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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개돼지 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9월26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5일 18시57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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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3년 전 일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교육부 고위직 공무원이 잘 아는 후배 기자 등과 술자리를 하면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하여 파문이 일었다. 민중은 어리석고 무식하니 집권자들이, 관료들이 알아서 나라를 이끌고 가면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취지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가뜩이나 폐쇄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던 터여서 이 같은 고위직 공무원 발언은 취중(醉中) 발언이었음에도 일반 국민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 뒤돌아보면 ‘개돼지’ 발언은 권력을 잡은 자들의 본심을 편한 자리에서 후배한테 가감 없이 털어놓은 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나 집권세력들은 민중을 대충 그런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국민들의 의견을 다 들어준다면 권력자들 자기들의 머리끝까지 올라갈 터이니 회유하고 때로는 겁을 주면서 불만을 잠재울 정도로 적당히 대우해주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권력자들이 국민을 다루는 방책중 하나이다.

정부정책이나 정치집단의 말을 살펴보면 조삼모사로 국민을 구슬리고 우롱하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민을 구슬리고 속이기위해서 권력자들은 또 우선 겉으로 화려한 말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지난 80년대 전두환 군부세력은 권력을 잡은 후 민정당을 창당했다. 민정당은 민주정의당(民主正義黨)의 줄인 말이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인가. 지금 우리 정당 중에도 정의를 세우겠다는 정의당이 있지만 당시 군부 독재세력이 정의를 내세운 것은 가히 혁명적인 속임수가 아닐 수 없다. 어찌됐건 당시 전두환 정권은 민주정의당의 간판을 내걸고 5.18 참상을 당한 광주, 전남에서도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민주정의당 집권시절 국민들은 절대 권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우롱을 당한 셈이다.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선 국민들이 개돼지인척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은 정의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현실이 암울해서 차라리 북한의 주체사상이 낫지 않겠나 싶어서 주사파가 나왔고 조국 같은 가슴이 뜨거운 청년들은 불평등이 없는 사회 건설을 꿈꾸며 사노맹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독재 권력에 맞서 소위 386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386은 독재와 부정부패 그리고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바로잡고 평등사회를 만들겠다며 사회곳곳에서 움직였다. 이들이 이제는 30대가 아닌 50대로 이 사회의 주축세력이 되면서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들은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집권하는데 성공했다. 

 

386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은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면서 주류세력 교체를 내세웠다. 국민들은 참신한 인물이 깨끗한 세상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모습에 국민들은 아 이제는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면서 설혹 경제가 후퇴한다 해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요즈음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거냐며 분노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말할 것도 없이 조국 법무장관 때문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진보세력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런 말에 국민들이 이제는 얼마나 공감을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딸이 대학입학 과정에서 총장이 만들어 준 적이 없다는 대학 표창장을 비롯해 거짓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숫한 의혹이 있어도 조국장관은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부인 이름으로 사모펀드에 돈을 투자하고 석연치 않은 자금흐름이 이루어졌는데도 조국장관은 모른다고 선을 긋는다. 특권세력들만이 차지하는 공평하지 못한 기회와 공정하지 못한 과정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결과인데도 여권은 이런 상황에 눈을 감고 있다.  

 

장관이라는 공인(公人)이 가족과 관련돼 여러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품격이 사라지고 염치가 사라진 세태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바른 말을 하고 약자의 편이 되어서 기득권을 가차 없이 비판했던 조국장관은 386과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Icon)이 아니던가. 그런 조장관과 그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이전과 다른 말로 변명들을 하고 있다. 이들 때문에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바른 길인지 많을 민중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조국법무장관 임명은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통령은 조국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주변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인데도 개혁의 적임자라고 우기고 있다. 

 

법무장관은 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법을 집행하는 수장으로서 이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는 직책이 아닐까. 법질서 확립은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미꾸라지처럼  법을 이리저리 피해 편법으로 불법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다른 부처는 몰라도 법무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 법의 정신이 사라지면 결국 법은 바로 서지 못한다.  

 

또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장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개혁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면 법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아젠다(Agenda)라면 대통령이 나서고 집권여당이 힘을 합해 국회를 통해 입법(立法)을 하면 된다. 법 앞에 깨끗하다면 누가 법무장관이 된들 못 하겠는가. 왜 조국이어야만 하는가. 갑갑한 일이다.

 

조국장관은 장관취임 후 현충원을 참배하고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해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아니 어떤 국민이 어떤 권한을 주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은 조국법무장관을 원하지 않고 있다. 국민여론이 이것을 말해주고 있다. 조국장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임명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는 반증이 아닐까 여겨진다.

 

386은 586이 되어 기득권 세력이 되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비난했던 과거 특권층의 못된 짓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개돼지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조국사태를 통해 국민들이 이제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정의를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다. 권력의 위세에 눌려 말을 못할지언정 무엇이 지록위마(指鹿爲馬)인지 또 누가 사슴을 보고도 그것이 말이라고 우기는지 심중(心中)에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조국 사태가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어떤 미사여구(美辭麗句)로든 사람을 현혹하려 한다는 그 실체를 많은 국민들이 바로 보았을 것이다. 

정권에 눈먼 자들의 속성을 지난 헌정사를 통해 그들이 보수이든 진보이든 그들이 보여준 민낯을 보며 이제 국민들이 모두 알게 되지 않았을까. 

 

누가 집권세력이 되든 개돼지 대접을 받지 않도록 국민들이 알아서 두 눈을 똑바로 떠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 사회를, 이 나라를 지켜가기 위해 이성을 가진 국민들의 책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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