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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S 특별기획] 건설안전 무엇이 문제인가?(중)-잘못된 사례와 대안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16일 18시5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51분

작성자

  • 김지덕
  •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고문

메타정보

  • 31

본문

[IFS 특별기획] 건설안전 무엇이 문제인가?(중)<br>잘못된 사례와 대안들
“최저가 입찰제 문제 있다.”
 
건설공사 발주제도를 보면 입찰에 참가하는 시공 업체의 새로운 공법이나 높은 기술적 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방법이나 기술제안입찰방법과 발주자의 사업예산을 절약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최저가입찰방법이 일반적인 입찰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입찰 방법도 건설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면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턴키입찰이나 기술제안 입찰제도는 건설공사 발주자가 사업예산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는 가격경쟁에 앞서 치러지는 심사과정에서 소정의 점수(?)를 얻기 위해 발주자의 사업비 예산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것을 엄연히 예상하고도 공사비가 많이 소요되는 고급스런(?) 설계나 기술제안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사업비 예산을 초과하는 설계나 기술제안 뿐만 아니라 높은 심사점수를 위하여 이루어지는 치열한 영업활동 경비소요 등은 필연적으로 실행사업비의 적자를 가져오게 한다. 또 이러한 적자 사업현장은 설계와 다른 공법이나 부적정한 자재의 사용은 물론 돌관공사 등으로 인한 공사부실이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건설사고의 요인이 잠복되어있는 시설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사비 적자를 각오하고 계약이행이라는 신의칙(信義則)을 지키는 건설업체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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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입찰방법에 있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회사의 경영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출혈수주를 하는 건설업체들은 그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위법하거나 부적정한  공법이나 자재를 사용하고, 비효율적인 장비 등을 운영함으로써 공사 중에 건설 사고를 유발하거나 공사의 부실로 시설물 부재의 내력을 떨어트리는 등 건설 사고에 취약하도록 만들어 놓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건설과정과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건설과정에 있어서의 잘못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극히 어렵다고 판단되지만,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법이 또는 이 제도가 시행될 때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는지, 또는 적정한 공사비로 건전한 시설물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건설 사고의 원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과정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이 윤리성과 도덕성을 갖추도록 장려하기 위하여 성실하고 안전한 시설물을 만드는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게 하는 제도의 운영과 사회적 대접이 중요하다고 본다.
 

비현실적 기준 바꾸고, 합리적 적용
 
 건설공사 설계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여러 가지 설계조건을 평가하고 적용하는데 불확실성이 많은 것도 건설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선 국가의 법령이나 설계기준의 면에서 보면, 건설공사는 지반의 활동, 바람, 비 등 자연의 도전에 안전하게 버티고 사용목적대로 시설물에 싣거나 담는 소위 하중(荷重)에 대하여 안전하도록 만들어져야 시설물이 원하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설물의 안전과 관련한 법령의 규정이나 설계를 위한 국가 설계기준은 바람, 강우, 지진 등과 같은 자연 현상의 발생빈도나 그 크기 등 역사 통계적 자료를 기초로 하여 설계풍속, 설계 강우량, 설계적용 지진규모 등을 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해 시설물에 장기적으로 실리게 되는 적재하중은 시설물 사용행태에 대한 통계적 자료를 근거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설물 자체의 하중에 대하여도 시설물 자체무게인 고정하중 산정방법을 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경험하지 못하였던 발생빈도가 극히 낮거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였던 크하게 된다. 이 경우 시설물을 설계할 때 적용하였던 설계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외력(外力)이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어보나 마나다. 시설물이 내·외상을 입어 내력이 떨어지거나 시설물 기능이 상실될 정도의 손상을 입는 내력상실의 상황을 맞게 된다.
 
 
 
물론 이러한 사고는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로 이해되고 있지만 자연현상을 예견하지 못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관련 기술자들의 과학적 · 기술적 능력의 부족도 일부 나마 책임져야한다고 본다.
 
 시설물 건설 당시 국가가 정한 설계기준에 따라 설계되고 설계대로 시공된 시설물이 위와 같은 예상치 못하였던 자연의 힘에 의하여 손상을 입거나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천재지변에 의한 재해나 사고로 이해될 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의 몇 년 사이에 역사적으로 경험하지 못하였던 국지적 집중호우나 초대형 태풍, 수 미터높이로 쌓이는 폭설 사태 등의 자연 이변 현상이 잦다는 사실이다. 설계기준을 적용하여 적법하고 적정하게 건설된 시설물이라 하더라도이런 재해에는 견딜 재간이 없다.
 
 
 
거기에 시설물에 작용하는 하중의 조건을 잘못 가정하거나 하중을 과소하게 책정하여 설계하는 등으로 시설물의 기능이나 재하능력 저하를 초래하는 설계상의 오류나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시공과정상의 부실이 내재되어 있을 때는 그러한 자연 재해발생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떠한 자연의 힘에도 버틸 수 있도록 시설물의 설계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지나친 비효율을 가져오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설계기준을 만들어 운영하지는 않는다.
 

달라지는 자연재해 대비 설계기준도 재조정
 
그렇다면 건설재해나 사고의 잠재적 발생 확률을 낮추기 위해 비효율을 초래하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의 설계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적 자료의 분석과 장래 예측 등 상당한 연구가 있어야겠지만 최근의 자연 변이를 생각할 때 현실에 맞는 설계기준으로 조속히 개선하여 시설물 설계에 적용하도록 시행하고, 기존의 중요 시설물에 대하여는 그 재하능력을 평가하여 보수 보강 등의 방법으로 재하능력을 키우는 방법 밖에는 자연의 위력으로 발생하는 건설재해나 건설 사고를 막을 대안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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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2월에 발생하였던 경주 마리나 리조트 붕괴사고에서 설계하중을 훨씬 초과하는 적설하중의 작용도 붕괴원인의 한가지로 평가되거나 시간당 100mm를 넘는 집중적인 폭우로 하천수위가 설계수위를 넘어 제방이 붕괴되는 사례 등이 그 예이다.
 

 시설물에 작용하는 각종 하중이 그 크기나 그 작용상태에 불확실성 많기 때문에 각종 시설물을 설계할 때에는 안전율을 고려하거나 하중계수를 적용하여 실지 계산되는 하중보다 높게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시설물 구성 재료의 내력에 감소계수를 적용하여 실제 능력보다 낮게 평가하여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설계기준을 만들어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소 높게 설계기준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설물 설계기준(예 : 건축구조기준 KBCS 등)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시설물의 구조골격, 하중조건 및 하중상태 등을 어떻게 판단하고 설계(구조계산이나 구조설계 등)에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설계자(구조기술사 등)의 몫이다. 때문에 설계자가 설계하는 과정에 하중을 감당하는 시설물의 구조골격을 설정하거나 하중조건 또는 하중상태를 평가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게 되면 장래 건설사고의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공과정에 오류가 없다하더라도 건설사고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으로 건물이나 교량 기초지반이 침하하거나, 토압에 의하여 옹벽에 배불림 현상이 발생하거나, 서로 다른 구조시스템이나 재료의 연결부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기둥이나 보에 비틀림 현상, 불균형 하중에 의하여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의 징후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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