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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로 멍든 황교안 리더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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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0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06일 15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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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한마디 하면 아무 찍소리도 못하는 그런 정당을…?”

 

“리더십이 왜 상처를 받고 있습니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이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요? 대표가 한마디 하면 아무 찍소리도 못하는, 여러분들은 그런 정당을 희망하고 있습니까?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지난 10월 31일 자유한국당이 1차인재영입 발표이후 “당에서 설득한 인사가 보류되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는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교안 대표가 답한 내용이다. 문제는 이러한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당내·외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당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들은 문자 그대로 정말 ‘헛발질’ 뿐이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수사대상자 가산점 부여에 대한 말 바꾸기, 조국 태스크 포스 표창장 및 시상 논란,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철회, ‘벌거벗은 임금님’ 동영상 논란 등 한마디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들을 잇달아 보여줬다. 급기야 지난 1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런 난맥상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는가 싶다. 지난 10월 18일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한자리수인 9%포인트까지 좁혀졌었다. 그러나 2주 만에 다시 17%포인트 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조국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지지율 “조국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이런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이 황 대표의 리더십 탓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원인이든 ‘맹물 야당’이란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으니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우선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인식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소개한 황 대표의 기자 답변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대표가 한 마디 하면  아무도 찍소리 못하는 것”을 리더십으로 이해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리더십이란 그런 게 아니다. 리더(leader)는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아무도 따르는 사람(follower)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항상 '따르는 사람들'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럴듯한 이론적 설명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당내·외에서 반론이 많이 제기된다는 것은 당을 대표하는 리더로서의 황 대표 책임이 크다. 따라서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당대표의 리더십’ 손상도 결코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또 하나의 사건을 보자. 인재영입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공식 유튜브채널인 ‘오른 소리’에는 황교안 대표의 섹소폰 연주 영상이 올려졌다. 지금 야당이 해야 할 초미의 관심사는 내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승리할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인재 영입도 하면서 총선기획단도 구성했지 않는가? 그런데 느닷없는 황 대표의 색소폰 연주가 홈페이지동영상에 올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으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당 대표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당 공식유튜브 채널에 “웬 색소폰 소리가?”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인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여당과 야당이 첨예한 대립국면으로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그런데 ‘오른 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색소폰 선율을 들으면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벌써 대선 준비에 나선 것인가?” 

총선이라도 마치고 이런 행보를 시작했어도 늦지 않을 텐데….  앞으로도 계속 방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하니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서 황 대포는 이렇게 얘기했다. ‘오늘 황교안입니다’의 첫 방송 소감과 함께 “당 대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제 얘기를 해볼까한다”고 밝혔다. 평범한 시민 이야기? 아마 제1야당의 대표로서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잘 이해하려고 한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어딘지 어색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원래 ‘자극적이고 해학적인 논평’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홍 전 대표는 11월 3일 페이스북에서 친박성향 인사들을 향해 “정치 초년생(황교안 대표)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양 진영에 몸담지 않으면 공천이 보장되지 않으니, 모두가 레밍(Lemming·들쥐의 일종)처럼 어느 한쪽 진영에 가담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정치’ 시대가 된 것”이라며 “이런 레밍정치·계파정치를 타파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표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황 대표의 말마따나 내부총질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야당 복(福)이 있는 줄 몰랐다”

 

당 밖에서도 말들이 많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10월 3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당의 행보가 지지율과 관련해 부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논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야당 복(福)이 있는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11월 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취임한 후 벌써 9개월 가까이 흘렀는데 ‘황교안 식 정치실험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물음이 아직도 나온다”면서 “그대그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대처한다고는 하지만 인재영입이나 혁신, 통합 등과 관련해 ‘큰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해 ‘멋진 청사진’을 제시하고 당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진력하는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넷검색에서 ‘리더와 보스’라는 단어를 입력해 검색해보면 많은 글들이 있다. 리더십의 의미를 아주 잘 설명하는 것 같아 그 중의 한토막을 여기에 소개해보면….

 말을 타고 길을 가던 한 신사가 목재를 운반하느라 땀 흘려 일 하는 군인들을 보았다. 그런데 상사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 신사는 상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왜 같이 일을 하지 않나요?”

“나는 명령 하는 상관입니다.”

그 말을 듣자 신사는 말에서 내려 병사들과 함께 재목을 운반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사는 병사들과 함께 목재를 목적지까지 운반한 뒤 상사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목재를 운반할 일이 있거든 총사령관을 부르시오“


조지 워싱턴 장군의 솔선수범 이야기

 

그 말을 남기고 간 뒤에야 상사와 병사들은 그가 조지 워싱턴 장군임을 알았다. 미국 초대 대통령이 됐다. 이렇듯 리더는 솔선수범이 기본이다. 항상 현장의 소리와 행동을 읽어 낼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지지자를 만들지만 보스는 부하들만을 만든다. 리더와 보스는 이런 차이가 있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말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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