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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가 빠져 나간다 !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07일 20시4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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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가 빠져 나간다 !

2005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줄곧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2006년 경상수지 흑자는 36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508억 달러, 그리고 2013년에는 811억 달러를 기록했고 2014년 1-10월의 경상수지흑자만도 706억 달러로 작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그 나라 경제가 매우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이 수입보다 월등이 많고 또 자본으로부터의 소득이 자본지출(배당,이자)보다 커서 경상수지 흑자만큼 달러와 같은 경화가 국내에 차곡차곡 비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대외자본거래를 보면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본거래에서 경상수지 흑자에 가까운 규모의 외자가 빠져 나간다는 사실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2011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민간부문에서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과 2010년만 하더라도 자본이 빠져 나가는 현상은 없었다. 그 두 해에 경상수지흑자는 각각 336억 달러와 289억 달러였지만 대외자본거래에서는 398억 달러와 38억 달러 순유입 되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자본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011년 103.6억 달러(경상수지흑자 186억 달러), 2012년 384억 달러(경상수지흑자 508억 달러), 그리고 2013년에는 638억 달러(경상수지 흑자 811억 달러)가 순유출 되었다. 2014년 1-3분기 사이에도 399억 달러(경상수지 흑자706억 달러)가 순유출 되었다.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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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거래에서 달러의 순유출 현상은 모든 자본거래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직접투자 항목에서 순유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이후 2014년 3분기 까지 직접투자 항목의 누적 순유출액은 905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기업이 아니라 국내기업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392억 달러에 달하는데 반해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은 487억 달러에 그쳤다. 두 번째로 2010년 이후 대외융자 부문에서도 순유출이 980억 달러 늘어났다. 이 또한 국내 기관의 대외융자가 주도했다. 2010년부터 2014년 3분기 까지 국내기관의 대외융자는 965억 달러였고 대외기관의 투자회수가 15억 달러였다. 세 번째로 2013년 이후 증권부문에서 순유출이 확대되고 있다. 2011년 까지 증권부문에서는 외자가 순유입 되었으나 2013년부터 순유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기관의 대외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외국투자가의 국내증권투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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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의한 대외투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글로벌 시대에 생산거점을 국제화하고 국내금융기관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국제적으로 다양화하면서 동시에 원화환율의 급격한 절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긴급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자산은 ‘외환예비군’으로써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과 함께 유동성위기를 수습하는 좋은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대외투자의 ‘건전성’과 ‘유동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국내기관의 대외투자자산은 금융위기 발생 시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1997년 IMF위기 당시 장부상 외환보유자산(230억 달러 상당)중 실제 가용자산은 16%(40억 달러 미만)에 불과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정책당국이 국내기관의 대외투자에 대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2014년 수출증가율은 1% 안팎으로 떨어졌다. 엔화효과의 시차가 약 2년임을 생각하면 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타격은 2015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중국, 유로지역, 일본의 경제전망도 여전히 암울하다. 그렇다면 내년도 경상수지흑자는 대폭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다가 국내경기를 살리고 디플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압력이 거세다. 만약 기준금리를 내리면 외자유출 속도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수출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큰 폭으로 축소되는 와중에 국내금리하락으로 인한 자본유출이 가속화된다면 순식간에 국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충격에 빠질 것이다. 만약 저유가로 인한 러시아나 혹은 산유국의 금융 불안이 촉발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유비무환, 그것이 정책당국의 솔로몬지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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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07일 20시4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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