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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이런 민생행보는 작동하지 않는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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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20일 17시0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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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경제행보가 어지러울 정도로 분주하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여러 측면에서 (경제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했고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하면서 개선’되는 중이라고도 했다. 8월 15일 광복절 행사 때에도 ‘평화경제’를 주창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세우겠다고 했고, 조국 광풍이 휘몰아치던 9월 내내 법무부장관 임명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검찰개혁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과 며칠 전만해도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고용의 양과 질 모두 개선되고 있다고 했던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민생을 외치고 나섰다. 대통령을 대변하는 입들은 하나같이 “선방하고 있다”느니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와중에 대통령만 홀로 경제사령탑도 없는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수석보좌관회의를 열며 열심히 대한민국 대표 재벌기업들을 방문하고 있다. 

 

지지율이 가라앉고, IMF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위기상황에서 대통령 경제행보를 백번 이해하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대통령 취임사에서 약속했듯이 경제가 잘못되었으면 잘못되었다고 솔직히 사과부터 하고 시작했어야 한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아야 한다. 실직하고 폐업한 이웃의 아픔과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고 시작했어야 한다. 모든 정책의 잘못은 없으니 계속 밀고나가겠다고 하면서 하는 민생행보는 절대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둘째, 대통령 경제참모들의 인식이 해이하고 혼란스럽다. 

경제수석은 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했다. ‘나쁘다고 함으로써 진짜로 경제가 나빠지는 것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좋아진다고 하는 정부의 잘못된 경제예측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미 경제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인데 바닥을 다지고 있는 중이라니 무슨 해괴한 말인가?

 

 잘못 디자인 된 정책 때문에 기업과 재산을 잃어버린 국민의 피해는 왜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주 52시간제 강행 등 부작용을 부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왜 깔끔하게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용어 따위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외면하는가? 엄청난 경제침체를 가져오는데 결정적이었던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해서 국민이 편하게 느끼는 다른 용어로 표현해도 충분하다니 그게 무슨 말 바꾸기인가?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 이리저리 회피하고 외면하고 요리저리 빠져나가는 경제참모들을 코 끝 곁에 두시고서 하시는 대통령의 민생행보가 국민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셋째,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는 대재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자영업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구미나 울산이나 창원이나 거제나 군산이나 광주나 여수를 가보라.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들의 가동률이 반 토막 나거나 문을 닫았는지 알 것이다. 

 금년 초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 행보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대기업 혹은 매출 1조 이상 잘 나가는 유니콘 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었을 뿐이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만 시찰했다. 이런 행보는 ‘보여 주기식’ 혹은 ‘숟가락 얹어놓기’로 인식될 뿐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정치적인 제스처 일 뿐이다. 폐업기업이 널려있는 안산 공단이나, 한 집 건너 하나 씩 가게가 문을 닫은 경리단 길이나 숙대 앞을 가보신 적이 있는가? 대기업 노조 대표를 만나면서 80%에 해당되는 노조 바깥의 근로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지난 2년 반 동안 해고되거나 실업급여를 받게 된 30대 40대 실직자를 만난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되려면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잘 살아야 하고 자영업이 걱정 없이 잘 되어야 한다. 국가 경제정책은 모두 40만 중소기업의 혁신과 600만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에 달려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그들을 만나야 하고, 국력을 모아 그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말만 앞세우는 양손잡이 경제학자의 무효용(無效用)은 이미 확실하게 입증되고도 남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잘 아는 사람들을 측근 보좌관으로 두고 끝까지 챙겨야 한다. 그것이 우리경제의 살길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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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20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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