 모네의 집 같이 비교적 시원한 환경을 가진 곳조차 다니는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미술관 같이 꾸며놓은 모네가 살던 집이나 기념품 판매 건물 등을 들어가면 에어컨이 작동하여 제법 시원했고 그 유명한 수련의 연못 주위는 그늘도 제법 많았는데 말이죠. 이런 현상은 세계 각국에서 온 여러 관광객 모두가 느끼는 공통적인 괴로움이었습니다. 여하튼 어려운 숙제 하나 했습니다. 거의 전투 모드로.

지금부터 주로 사진을 담겠습니다. 우선 모네의 집과 저희가 식사를 한 식당 등의 분위기부터. 이곳에서 물만난 사람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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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정원의 모습을 담습니다. 이 정원에 오면 여자분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시는데, 그만 오늘은 40도를 훌쩍 넘는 날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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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전체로만은 싱거우니 몇몇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다소 모습이 커진 꽃들을 담아 봅니다. 해바라기, 백합 (황색), 부처꽃, 끈끈이대나물 등의 자태가 아름답지요. 그리고 사과나무를 잘 전지해서 옆으로만 크게 한 모습과 담장 위의 포도나무 모습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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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이곳에 오면 뭐니뭐니 해도 수련이 잘 가꾸어진 연못과 그 양쪽에 살짝 곡선을 그리는 두 개의 다리 모습을 올려야지요. 이곳에 세계 각국의 난다긴다 하는 사진사들과 온갖 포즈의 여성들이 몰려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다 된 분들이 이곳에만 오면 다시 아름다운 처녀 시절의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네요. 어이쿠 저도 그만 이곳에서 폼을 잡고 있네요. 저는 그 연못의 깨끗함을 유지하려고 작은 보트를 타고 잡초와 불순물을 걷어내는 직원들의 모습이 더 시적인 것 같아서 사진으로 많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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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집에 오면 당연히 그림들을 보아야 합니다. 화가가 살던 집을 온통 그가 그린 그림들과 (어쩌면 후기의 모사품들) 그가 소장하던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 그리고 그의 묘한 취미였던 일본풍 그림과 도자기들까지.

먼저 그의 그림들을 담습니다. 그가 그린 인물화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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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제가 공부할 때 살았던 루앙의 대성당과 루앙에서 가까운 북해의 명소 에트르타 (멋진 코끼리코 모습의 바위가 눈에 띕니다.)의 바다와 바위를 그린 그림들은 무조건 사진으로 담으려 합니다. 거기에 수련 연못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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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가가 소장한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는 방도 있습니다. 세잔느, 르누아르, 삐사로 등의 그림들이 눈에 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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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집을 방문할 때 항상 약간 기분이 이상해지는 점은 이 화가가 지독히 일본을 좋아해서 거의 맹목적으로 일본풍이 나는 그림들과 도자기로 집을 장식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희가 과거에 보았던 일본 화투 사진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의 벽을 장식했던 모습은 없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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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훌쩍 넘는 염천에 이런 곳을 나들이하고 돌아오는 길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희가 무사히 Vernon-Giverny 역에 도착해서 약 20분 뒤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고 Mantes la Jolie까지의 표를 발권하고 기다리는데 (그 이후는 나비고 패스가 있으니 오케이), 열차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화면에 이상하게 40분 연착의 안내가 뜨더니 기어이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날씨가 더운 날이 계속 되니 철로가 몇몇 기차들의 빠른 속도를 견디지 못하여 일어나는 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빠리행 직통 열차는 취소되고 40분 연착 기차도 소식이 없는 가운데 갑자기 Mantes la Jolie까지만 가는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왔다고 방송하는 것을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90% 이상이 빠리까지 가므로), 더 이상 더운 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저는 속으로 이 기차를 타고 가면 뒤에 오는 빠리행 기차도 Mantes la Jolie 역에 설 것이라는 배짱도 있었습니다.) 그 열차를 타고 시원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Mantes la Jolie 역에 도착하니 사태는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뒤에 오기로 한 (저희가 타려고 했던) 그 기차가 7분 후 도착한다 하더니 다시 30분 연착 방송이 뜨고 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햇볕이 내려쬐는 플랫폼을 피하여 잠시 바깥으로 나와서 어떤 키큰 흑인 아가씨가 차지한 의자에 나누어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한 대 들어왔습니다. 실은 이 아가씨와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던 빠리 La Defence행 직통버스였습니다. 아가씨에게 걸리는 시간을 물으니 40분 정도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저희도 부리나케 줄을 섰습니다. (버스 안 모습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럴 때도 나비고 패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Mantes la Jolie가 5 zone 내이니까 왠만한 대중교통은 다 통하는 셈이지요. 그렇게 해서 7시 조금 넘어 La Defence에 도착하니 저녁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네요.

 

 보통 점심은 정식 식사를 하고 저녁은 샌드위치. 피자, 크레쁘, 그리고 멕시칸 부리또 등을 사들고 와서 호텔방에서 주스, 과일과 함께 해결해 왔는데 너무 늦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번화한 이곳에 당연히 있는 맥도날드집에서 해결하기로. 요즘 빠리 맥도날드는 화면으로 미리 주문하는 시스템이 있어 그것을 사용하려 했더니 카드만 된다고 해서 일단 국민카드를 쓰려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거절되었다고 해서 실망하고 다시 줄을 서서 현금으로 같은 메뉴를 주문해서 저녁을 달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나오다가 스마트폰을 체크해 보니 국민카드에서 이미 승인이 떨어졌다는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줄을 서서 주문했던 아가씨에게 얘기했더니 바로 환불해 주네요. 이래저래 복잡하고 고단한 '모네의 집' 나들이였습니다. 여러 가지 특별한 경험도 해 보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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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버스 속에서 프랑스 산업들의 모습도 담아 보았습니다. 세느 강을 오르내리는 화물을 나르는 높이가 매우 낮은 선박들과 (멀리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배도 있습니다.) 누런 색으로 변한 농촌의 들판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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