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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장·단기 대책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0월24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23일 11시58분

작성자

  • 김동환
  •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전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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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1.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이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African Swine Fever)이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이며, 이는 사람 혹은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질병을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ASF는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눈물, 침, 분변 등)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는데, 잠복 기간은 약 4∼19일이다. 다만 ASF는 인체에는 영향이 없고 다른 동물에도 전염되지 않으며, 돼지와 야생멧돼지 등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된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증상 등을 보이다가 보통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이 질병이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해야 하며,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시 중단된다. 

 

  ASF 바이러스는 병원성에 따라 보통 고병원성, 중병원성, 저병원성으로 분류된다. 고병원성은 보통 심급성(감염 1~4일 후 돼지가 죽음) 및 급성형(감염 3~8일 후 돼지가 죽음) 질병을, 중병원성 균주는 급성(감염 11~15일 후 돼지가 죽음) 및 아급성(감염 20일 후 돼지가 죽음)형 질병을 일으킨다. 저병원성은 풍토병화된 지역에서만 보고돼 있으며, 준임상형 또는 만성형 질병을 일으킨다. 폐사율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거의 100%이며 만성형에서는 20% 이하로 알려져 있다. 

 

  ASF의 주요 임상 증상으로는 돼지들이 한데 겹쳐 있음, 급사하거나 비틀거리는 증상, 비강의 출혈 및 귀의 점상출혈, 복부와 피부 말단 부위의 충혈, 혈액성 점액성 거품이 있는 비강의 분비물, 호흡곤란, 침울 증상, 식욕 절폐 등이 있다. 

  특히 ASF는 공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며, 백신 및 치료제도 존재하지 않아 발병에 대한 대책은 살처분뿐이다. ASF의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것은 우선 바이러스 종류가 많아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 23종인 이 병의 바이러스는 유전형이 많은 만큼 바이러스가 만드는 단백질의 종류도 2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제역과 비교해 보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단백질의 종류는 10가지를 넘지 않는다. 단백질의 종류가 많을수록 변이가 다양하게 일어나고 또 여러 단백질이 복합적으로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57년 선원이 먹다 버린 돼지고기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됐다.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진 뒤 중남미까지 전파됐다. 2007년에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유럽 발칸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돼 동유럽 나라와 러시아 전역에 퍼졌고, 이들 지역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토착 전염병으로 남아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2018년 8월 중국에서 발생한 뒤 몽골(2019년 1월), 베트남(2019년 2월), 라오스(2019년 6월)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북한 자강도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2019년 5월 알려졌다. 베트남은 최초 발병 뒤 6천건 넘게 이 병이 발생했고, 최근까지 약 470만 마리 돼지를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지난 11일 기준 홍콩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60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중국은 ASF로 인한 폐 마릿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돼지 생산 상위 15개 성의 통계연보를 통해 추산할 때 50% 이상의 돼지가 ASF의 영향으로 폐사했다고 추정된다. 북한에서도 평안북도 지역의 돼지가 모두 사라질 정도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2. 우리 나라의 ASF 발생 현황과 원인

 

  2019년 10월 17일 현재까지 우리 나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파주 5건, 연천 2건, 김포 2건, 강화 5건 등 4개 시·군에서 총 14건이 발생되었으며, 94개 농장 154,548두에 대해 살처분이 진행되었다. 아울러 국방부·환경부 합동으로 남방 한계선과 민통선 내 지역을 대상으로 멧돼지 포획 조치가 시행되었다. 멧돼지 포획 조치는 파주시, 화천·인제·양구·고성·철원·연천군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접경 지역을 대상으로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의 ASF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먼저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염된 경로이다.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 검출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 민통선 근처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에서 나온 것도 같은 유전자형으로 확인됐다. 세계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모두 24개의 유전자형이 있다. 1부터 24까지 숫자로 분류되는데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이 가운데 2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가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2형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멧돼지를 매개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둘째, 외국인에 의한 감염 경로이다. 발병 지역이 남북 접경지이기도 하지만, 지리적으로 인천공항에서 가깝고, 외국인들이 많다. 고양·파주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 양돈장에서 일하는 인력의 70%가량이 외국인이며,  이들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물, 쥐, 새, 파리 등을 매개체로 감염도 가능성이 있다. 멧돼지가 남방 한계선 철책선을 직접 넘어올 수는 없고, 멧돼지 폐사체의 바이러스가 쥐나 새, 파리 같은 매개체를 통해 남쪽으로 퍼질 수는 있다. 폐사체의 일부나 오염된 토양, 잔반이 강물을 따라 흘러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ASF가 감염된 경로가 특정되지 않고 있지만,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틈이 있기 때문에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역이나 살처분에 참여한 인력에 의한 전파를 막기 어렵다고 한다.

 

  아울러 ASF는 또 산과 열에도 강해 낮은 요리 온도에서 죽지 않기 때문에(60°C 이상에 30분 이상 있어야 파괴) 훈제되거나 공기 건조된 식육 산물에도 바이러스가 들어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지역의 돼지 또는 감염된 돼지로 만들어진 식품을 반입하거나, 가열되지 않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것은 이 질병을 확산시키는 원인이 된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가 죽은 후에도 혈액과 조직에서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으며, 실온의 분변이나 오줌 중에 5일 이상, 냉장상태 오줌에서는 15일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또 혈액의 경우 냉장에서는 1년 반~6년, 실온에서는 1개월 생존이 가능하다. 아울러 냉장육에서는 15주, 냉보관된 가염건조된 햄에서는 140일까지 생존이 가능하며, 냉동된 사체에서는 수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3. ASF 확산과 피해 발생 전망

 

  현재 ASF 발생이 주춤하고 있으나 한국에서 ASF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된다.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나라 가운데 1~2년내에 청정화를 선언한 사례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성공사례로 알려진 체코나 벨기에의 경우 ASF가 야생멧돼지에서만 발생했다.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모두에서 ASF가 발생한 스페인의 경우 방목이 이뤄지는 이베리코 지역을 제외하고는 10년이 소요됐다. 이베리코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35년으로 늘어난다.

 

  ASF 발생에 의해 농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농가들은 살처분에 따른 피해와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살처분 농가들은 시가 수준으로 보상을 받고 있으나 단기간내에 돼지가 농장에 재입식되기 어렵기 때문에 셍계 유지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다른 가축 전염병보다 생존력이 훨씬 강해, 최소 6개월 안에는 양돈을 재개할 수 없을 거라고 현장에선 우려하고 있다. 

 

  농가들은 방역의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까지 겪고 있다. 축산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돼지열병 의심신고가 접수된 2019년 9월 17일 돼지고기 1kg의 도매 가격은 6,268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다행히 돼지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으면서 돼지 수급이 안정됐고, 그 결과 도매 가격은 2019년 10월 14일 기준으로 돼지고기 1kg의 도매 가격은 3,527원을 기록했다. 오히려 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전인 2019년 8월 돼지고기 1kg의 도매가격이 5000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더 낮아진 셈이다. 이는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것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의 경우,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돼지고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반면 수입 소고기는 22.5%, 닭고기는 9.1% 증가했다. 

 

  장기적으로는 ASF가 백신 등을 통한 예방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 위축으로 돼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나 ASF 발생이 전면적으로 확산되면 돼지고기 공급 부족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관련 산업도 위축되는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도 ASF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4. ASF 장·단기 대책은 무엇인가?

 

  현재 정부를 중심으로 철저한 방역대책을 실행하는 등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만으로는 ASF 확산을 막을 수 없으므로 방역은 물론 공항 및 항구 등에서의 검역도 철저히 수행되어야 한다. ASF 확산을 막기 위한 장단기 대책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단기적 대책으로 먼저 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벌이는 방역작업 이상으로 개별 농장 단위로 방역작업을 철저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장주 및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ASF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조류를 막는 방조망의 설치가 필요하다. 

 

  둘째, 강력한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멧돼지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호라는 고유 업무 때문에 멧돼지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농식품부와의 협력을 통해 야생 멧돼지에 대한 방역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특히 멧돼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동경로를 최대한 차단해야 하며 효율적으로 개체 관리를 해야 한다.

 

  셋째, 여행객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은 중국, 베트남, 몽골 등 ASF 발생국가 여행 시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또 해외에서 햄이나 소시지, 육포 등 돼지고기 가공품, 냉장 혹은 냉동된 돼지고기와 만두, 순대 같은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한 음식물을 국내로 가져와서는 안 되는 점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넷째,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DMZ와 민통선내에서의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 이들 지역에서는 남쪽 정부의 노력만으로 방역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섯째, 오염된 돼지고기로 인한 전파는 국제적 전파의 요인으로 꼽힌다. 음식물 쓰레기를 가공해 돼지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음식물 쓰레기의 사료 이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ASF 백신 개발의 추진과 스마트 축사 등 시설현대화가 필요하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백신 연구 중인데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프리카돼지열병표준연구소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나 실제 상용화되기 까지 5∼6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도 우리 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ASF 바이러스 유형에 적합한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ASF 확산을 막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백신 개발과 더불어 현재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후 양돈시설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사료차량 출입 제한, 자동 방역, 출입기록 전산화 등을 구현하는 '스마트축사'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축사를 구축하면 공기 중으로 전염되지 않는 한 가축전염병을 원천차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축사는 현대화된 깨끗한 시설에 ICT를 적용하고 생산 과정을 자동·정밀 조절한다. ICT 융복합 첨단 시설로 데이터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사육환경·사양·경영 관리를 수행한다. 가축·사료·분뇨의 독립적 입출고 시스템을 갖춰 외부 차량의 축사 출입을 최소화한다. 소독시설 등을 설치해 ASF 같은 질병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 사료·분뇨차량 출입 제한, 가축입식·출하대 외부 설치, 자동 방역시스템 구축, 울타리, 출입기록 전산화 등 차단 방역시설까지 구비토록 설계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ASF 등 가축전염병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설현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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