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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풀어야할 것은 막고 막을 것은 푸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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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21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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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 풀어야할 것은 막고, 막을 것은 풀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대기업의 총수를 잇달아 만나 ‘칭찬’을 했고, 17일에는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건설투자까지 언급하며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에 ’비상‘을 거는 모습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만 주장하던 것에 비하면 다행스런 변화다. 하지만 ’핵심‘을 피해가서는 단기적인 경기활성화는 물론이고 AI, 로봇,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경제 대변혁기의 중장기적 경제 살리기도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 핵심이 바로 ’제대로 된 규제개혁’이다. 혁신을 막는 규제는 풀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강화하는 규제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현대자동차가 지난 2년 간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쓴 3조 8000억 원 중 99%가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중앙일보 2019.10.17.) 미래차 추진이 규제에 막혀 현대의 해당 분야 투자액 약 4조 원의 99%가 해외로 나갔다는 얘기다. 2년 동안 현대차가 미국, 이스라엘, 중국, 인도 등의 해외기업에 한 투자가 총 3조 7500억 원인데, 국내 투자는 405억 원, 즉 1%에 불과했다. 

 

규제로 인해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의 성장이 막혀있고, 자율주행 제도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기업으로서는 외국에서 투자 대상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반면 싱가포르를 가보면 그 나라가 차량공유 서비스의 ‘천국‘임을 실감할 수 있다. 얼마 전 방문했을 때도 필자는 택시를 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는 그랩이라는 차량공유 서비스 앱을 통해 편리하고 친절하고 깨끗한 이동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랩을 통해 만난 기사들은 하나 같이 밝고 친절했다. 바가지 요금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목적지를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잠시 방문한 비즈니스맨이나 관광객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음이 편안한 이동 서비스이다. 

최근의 홍콩 시위 격화로 싱가포르가 동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더욱 각광받고 있지만 그럴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렇게 혁신이 가능한 토양 때문이다.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는 차량공유와 자율주행만이 아니다. 빅데이터, 바이오, 의료 등 첨단 유망 분야가 대부분 해당된다. 5G 서비스 등 몇몇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 무엇 하겠는가. 

싱가포르는 경제 규모가 작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어떤가. 우리가 규제로 인해 차량공유, 자율주행은 물론 빅데이터, 바이오, 의료 등의 분야에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 대국 1,2위인 두 나라의 혁신은 눈부시다. 미국의 빅데이터,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 인공지능, 바이오헬쓰 등의 분야의 혁신, 중국의 핀테크, 인공지능 혁신... 이 역시 규제의 차원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보다 더 빠른 혁신을 해도 따라가기 버거운 상대인데, 그래서야 한국경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반면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는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은 지난 수 년 동안 전문 사모 운용사(헤지펀드) 시장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유도했지만 일반 투자자 보호는 손을 놓고 있었다. 

헤지펀드는 사실 '프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다. 복잡한 금융을 잘 모르는 일반인인 ’비전문 투자자’가 저축한 돈으로 섣불리 나서기에는 위험한 분야라는 얘기다. 사모펀드 본래의 취지에 맞게 최소 투자금액을 상향 조정해 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게 하거나, 중산층을 대상으로 판매할 때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몇몇 규제는 필요한 규제다.

 

혁신을 위해 풀어야할 규제는 그대로 놓아두고, 소비자 보호 등 필요한 규제는 푸는 ‘거꾸로 규제개혁’으로는 ‘경제 살리기’에 성공할 수 없다. 

헷갈린다면 ‘소비자의 시선’과 ‘신규 진입자의 시선’으로 판단하면 된다. 규제가 지속되면 이익을 보는 ‘기득권 집단’의 눈으로 규제 철폐 여부를 판단해서는 한국 경제에 미래는 없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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