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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한국의 금융시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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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8월07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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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일 무역전쟁에 한일 경제전쟁까지 겹쳐 코스닥 시장 하락폭 최대

- 트럼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 무역전쟁 공방 본격 가열

- ‘충격의 실물 부문’, ‘흔들리는 경제 성장’ 그리고 ‘추락하는 금융 시장’ 


지난 주 금요일 일본 정부 내각이 한국을 ‘화이트國(수출 절차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정식 결정한 뒤 첫 거래일인 5일 거래에서 한국 증시는 ‘대폭 하락’ 장세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은 동반 하락했으나, 그 중에서도 한국 시장은 美 · 中 무역전쟁 악화라는 글로벌 악재에 더해, 일본의 ‘화이트國’ 배제를 통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국면에 직면하는 이중으로 가격(加擊)을 당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日 NHK 방송은 이날 저녁 뉴스에서 홍콩(2.8%), 서울(2.5%), 싱가포르(2.0%), 상하이(1.6%), 대만(1.1%)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 중에서도 하이테크 종목이 많이 포함돼 있는 한국의 코스닥 주가가 급락하여 일시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발동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美 · 中 무역전쟁’ 격화 및 확전 우려가 한층 짙어 지는 가운데, 한국에는 일본의 對韓 수출 규제 강화라는 개별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송환법(送還法)’ 반대 및 ‘반중(反中)’ 시위 격화라는 요인이 큰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아래에 주초부터 크게 요동치고 있는 한국 금융시장 격랑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해외 관련 기관들의 시장 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 “시장 투자자들, 美 中 무역전쟁 우려로 리스크 회피 경향 선명” 


지난 5일 하루 글로벌 시장 동향을 시간대별로 추적해 보면, 처음 개장된 아시아 시장은 거의 ‘전면 급락’ 장세로 시작했다. 이후 차례로 열린 런던, 뉴욕 시장도 연쇄적으로 ‘대폭 하락’ 장세를 속출했다. 특히, 뉴욕 시장은 S&P500 지수가 3% 이상 폭락했고, 다우-존스 제조업 평균지수도 700P 이상 하락해, 금년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美 증시에서 시가 총액은 7,000억 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英 Financial Times는 5일 글로벌 금융시장의 연쇄 하락 장세를 이끈 요인은 중국이 美 농산물 구입을 보류한 것과 美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거의 모든 수입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는 美 中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하향 압박하는 데 대한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을 시발점으로 해서 급기야 외환시장으로 불이 옮겨가 통화전쟁 양상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Wall 街에서 ‘공포 지수(fear gauge)’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카고 CBOE의 Vix 지표도 일시 지난 5월 이후 처음 40P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시장 투자자들은 美 · 中 무역전쟁 격화 우려로 ‘리스크 회피’ 자세로 돌아서고, 나아가, 외환시장에도 인니(印尼), 필리핀 등 신흥국 통화를 팔고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美 달러貨 등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확연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貨의 7위안대 벽을 넘어선 ‘약세’ 가속에 주목한다. 마찬가지로, 정통적으로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여겨지는 ‘金’ 시세도 상승했다.

 

■ “美,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천만한 ‘통화 전쟁’ 불사 태세”


이런 가운데, 美 재무부는 현지시간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공식 지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클린턴 정권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공언해 왔으나, 그간 협상을 위해 자제해 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이 무역전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더해, 美 연준으로 하여금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것도 주문했다. 

 

美 므뉘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 후 공표한 성명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근거로 IMF와 함께 중국이 환율 조작을 통해 얻은 ‘불공정한 경쟁력 이득(unfair competitive advantage)’을 제거하는 노력을 할 것” 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상당 수준의 제재 관세를 부과해 오고 있고, 이미 협상에 들어가 있어,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를 근거로 잠재적으로 더욱 광범한 관세 부과 등 제재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본격 가열시키려는 의도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도, 美 정부가 비록, 환율조작국 지정과 함께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수반하지는 않았으나, 중국과의 무역 협상 타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Westpac 통화전략가 프래뉼로비치(Richard Franulovich)씨는 “이번 조치는 또 하나의 무역전쟁을 가중시키는 조치이고, 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 이라고 우려했다.

 

英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금기(禁忌)시 해온 전통을 무시하고, 연준 등에 달러화 약세 유도를 위해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 경제 참모들과 협의한 뒤 이를 취소했다는 커들로(Larry Kudlow) 백악관 경제보좌관 발언을 전했다. 바야흐로, 美 · 中 양국은 무역 분쟁에서, 첨단기술 패권 경쟁으로, 다시 휘발성 높은 통화 전쟁 영역으로 전장을 넓혀가는 위험한 베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美 中 무역전쟁 격화의 배경에 中 시진핑 지도부 내의 혼란도”


지난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美 中 장관급 무역 협상은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을 돌아섰다. 살얼음 판을 걷는 위기일발의 상황 직전에서 양국 정상들이 지난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고위 협상에 많은 기대가 쏠렸으나 9월에 만날 약속을 잡은 것이 최대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종전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오는 9월 1일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며 최강의 메시지를 날렸다. 치자면 트럼프의 對中 관세 폭탄 4차 공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난 6월 말 美 中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중국 정부는 6일 새벽, 이미 거래가 성립된 미국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적용할 방침임과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 농산물 수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中 상무성은 이런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또 다시 반발할 것이어서 당분간 무역 협상은 대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일부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美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전면적 추가 관세 부과 조치는 보좌진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알려진다. 한편, 중국 시진핑 지도부 내부에도 의견 대립 혹은 혼란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영 CCTV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한 간부가 중국 기업들은 미국産 콩, 옥수수, 밀 등 농산물 수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지난 번 빈손으로 돌아선 상하이 회동에서 가까스로 합의에 따라 9월에 워싱턴에서 열릴 협상에서도 美 中 간에 농산물을 둘러싸고 미국의 ‘사라’는 주장과 중국의 ‘사지 않겠다’는 주장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상치 않은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美 中 무역전쟁 격화 우려 고조에 따라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확산되어 가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감속 조짐을 보이는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최근 연준의 ‘예방적’ 금리 인하 결정이 단순한 예방 조치에 그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美 中 무역 분쟁이 결국 파탄 국면을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국이 지난 5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전면적인 통화전쟁(자국통화 약세 유도 경쟁)을 불사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주요국 간 통화 전쟁은 결국 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왔고, 당연히 경제 구조가 취약한 나라들은 자본 유출 리스크에 노출되어 치명적인 파탄을 경험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美 FRB, 유럽 ECB, 日銀 등이 취하고 있는 완화적인 정책 자세가 시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나, 美 中 간에 새로운 관세 공방 라운드 전개로, 경기 회복 시점이 상당히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커서 시장 참가자들은 ‘리스크 회피(risk averse)’ 자세를 급격히 강화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중국 위안화의 對 美달러화 환율이,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오랜 동안 심리적인 기준선으로 여겨져 왔던 ‘7위안’ 대 벽을 벗어나, 중국 통화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것이라는 관측이 급격히 확산되자, 위안화 매도/美 달러화 매입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장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을 보여주는 다양한 다른 징조들도 나타나고 있다. 리스크 산정의 기준이자 최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美 국채 수익률이 최근 10년 물 기준으로 1.7%대로 하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추이 하는 이변을 속출하고 있다. 이것이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근거이기도 했다.

 

따라서, 외화시장에서는 아시아 통화들이 美 달러화에 대해 전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자본 유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때문으로, 특히 한국 원화는 약 3년 5개월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한 마디로,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美 中 무역 협상이 지지부진해서 양국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는 경우에는 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실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위기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는 것은 실제로 체험한 교훈”

 

지금 한국 경제는 가열되는 美 中 무역전쟁의 간접 영향권 속에서 일본의 對韓 수출 규제 조치 강화에 직접 대항해야 하는 또 하나의 국소적인 전쟁도 수행해야 하는 이중(二重)의 전선(戰線)에 휘말려 있는 형세다. 이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 및 사회는 일면 비장하기까지 할 정도로 국가 총력 대응 태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지난 1990년대 말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위기라고 했던 IMF 사태를 겪은 우리가 그 끔찍한 악몽을 되새겨 보아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근세 글로벌 금융 위기를 연구한 크루그만(Paul Krugman) 모델을 빌리면, 금융 위기라는 것이 적정 외환보유고, 경제 펀더멘탈 등을 바탕으로 상정하는 구조적 틀 속에서 예상되는 시점보다 훨씬 일찍 찾아온다는 것이 빈 말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금융 위기를 논하는 이론가들은 위기를 촉발하는 중요한 동인으로 두 가지 요인들을 관찰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시장에 순간적으로 확산되기도 하는 ‘군집(群集) 행동(herd behavior)’에 따른 ‘투기적 공격(speculative attacks)’을 말하는 것이다.

 

즉, 어느 나라 정부 당국이 시장의 이론적 환율 수준과 괴리가 있는 목표 환율 수준을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이들 환율선이 교차하는 시점을 ‘자연적 붕괴’ 시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영리하게 당국의 이런 노력을 일찌감치 간파하게 마련이고, 이런 시장 구도 하에서는 이들 투기적 세력들은 군집 행동으로 일거에 공격 행위(자산 매각)를 실행하게 되고 결국, 자연적 붕괴 시점보다 훨씬 앞서서 환율 시스템은 붕괴되고 만다는 것이다.

   

앞에 말한 1997/8년 IMF 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4 마리 용으로 비유될 정도로 모범적인 경제 성장 국가로 칭송을 받고 있었다. 당시 정부가 OECD 회원국이 되기 위해 소위 치명적인 독소가 숨어있던 ‘3 가지 자유화’ 조치까지 감행했을 정도다. 그 후 태국에서 바트貨 고정환율 시스템이 갑자기 무너지자 아시아 지역 각국에 공통으로 투자했던 투기 세력들이 일거에 시장을 떠나는 현상이 나타났고 ‘자본’ 거래라는 ‘전염’ 경로를 통해 한국 시장에도 위기가 덮쳐 온 것이다.

 

■ “핵심 산업에 충격 · 경제 성장에 타격 ·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Moody’s는 일본의 화이트국 제외 결정과 관련, 한국 기업들에는 분명히 부정적이나, 단기적으로는 무리 없이 대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화할 경우에는 산업별로 차등적이나마 영향이 심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동 Fitch社도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 혹은 일본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만큼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KCIF ‘국제금융센터’ 손영환 부장)

 

한편, 국제 사회의 중론은 일본의 반도체 자재 수출 규제 강화로 한국 기업들에 타격을 줄 것이나, 동시에 일본 공급 업체 및 반도체 구입 기업들에 타격도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일본도 손해를 각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억울함을 WTO에 제소하여 훗날 일본의 부당 행위라고 우리 손을 들어준다 한들 천신만고를 다 겪은 뒤에 우리는 어디에 하소연할 길이 없는 노릇이다.

 

한편, 美 투자은행 Morgan Stanley사는 만일,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 수입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보복하는 수단을 취하면 글로벌 경제는 앞으로 “3개 사분기 이내에 침체에 빠질 것(enter recession in three quarters)” 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美 中 무역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경우, 미국은 9월 1일 자로 3,000억 달러 상당 수입에 대해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중국이 대응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 4~5개월 지속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2020년 상반기 성장률이 2.8~3.0%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Morgan Stanley Global Macro Briefing, Aug. 5, 2019)

 

한편,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Goldman Sachs는 일본 정부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한국 반도체 생산이 10% 정도 감소하면 GDP 성장률은 약 0.4% 하락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100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블랙 먼데이’ 라고도 표현하는 5일 증시 거래 동향을 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3,145억원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폭이 훨씬 컸던 코스닥 시장에서는 37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정도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도 수긍이 되는 측면이 있으나,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진다면 사정은 심각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막 요동치기 시작한 금융시장에 어느 투자 주체들이 언제, 어떤 은밀한 양태의 군집 행동을 벌일지는 예상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단기적 징후를 감지할 시장은 외환시장이다. 5일 원화의 對 美달러화 환율은 장중 20원가량 상승했고, 對 엔화 환율은 10엔당 30원 치솟기도 했다. 이면에는 위안화가 11년 만에 7위안대를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진 것이 작용했다. 외환시장에는 국내 요인과 함께 외부 요인도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가히 위기를 느껴도 과도하지 않을 수준이다.  

 

■ “지금은 시장 안정이 급선무, 시장이 바로 서야 산업도 산다” 


정부는 지금 거국적 총력 태세로 대응한다는 비장한 각오인 것이나, 그 가운데에서도 지극히 안타까운 점은 일본이 돌연 기초 첨단 기술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나오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핵심 소재 산업을 진흥한다는 둥, 지원에 소요되는 예산을 대폭 증액한다는 둥 허둥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가관이다.

 

기초 소재 산업 개발이란 일종의 과학적 창조 활동이다. 이런 원천적인 과제들을 이렇게 시간 계획을 정해 밀어 부친다고 어디 시간표에 맞춰 연구 성과가 쏟아져 나올 법한 일인가? 단적인 예로, 지금 우리가 맞서야 할 일본은 과거 극심한 불황을 20년이나 겪던 동안에도 기초 과학 분야의 독립연구법인 ‘理硏’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예산을 꾸준히 지속해 온 나라다. 우리는 언제쯤 되어야 이런 양철 냄비 근성을 버릴 수가 있을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서양 속담에 ‘Haste makes waste!’ 라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울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나,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가다듬고 정책 과제의 완급도 달리 정해서 당장 서둘러 할 일과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할 일을 구분할 일이다. 그리고, 남몰래 은밀하게 추진할 일이 따로 있고 앞장서서 분위기를 고취할 일이 따로 있는 법이다. 분명히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가 어려운 과제들을 의욕이 앞선 나머지 지금 앞질러 떠벌리면 ‘백해(百害)’는 있으나 ‘일익(一益)’도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우선해야 할 급선무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만사 폐지하고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난 연후에, 산업 정책이나, 기초 산업 연구 개발 지원을 논의해도 해야 할 일이다. 시장은 심리다. 지금 막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마당에 당국이 나서서 시장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실효적 방도를 내놓는 것이 긴요하다. 

  

시장은 감성 어린 호소나 감동적인 웅변보다는 냉정한 수치에 반응한다. 최근 우리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위기를 의식할 정도로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것인지는 그리 쉽게 속단할 수 없다는 감이다. 가장 전위적이고 직접적인 지표가 증시 관련 지표들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증시의 외국인 보유 금액은 560조원 수준이고, 비중으로는 32% 내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약 4,0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진다. 원화 환산으로는 대체로 440조원 정도다. 

 

■ “美 전문가 ‘역사 문제와 안보 · 경제 문제는 별도 트랙으로 가야’”

 

지금 우리 경제는, 글로벌 G2 간에 ‘안보’ 분쟁을 계기로 촉발된 ‘무역’ 전쟁에서 다시 ‘통화’ 전쟁으로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을 상대로 국지적 무역 분쟁에 직접 당사자로 맞서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우리 의도와는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은 돌아가게 마련이고 여기에 우리 시장도 맞물려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수동적인 연계 구조다. 외생적 변수가 대단히 큰 현실이다.

 

한편, 원래부터 한일 역사는 분쟁과 마찰이 이어져 온 바이다. 멀리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근세 역사만 보아도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국은 거의 한 시도 평안한 날이 없었다. 그 중에도 지금처럼 양국 간의 반목이 극심하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 “반일•혐한(反日 · 嫌韓)” 감정이 이처럼 고조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美 외교협회(CFR) 스나이더(Scott Snyder) 연구원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착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은 역사 문제와 안보 · 경제 문제를 분리하여 별도 트랙을 구사할 것을 제안함과 동시에, 일본은 역사 문제에 대해 한국을 그렇게 강하게 비판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일본 Nikkei)

 

그는 “아마, 아베 총리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한테 배워서 그러는지 몰라도 그런 방도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 고 지적한다. 여러 경우에 회자되나, “경제에는 우방이 없다. 단지 거래 상대가 있을 뿐이다.” 일본도, 우리도, 이전에 잘 해오던 것처럼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로 거래하면 되는 것 아닌가?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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