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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25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24일 18시53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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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유도하는 정책, 성공 가로막는 규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며 청년들은 벤처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인 벤처창업 지원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정책금융을 통해 창업 자금을 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 또한, 상생을 명분으로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는데 창업 지원의 목표를 두기 보다는 청년 창업을 기반으로 증가하는 신설 법인 수와 감소하는 청년실업률에만 관심을 두는 듯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벤처창업 사례로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등을 꼽을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은 아마존과 비슷한 시기에 그리고 넷마블은 페이스북과 비슷한 시기에 창업됐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은 준(隼)대기업으로 지정돼 시장의 반(反)기업 정서와 정부의 규제 속에 신사업을 만들어 내고 시장을 확대해 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창업은 기꺼이 도와줄 수 있지만, 그들이 성장해서 글로벌 기업을 일구어 가는 것은 ‘배 아픈’ 우리다. 물론 성장해 가면서 일부 대기업의 부정적인 행태를 답습하는 벤처 기업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충분히 빛을 발하기도 전에,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8년 말을 기준으로 누적 투자액 기준 세계 상위 100대 스타트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사업한다고 가정하면, 53%는 규제로 인해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7년 71%에 비해 대폭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모빌리티 업계를 살펴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달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플랫폼 운송사업의 경우 렌터카 사용 금지, 운전기사의 택시운전자격증 보유 의무화, 택시 감차에 따른 증차 허용 및 기여금 납부 의무화가 포함됐다. 농담처럼 회자되는 ‘규제가 하나 없어질 때마다 새로운 규제가 3개씩 생긴다’는 말이 창업 시장의 현실이다. 모빌리티 외 의료, 금융 분야의 스타트업들도 진입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한계를 보이는 정부 주도의 생태계 조성

 

창업 지원 예산 규모와 창업된 스타트업 수 만으로 혁신성장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눈 먼 정부 자금으로 창업 한 번 못 해보고 대학을 졸업하면 바보 소리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과 그로 인해 창업된 법인 수가 늘어난 것만으로 혁신성장을 위한 창업생태계가 구축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년창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에 투자됐던 자금은 회수돼 또 다른 창업에 투자돼야 한다

 

올해 1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 규모가 7,453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6,377억원에 비해 16.9%나 증가하며 4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풍부한 정책 자금이 창업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창업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가 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회수에 보다 적극적인 민간 투자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정부는M&A를 통한 대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완화했지만, 한동안 논의되었던 지주회사 체제 내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도입은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철회했다.

 

물론 벤처기업을 협력을 위한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대기업의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벤처와 대기업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닌 대립적인 주종 관계로 보는 정부의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벤처 투자를 통해서 성장동력을 찾아냄으로써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위험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벤처는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과 경영 지원을 통해서 시장을 만들어 가는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대기업이 벤처 창업의 플랫폼 역할을 해주어야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벤처 투자 인력의 전문성 관련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자금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 자금 지원에는 민간 투자보다 성공에 대한 절박함이 덜 묻어난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원이 되어야

 

시장이 벤처기업에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만들어가는 첨병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왜곡된 평등주의에 함몰된 나누어 먹기 식의 자금 지원을 통해서는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벤처 투자 인력의 전문성 결여도 문제지만 정책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이 아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접근도 되짚어 봐야 한다. 또한 여론을 의식해 지나치게 지역과 업종의 형평성을 고려한 접근도 문제다. 벤처창업 시장을 정부의 틀에 가두어 두려 하지 말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금이 스스로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우리도 아마존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을 가질 수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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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8월25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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