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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지소미아 파기 선언을 하지 못한 네 가지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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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23일 11시00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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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천만다행(千萬多幸)이다.

 

청와대가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나라 걱정을 했던 많은 국민들이 이곳저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몰아 쉰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6시간을 앞둔 22일 오후 6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일간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고, 그 종료 효력을 ‘동결(freeze)’한 상태에서 양국 간 협상에 들어가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반일(反日) 죽창가를 외치고 다녔던 문 정권으로 하여금 무엇이 지소미아 파기 유예 결정을 내리도록 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미국의 중재 역할이다. 사실  한·일 정부가 합의한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한·일 수출관리정책 대화 재개 방안은 미국이 제시한 중재안을 참고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지소미아 ‘동결(freeze)’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데서도 그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동결’을 통한 지소미아 종료 유예로 지소미아를 일정 기간 유지한 상황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서 양보를 하면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된다는 안(案)이 현실화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단 미국의 위기관리역할로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지소미아를 되살리려는 미국의 물밑 작업들이 막판 들어 한·일 양국 정부에 큰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유예키로 발표한데는 말 못할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미국 정부의 외교적 중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는 외형적, 피상적인 요인 분석과는 전혀 다른 요인들 때문이다. 그 숨겨진 요인들은 무엇일까? 

 

둘째,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과 지소미아 파기를 통한 반일감정 부추기기를 통해 ‘친일 대(對) 반일’의 선거 프레임이 구축되면,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게 선거 호재가 될 것이라는 여당의 '전략적 착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뒤늦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전략적 후퇴’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문 정권이 지소미아 파기 유예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외교군사적 이익과 한-미, 한-일관계를 고려했다기 보다는 내년에 있을 국내 총선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국내정치적 결단이었다는 사실이다.

 

셋째, 북한의 대미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문재인의 ‘김정은 눈치 보기 전략’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고도로 계산된 김정은의 대미전략과 입김이 문 정권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정권이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파기시키면, 이에 대한 가장 큰 직접적인 피해는 일본이 아닌 미국이 보게 될 것이고, 이는 곧바로 한미동맹의 파탄국면을 초래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정권을 미국의 동맹으로 보지 않고 김정은의 ‘트로이 목마’로 인식할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으로 한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대북선제공격에 대한 미국의 자율성이 커지고 한국이 가졌던 억제력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이 점을 김정은은 내심 심각한 수준에서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문 정권이 미국과 등을 지는 수준의 치명적인 관계악화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문 정권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관계가 악화되면, 북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카드를 대미 관계의 호전(好轉)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북한의 대미전략에 전혀 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넷째, 국내경제에 미칠 파장과 부정적 영향이다. 사실상 미국은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주한미군까지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암시적 메시지를 내보낼 만큼 지소미아는 미국의 동북아 구상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만일 문 정권이 지소미아를 파기했을 경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나마 미군 철수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김정은과의 핵협상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착상과 동시에, 만일 김정은과의 핵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한국을 의식하지 않고 대북핵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는 공격적 유혹을 키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일부라도 단행한다면 이는 순식간에 전 국민을 안보 불안의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뜨리면서 주식 객장의 주가까지 폭락시키며 경제파산을 예고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교란시키고 위협하는 치명적 적대요인으로 이는 곧 주한미군 철수로 연동되면서 한국은 순식간에 안보와 경제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빨려들어 갔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 대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내년 4월 총선은 ‘백약이 무효’일 만큼 분노한 민심의 쓰나미가 선거판을 휩쓸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권에 대한 절대적 심판선거의 결과는 더 이상 물을 필요가 없다. 이는 지난 6.3 지방선거의 역조현상을 초래할 것이고, 그 시점부터 문 대통령의 운명은 사실상 '식물대통령'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이는 곧 정치적 소용돌이를 몰고 와 청와대는 더 이상  친문들의 정치적 '참호'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대남전략을 위한 남한 내 중추적  '거점지역'의 역할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문 정권이 오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김정은의 대미전략과 내년 4월 총선이 핵심 변수였다. 결코 미·일과의 관계회복이 주목적이 아니었다. 이래서 미국이 문재인 정권을 외면하고 무시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을 외면하고 무시한다는 이 평범한 외교적 진리를 모르는 북맹(北盲)들이 청와대에 앉아 있는 한 국익(國益) 침식, 국격(國格) 추락, 국민(國民) 망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미관계가 악화되고, 북한이 지금처럼 핵미사일을 통해 미국의 본토안보를 위협하는 불장난을 친다면 미국은 더 이상 동맹국 한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대북핵 선제공격에 나설 전략을 짤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되면 가장 큰 화마(火魔)에 휩싸이게 될 불행한 첫번째 타깃은 문 대통령이 가장 굽실거리며 오매불망 눈치 보는 김정은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일본과의 경제전쟁 중에 북한과의 평화경제를 외치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문 대통령이 진정 극일(克日)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대한민국 3대 기둥론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3대 기둥이란,

첫째, 정치적 자유민주주의,

둘째, 경제적 자유시장주의,

셋째, 군사안보적 한미동맹이다.

 

이 3대 기둥의 강화가 극일(克日)의 길이고, 대한민국이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는 나라"로 가는 전략적 선택의 길이다.

 

끝으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소미아 파기 사태를 통한 한미동맹의 위기는 곧 한미양국 안보에 충격과 공포를 동반한 재앙적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국전쟁과 베트남 참전을 통한 한미양국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의지와 가치의 전략동맹이지 상술적 이익동맹도 교조적 이념동맹도 아니란 사실이다.

 

이번 지소미아 파기유예 결정을 통해 위기의 한미동맹이 한미양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보다 강력한 철(鐵)의 동맹으로 공고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한미양국은 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동맹정책을 추구해 나가야한다. 그동안 문 대통령 재임 중 최악의 정책이 지소미아 철회였다면, 차선의 정책은 이번  지소미아 파기를 유예한 결정이 될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천만다행이다.<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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