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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黨’은 가능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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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21일 09시55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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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대한애국당에 들어가 진정한 보수의 중심세력으로 만들고 거기서 외연(外延)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신이 애국당으로 가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다. 애국당에 들어가면 당 이름도 새롭게 만들겠다고 한다. 진정한 ‘박근혜 당’을 다시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정권에서 밀려난 한국당과 애국당 인사들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실업문제 등 경제정책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자신들에게 기회가 올 것 같은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은 상대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편승하는 모습일 뿐 왜 자신들이 정권에서 밀려났는지 통렬히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이 국민들한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반성보다는 억울하다는 감정표현을 더 많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특히 애국당 쪽에서는 억울함이 분노로 치솟는 모습이다. 애국당은 태극기 부대를 앞세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법적 방법으로 쫓겨난 억울한 희생자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고하게 탄핵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애국당에 홍문종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합류(合流)했다. 

홍문종의원은 앞으로 40-50명의 의원들이 애국당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보수의 새로운 중심지가 탄생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은 통상적인 관례처럼 행해진 것이 우리 정치권의 모습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 가을부터 서서히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관측된다.  

 

이런 시류를 타고 과연 ‘박근혜 당’이 부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국당은 자신들이 ‘박근혜 당’임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러 셈법이 깔려 있지만 항간에는 박전대통령이 올해 안에 석방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여권이 인도적 차원의 명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서 풀어준다는 얘기이다.

여권의 속셈은 보수 분열의 꽃놀이패를 즐기려한다는 흉측(凶測)한 루머도 돌고 있다.   

 

어떤 의도이건 간에 여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한다면 ‘박근혜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애국당은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대로라면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공천여부가 어정쩡한 한국당에 남아 있느니 차라리 애국당쪽으로 옮길지도 모르겠다.

 

과연 40-50명이 한국당을 떠나 정치철새라는 손가락질을 당해도 탈당해 새둥지에 들어 갈 것인지는 한국당의 총선 공천기준에 달려있다.

 

한국당이 면모일신을 위해 박근혜의 얼굴을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 지운다면 어느 정도로 지울 것인가에 따라 한국당에서 애국당으로 옮겨가는 의원들의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가 우리 정치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작금의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을 국민들이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다.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야당지지가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된 비판세력은 60대 이상 노년층과 20대의 젊은 층이다. 노년층은 전통적으로 보수층을 형성하고 있어서 진보정권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20대 젊은이들이 현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자리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일자리는커녕 있는 일자리마저 없어지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결국 공수표가 돼버린 일자리 공약 등 경제 실정에 보수층은 물론 20대까지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40대전후 중간층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의  중추세력이 친여 성향이다. 한국 경제가 악화되고 있지만 이 계층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삶에서 경제적으로 크게 위협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40대의 한 경제학자는 자신들의 세대는 큰 틀에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래도 착한 정부가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순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등을 비롯한 박근혜 정권 사람들의 온갖 추잡한 행태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억을 잊을 정도로 먹고살기에만 정신없어 하는 계층은 아닌 것이다. 

 

40대 전후 사람들은 물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들도 애국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당도 아직 생각이나 행태가 박근혜 정권 때의 그것과 동일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하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고 압도적 표차이로 패배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스스로 자신들은 폐족(廢族)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던 적이 있다. 처절한 자기반성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성 추문’으로 실족하고 말았지만 자신을 낮추며 시작한 재기노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충남지사 연임에 이어 차기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었다.

 

박근혜 정권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세력이라면 한 번 곱씹어볼 대목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40-50대 중심세력까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정도로 우리경제가 그야말로 폭삭 망한다면 몰라도 한국당이나 애국당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집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외연을 확장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를 꼬집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껏해야 한국당과 애국당이 보수세력 안에서 서로 ‘땅따먹기 경쟁’하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람을 바꾸던지 아니면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보여주지 않으면 ‘박근혜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정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절대로 좋은 정당, 착한 정치세력으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파탄이 나지 않는 이상 자기반성이 없는 보수정당의 활로는 군소정당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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